갤러리스트 티나 킴의 뉴욕 롱아일랜드 서머 하우스는 충전을 위한 안식처이다.
뉴욕에서 티나 킴 Tina Kim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그녀가 롱아일랜드 벨포트의 별장을 첫 공개했다. 그녀가 거주하는 뉴욕 맨 해튼 타운하우스는 미국 매체의 섭외가 빗발칠 만큼 미술 컬렉션이 아름다운 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곳은 이곳 별장이다. 맨해튼 타운하우스는 회의도 하고 비즈니스 파티도 이루 어지기 때문에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벨포트는 맨해튼에 서 자동차로 9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해변 도시인데, 19세기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예술가와 디자이너, 건축가와 문학가들이 이곳을 찾아 예술적 영감을 받고 있으며, 동네 사람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다정한 분위기다. 많은 뉴요커들이 별장을 가지고 있는 햄튼의 과시하는 듯한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인 것.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도 취하고 가족과 보내기에 좋은 동네입니다. 상쾌하고 깨끗한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 게와 조개를 잡습니다. 해변에서 산책도 하고 패들보드도 타지요.” 건축가 아담 찰랩 하이만 Adam Charlap Hyman이 그녀와 손잡고 1930년대 건축된 이 아름다운 별장을 다시 디자인했다. 2011년에 구입해 2013년에 리모델링을 완성했는데, 그녀는 아담에게 전적으로 별장 디자인을 맡겼다. 1989년생의 젊은 건축가인 아담은 이곳뿐 아니라 그녀의 맨해튼 타운하우스 인테리어 디자인도 모두 담당했다. “아담과는 오래 일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었어요. 특히 이 별장의 가구는 그가 모두 추천했어요. 그는 나한테는 없는 섬세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서 패브릭 프린트까지도 정해주었지요. 그래서 이곳 별장에는 벨포트만의 19세기 낭만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맨해튼 집은 업무적 모임도 이루어지지만, 이곳은 가족이 와서 편안하게 즐기는 공간이다. 그래서 맨해튼 집은 미드센트리 디자인 컨셉트로 꾸몄고, 이곳은 포근한 코티지 스타일이다. 별장은 본관과 별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별관은 게스트하우스로 쓰인다. 해변 쪽에는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어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하곤 한다. “시원하게 해변이 보이는 선룸을 가장 좋아해요. 여기 앉아서 아침에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을 때 아주 편안해요. 강아지 벤지도 언제나 내 곁에 있지요.” 갤러리스트의 별장답게 곳곳에 미술 작품이 가득하다.
맨해튼 타운 하우스는 공간에 딱맞게 작가가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갤러리에 온듯한 정갈함을 선사한다면, 이곳은 그녀가 좋아하는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기분 좋은 편안함을 준다. 티나킴 갤러리는 2001년 뉴욕에서 개관했는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랑인 국제 갤러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미국에 알리고 있는 티나 킴 대표의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 작가로 확대되는 중이다. 문화 경계와 국가를 초월한 작가의 여정을 주목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당연할 것이다.
“미술가와 작품의 제작 과정에 대해 상의하곤 합니다. 대화하면서 작가를 깊이 이해하게되고, 서로 질문을 하다보면 작품 세계 너머의 철학에 공감하게 되지요. 작가와 함께 작업 방식이나 재료를 고민하면서, 그들의 협력자로 함께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낍니다. 별장에 있는 가다 아메르 Ghada Amer의 브론즈 조각도 그런 결과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그녀와 이 조각 연작을 상의하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가다 아메르는 이집트 출신의 작가로 전통적 미술사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세라믹과 자수를 이용한 드로잉으로 알려졌다. 티나 킴 대표는 그녀를 설득해 브론즈 조각을 2020년부터 제작하게 했으며, 프리즈 서울을 위한 송원아트센터 팝업 전시에서도 이조각의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별장에는 박서보, 하종현, 김창열, 김홍석 등 한국 작가 작품과 루이즈 부르주아, 칸디다 회퍼, 다비데 발리아노, 파시타 아바드 등의 해외 작가 작품이 어우러져 쾌적한 감상이 가능하다. 가구도 모두 디자인 거장의 작품인데, 멋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사용되고 있다.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 조지 나카시마, 장 프루베, 찰스 임스,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의 의자와 테이블은 벨포트의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근사하다.
“요즘 미술 작품과 가구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요.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아주 개인적인 일입니다. 정서적 여유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휴가를 떠나면서 가방 안에 넣어가는 시집이나 좋아하는 연주자의 콘서트 예매를 떠올려보세요.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마다 추억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깊어갑니다.” 티나 킴 대표는 특히 아트 컬렉션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관심있는 미술가의 전시를 보러 다니고,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대화한다면 얼마든지 작품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으니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티나 킴 대표는 프리즈 서울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녀의 갤러리 부스에서는 김창열, 가다 아메르, 루이즈 부르주아, 파시타 아바드, 다비데 발 리아노 등 벨포트 별장에 걸려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녀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타냐 페레즈 코도바, 이미래, 임민욱, 강서경 작가의 작품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