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의 사무소 #심플렉스

치밀하게 단순하게,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치밀하게 단순하게,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지난 7월, 202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치밀하게 단순하게

 

자연과 조경, 건축물 간에 균형을 이룬 삼척 이사부독도기념관.

 

건축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명료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박정환, 송상헌 소장은 해법을 구하기까지 수많은 연구와 사고를 거친다.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언제나 사용자가 있다.

 

심플렉스 Simplex라는 이름에 ‘건축과 디자인의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결책을 도출한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고요?

사무실 이름인 심플렉스는 심플 Simple과 컴플렉스 Complex의 합성어로 이루어졌습니다. 건축을 풀어내다 보면 평면, 구조, 디테일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슈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이런 경우, 여러 고민과 탐구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하다는 의미는 실제로 해결책 자체가 간단하기보다 여러 이슈가 모두 명료하게 해결되고, 디자인적으로도 심플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연과 조경, 건축물 간에 균형을 이룬 삼척 이사부독도기념관.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의 박정환, 송상헌 소장.

 

건축, 디자인의 중요한 명제 ‘less is More(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에 충실하다고 봐도 될까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Less is More’는 미니멀리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문구죠. 우리가 추구하는 건축 방향성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기는 합니다. 다만 심플렉스가 추구하는 건축적 가치는 외적인 형태라기보다는 명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그 안의 본질적이고 복잡다단한 부분에 깊이 파고들어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면밀히 탐구하여 얻어내는 간결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건축에서 간결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복잡한(복합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대다수가 하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 프로젝트를 접할 때마다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건축적 의도를 중심에 두고자 합니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리버티 라운지는 외관에 금속 그물망을 사용했는데, 재료가 주는 힘과 묘한 감각이 느껴져요. 이 소재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리버티 라운지는 ‘라운지바’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내외부가 서로 차단되어야 하는 특수한 조건이 있었는데요. 일반적으로 건물의 입면은 내외부가 소통하는 창을 매개로 디자인이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보니 외피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재료를 한번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스틸의 강한 물성과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부드러운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커튼 메시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스킨은 솔리드한 입면 앞에 위치해서 외피의 모호한 특성을 드러내고, 또 색이 변하는 LED조명을 이용해 밤에는 새로운 얼굴을 갖도록 했습니다.

 

금속 그물망과 조명으로 세련되게 완성한 신사동의 리버티 라운지. ©김영

 

고가 하부에 설치된 종암 스퀘어도 설계하셨죠. 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데, 콘크리트 다리 밑에 나무 소재의 건물이 있어 눈길을 끌고 기억에 남더라고요. 서울시의 의뢰로 진행된 사례인데, 어떤 이슈가 있었으며 또 어떻게 처방을 내렸는지 궁금합니다.

종암스퀘어는 종암사거리 고가 하부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서울시에 있는 여러 고가 하부 공간은 대부분 특별한 쓰임새 없이 방치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는 이런 고가 하부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 체육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서울시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고, 이 공간이 고가 하부 공간이라는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밝고 활기찬 장소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따뜻한 느낌의 목재 루버로 마감된 커뮤니티 시설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내부 공간은 자유로운 공간 확장과 분리가 가능하도록 계획해서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공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고가 하부 공간을 활용하고자 설계한 종암 스퀘어. 주민들의 쉼터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신경섭

 

그 밖에 박물관, 도서관, 호텔, 극장, 교육청사, 병원,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공건축을 설계했어요. 공공건축을 설계할 때마다 매번 도전일 듯한데요. 공공건축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으로 삼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건축주가 곧 사용자인 민간 건축 프로젝트와 달리, 공공건축은 발주처와 사용자가 다릅니다. 이 때문에 공공건축을 설계하는 데 있어 건축가의 공간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공건축에서는 앞으로 이곳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것이 더 삶의 질을 높여주는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건축과 공간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목동 파리 공원에 설치한 살롱드파리. 전시, 카페, 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공원의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신경섭

 

공공건축뿐 아니라 주거 공간도 설계하고 있죠. 집을 설계할 때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여기나요?

우리는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집은 건축주가 평생 한번 큰마음을 먹고 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여러가지 많은 바람과 요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또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생활 패턴과 생각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역을 불문하고 ‘지속가능성’이 화두입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최근의 여러 자연재해를 보면서 예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후변화, 환경문제가 점점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지속가능성은 건축가로서 계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데요. 때로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겉보기에만 그럴싸해 보이는 요소를 건물에 적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도시는 기본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탄소배출을 증가시키고 있죠. 이러한 건축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건물의 생애주기 Life Cycle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서 서울이 어떤 도시가 되었으면 하나요?

