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2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파격과 격식 사이
김효영 소장은 땅과 사람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사려깊게 생각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든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이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게 보이는 이유다. 그렇게 지은 건축물에는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지녔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신선하고 낯선 느낌입니다. 유희적이고 파격적이기도 해요. 익숙한 요소를 재배치, 재배열하면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번 젊은 건축가상 심사위원회에서도 이런 부분을 높이 인정했어요.기성 건축가와 다른 태도로 건축을 접근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과 사람은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건축 또는 건축과의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답을 내기보다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낯설게 하기’는 서로에 대해 관심의 시선을 요청하는 것이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유쾌함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과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경계를 잘 지킨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지점을 어떻게 찾아내는지요?
낯섦은 익숙함을 전제로 합니다. 조합과 관계가 낯설더라도 건축에서 행해왔던 형식과 형태를 중요한 어휘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분과 요소는 새롭지 않고 익숙함을 바탕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각각의 낯선 지점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찾아내려는 것이어서, 형태적으로는 과장되더라도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건축이 관계 맺는 ‘상황’에 특히 주목하신다고요.
건축은 사람과 관계해야 하는데, 이것은 참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좋은 관계는 상호적인 관계이지요. 그러려면 건축이 일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하나의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그 성격을 찾으려 하고, 나아가 가장 두드러진 성격을 강조하여 독립적인 존재로 사람과 관계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 가운데 흥미로운 사연을 가진 분이 많을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의뢰인이 있다면요?
2015년에 준공한 울산 바닷가 벽집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이 된 작업입니다. 소개로 만난 건축주는 후두암 수술을 하고 급하게 바닷가의 작은 땅을 찾아 부부가 함께 지낼 주택을 의뢰하면서 최대한 바다가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것이 단지 좋은 경치를 보고 싶은 것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함께 바다를 바라봐줄 집을 생각했습니다. 뒷모습이 되어 줄 긴 벽을 바다의 반대 방향에 세우고 바다를 향한 짧은 벽들을 세워 모든 공간이 벽과 벽 사이에서 바다를 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소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의 요소는 무엇인가요?
모든 게 그렇겠지만 건축은 무엇이 좋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방향이 있을 수 있고,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던 것도 시간이 지나며 의미를 획득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좋은 건축가의 태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긍정하는 것, 긍정한다는 건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요소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비판의 시각을 유지하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가는 이 상이할 것 같은 두 가지 태도를 함께 견지하면서 혁명을 꿈꾸지 않더라도 건축을 통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소장님께서는 미술에도 관심이 많더군요. 미술에 대한 관심사가 건축 작업에도 영향을 주나요?
예술이 사회를 이해하고 표현하며, 다시 사회에 영향을 주고받는 방법이 건축에서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석사 때 논문을 쓰며 마그리트의 낯설게 하기에 대해 공부한 것은 지금도 저의 작업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고, 작업을 할 때마다 이러한 그림이 직접적인 참조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바닷가벽집에서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에서는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을 떠올렸습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지만 예술의 측면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를 할 때 건축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자화상을 그리듯 한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작업물을 보고 내 ‘자식’ 같다고 하는데, 자화상이라는 표현은 새로워요. 특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시공 문제와 타협해야 하는 건축가에게 말이에요. 소장님이 건축에 빗대어 말하는 ‘자화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 설계를 위해 방문했을 때, 그 육중한 구조물과 거대한 설비가 힘차게 움직였을 시절의 자부심과 할 일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멈춘 뒤의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이 공간을 다시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변화를 위한 결심과 기대를 표현하는 일이 마치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는 일과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자화상이란 건축의 의인화이고, 의인화는 건축의 상황에 감정이입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도 건축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요? 덧붙여 건축가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오래 달리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한순간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건축은 무척 지난한 일의 끊임없는 반복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고,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동안은 건축을 하길 잘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