서울은 난개발이 되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오래된 수도로 과거부터 고도성장의 시대를 거친 역사를 층층이 쌓은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도시 디자인과 건축의 발전으로 세계적인 대도시로써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는 도시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녹지 공간과 휴게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서울의 많은 장소는 걷기에 좋기보다 차를 타고 가기에 더 적합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길을 걸어 다니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쉬어갈 수 있는 거리가 된다면 더 좋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건축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저희를 포함해 한국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건축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도시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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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의 사무소 #김효영소장

파격과 격식 사이, 김효영 건축사사무소

파격과 격식 사이, 김효영 건축사사무소

 

지난 7월, 202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파격과 격식 사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동해의 폐쇄석장. ©황효철

 

김효영 소장은 땅과 사람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되, 사려깊게 생각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든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이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설게 보이는 이유다. 그렇게 지은 건축물에는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지녔다.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신선하고 낯선 느낌입니다. 유희적이고 파격적이기도 해요. 익숙한 요소를 재배치, 재배열하면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이번 젊은 건축가상 심사위원회에서도 이런 부분을 높이 인정했어요.기성 건축가와 다른 태도로 건축을 접근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과 사람은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건축 또는 건축과의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답을 내기보다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낯설게 하기’는 서로에 대해 관심의 시선을 요청하는 것이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일으키는 방법입니다.

 

익숙한 요소를 재배치해 신선한 조형감으로 만들어내는 김효영 건축사사무소 소장.

 

유쾌함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과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김효영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경계를 잘 지킨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지점을 어떻게 찾아내는지요?

낯섦은 익숙함을 전제로 합니다. 조합과 관계가 낯설더라도 건축에서 행해왔던 형식과 형태를 중요한 어휘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분과 요소는 새롭지 않고 익숙함을 바탕으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각각의 낯선 지점은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찾아내려는 것이어서, 형태적으로는 과장되더라도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공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건축이 관계 맺는 ‘상황’에 특히 주목하신다고요.

건축은 사람과 관계해야 하는데, 이것은 참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좋은 관계는 상호적인 관계이지요. 그러려면 건축이 일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하나의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그 성격을 찾으려 하고, 나아가 가장 두드러진 성격을 강조하여 독립적인 존재로 사람과 관계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동해의 폐쇄석장. ©황효철

 

김효영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 가운데 흥미로운 사연을 가진 분이 많을 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의뢰인이 있다면요?

2015년에 준공한 울산 바닷가 벽집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이 된 작업입니다. 소개로 만난 건축주는 후두암 수술을 하고 급하게 바닷가의 작은 땅을 찾아 부부가 함께 지낼 주택을 의뢰하면서 최대한 바다가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것이 단지 좋은 경치를 보고 싶은 것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리면서, 함께 바다를 바라봐줄 집을 생각했습니다. 뒷모습이 되어 줄 긴 벽을 바다의 반대 방향에 세우고 바다를 향한 짧은 벽들을 세워 모든 공간이 벽과 벽 사이에서 바다를 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소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의 요소는 무엇인가요?

모든 게 그렇겠지만 건축은 무엇이 좋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방향이 있을 수 있고,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던 것도 시간이 지나며 의미를 획득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좋은 건축가의 태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긍정하는 것, 긍정한다는 건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요소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비판의 시각을 유지하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가는 이 상이할 것 같은 두 가지 태도를 함께 견지하면서 혁명을 꿈꾸지 않더라도 건축을 통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소장님께서는 미술에도 관심이 많더군요. 미술에 대한 관심사가 건축 작업에도 영향을 주나요?

예술이 사회를 이해하고 표현하며, 다시 사회에 영향을 주고받는 방법이 건축에서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석사 때 논문을 쓰며 마그리트의 낯설게 하기에 대해 공부한 것은 지금도 저의 작업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고, 작업을 할 때마다 이러한 그림이 직접적인 참조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바닷가벽집에서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에서는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을 떠올렸습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지만 예술의 측면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를 할 때 건축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자화상을 그리듯 한다고 들었습니다. 흔히 작업물을 보고 내 ‘자식’ 같다고 하는데, 자화상이라는 표현은 새로워요. 특히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시공 문제와 타협해야 하는 건축가에게 말이에요. 소장님이 건축에 빗대어 말하는 ‘자화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동해 폐쇄석장 리모델링 설계를 위해 방문했을 때, 그 육중한 구조물과 거대한 설비가 힘차게 움직였을 시절의 자부심과 할 일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멈춘 뒤의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이 공간을 다시 새롭게 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변화를 위한 결심과 기대를 표현하는 일이 마치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는 일과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자화상이란 건축의 의인화이고, 의인화는 건축의 상황에 감정이입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도 건축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요? 덧붙여 건축가로의 마음가짐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오래 달리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한순간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건축은 무척 지난한 일의 끊임없는 반복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고,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동안은 건축을 하길 잘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외벽의 야구공 모형이 눈길을 끄는 압구정의 근린생활시설. ©진효숙

 

강원도 인제 국도에 자리한 인제 스마트 복합쉼터. 바람에 휘날리는 천을 형상화한 지붕이 특징이다.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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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젊은 건축가의 사무소 #카인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

 

지난 7월, 202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축

 

휘는 곡면과 외관의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김포의 단독주택 벤디드 하우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김우상, 이대규 소장은 ‘정서적 공간’을 강조한다.
예상되는 건축 공간 안에서 뜻밖의 감정이나 생경한 분위기를 마주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이 지향하는 건축이다. 이러한 공간 경험이 일상의 환기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서로 만났다고요?
대학원 재학 중에 처음 만나 2007년 좋은 기회로 뉴욕에 있는 설계 사무소 메쉬 아키텍처 Mesh Architecture에서 함께 인턴십을 시작했어요. 뉴욕에서 함께 생활하며 성향이 잘 맞아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이후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건축적 취향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국내로 복귀한 후 각자 다른 건축, 설계 회사에서 실무를 이어가며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았어요. 김우상 소장이 2017년 카인드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소를 시작했고, 이듬해에 이대규 소장이 파트너로 합류하게 되었죠.

 

왼쪽부터 이대규, 김우상 소장. 2017년부터 카인드 건축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형태와 기능 간의 관계, 재료, 분위기가 담기기를 바라면서 카인드라고 이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가 지향하는 건축에 대해 설명 하자면요?
카인드 건축은 ‘친절한’이라는 뜻이 아닌 ‘종류/유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건축은 새로운 대지 위에서 다양한 주변 조건과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 또한 매번 새로운 기준을 갖고 있고요. 그 조건과 기준의 질서를 찾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서적 공간’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서적 공간은 사용자의 감각이 작동하는 공간인데요. 클래식 협주곡의 카덴차라는 부분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협주곡 안에서 개별 연주자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가 가능한 구간인데, 관객이 예상하는 곡의 흐름과 다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감각이 작동한다는 의미는 뜻밖의 경험을 마주할 때라고 생각해서 사용자에게 생경하거나 자유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죠.

 

카인드 건축사사무소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진지함과 정교함입니다. 그간의 작업에서 가장 카인드스러웠다고 생각한 사례를 꼽는다면요?

카인드스럽다는 말이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서촌 보안여관에 설계한 차실 몽재가 기억에 남아요. 해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라 직원들과 차에 대한 스터디도 했고,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발코니에 최소의 건축을 하면서 바람이 흐르고 창을 통해 외부를 조율하는 등 차를 마시는 공간의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던 작업이예요.

 

통의동 보완여관에 자리한 다실 몽재. 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닥과 벽, 가구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완성했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조형미가 엿보여요. 평면과 곡면이 적절히 조합되고, 덩어리감보다는 선적인 요소가 눈에 먼저 들어오면서 우아한 느낌이 듭니다. 공간감도 묘해지고요.

건축물을 오브제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형에 관심이 많아요. 특정한 조형 언어를 드러내기보다 적절한 배치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 단순한 조형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데요. 때로는 장식적인 요소가 되기도 하고, 영역(프로그램)의 경계나 동선의 관계를 드러내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벤디드 하우스 Bended House의 경우 곡면을 넣어 조형과 공간의 유연함을 갖도록 했고, 서로재에서는 반복된 직선 요소를 제안해 주차에 대한 기능적인 해결과 단순한 조형이 주는 무게감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휘는 곡면과 외관의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김포의 단독주택 벤디드 하우스.

 

그렇게 완공한 건물에 빛과 그림자가 더해지면서 면과 면이 풍부해져요. 설계할 때부터 의도한 건가요?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설계하면서 고려하는 것이 빛과 그림자예요.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늘 우리가 예상하는 모습을 벗어나요. 좋은 의미로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죠.

 

건축물과 가구와의 조화로움이 엿보이는 점도 좋았습니다. 건물과 그 안에 들어가는 사물이 어울리도록 만드는 비결은요?

주거 공간은 건축주의 취향과 기준으로 가구가 결정되곤 해요. 물론 그 취향이 설계 단계에 반영되어 내부 공간의 재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하고요. 건축을 내부와 외부로 경계 짓지 않고 그 접점에 대한 고민을 가능한 한 진중하게 하려고 해요.

 

 

현재 서울의 건축 신 Scene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서울의 건축 신은 점차 다원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도 그렇고, 우리 같은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 기준도 다양한 정보와 학습을 통해 진화(상향평준화)하고 있고요. 건축의 경계도 점차 유연하게 변하고 있지만, 건축이 제품처럼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중과 친숙하다는 건 좋은 의미이지만, 건축은 미학적 측면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고요.

 

건축가로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은요?

건축은 사적 재산이기도 하지만 지어진 후 수십 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장소에서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고 싶어요. 규모와 상관없이 밀도 있고, 완성도 높은 건축 작업이 쌓이길 바라면서도 이면에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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