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22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대한 관점을 들어봤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축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김우상, 이대규 소장은 ‘정서적 공간’을 강조한다.
예상되는 건축 공간 안에서 뜻밖의 감정이나 생경한 분위기를 마주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이 지향하는 건축이다. 이러한 공간 경험이 일상의 환기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서로 만났다고요?
대학원 재학 중에 처음 만나 2007년 좋은 기회로 뉴욕에 있는 설계 사무소 메쉬 아키텍처 Mesh Architecture에서 함께 인턴십을 시작했어요. 뉴욕에서 함께 생활하며 성향이 잘 맞아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이후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건축적 취향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국내로 복귀한 후 각자 다른 건축, 설계 회사에서 실무를 이어가며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의 경험을 쌓았어요. 김우상 소장이 2017년 카인드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소를 시작했고, 이듬해에 이대규 소장이 파트너로 합류하게 되었죠.
다양한 형태와 기능 간의 관계, 재료, 분위기가 담기기를 바라면서 카인드라고 이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카인드 건축사사무소가 지향하는 건축에 대해 설명 하자면요?
카인드 건축은 ‘친절한’이라는 뜻이 아닌 ‘종류/유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건축은 새로운 대지 위에서 다양한 주변 조건과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 또한 매번 새로운 기준을 갖고 있고요. 그 조건과 기준의 질서를 찾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서적 공간’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서적 공간은 사용자의 감각이 작동하는 공간인데요. 클래식 협주곡의 카덴차라는 부분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협주곡 안에서 개별 연주자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가 가능한 구간인데, 관객이 예상하는 곡의 흐름과 다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감각이 작동한다는 의미는 뜻밖의 경험을 마주할 때라고 생각해서 사용자에게 생경하거나 자유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죠.
카인드 건축사사무소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진지함과 정교함입니다. 그간의 작업에서 가장 카인드스러웠다고 생각한 사례를 꼽는다면요?
카인드스럽다는 말이 아직은 좀 어색하지만, 서촌 보안여관에 설계한 차실 몽재가 기억에 남아요. 해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라 직원들과 차에 대한 스터디도 했고,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발코니에 최소의 건축을 하면서 바람이 흐르고 창을 통해 외부를 조율하는 등 차를 마시는 공간의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던 작업이예요.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작업은 조형미가 엿보여요. 평면과 곡면이 적절히 조합되고, 덩어리감보다는 선적인 요소가 눈에 먼저 들어오면서 우아한 느낌이 듭니다. 공간감도 묘해지고요.
건축물을 오브제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형에 관심이 많아요. 특정한 조형 언어를 드러내기보다 적절한 배치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 단순한 조형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데요. 때로는 장식적인 요소가 되기도 하고, 영역(프로그램)의 경계나 동선의 관계를 드러내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벤디드 하우스 Bended House의 경우 곡면을 넣어 조형과 공간의 유연함을 갖도록 했고, 서로재에서는 반복된 직선 요소를 제안해 주차에 대한 기능적인 해결과 단순한 조형이 주는 무게감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렇게 완공한 건물에 빛과 그림자가 더해지면서 면과 면이 풍부해져요. 설계할 때부터 의도한 건가요?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설계하면서 고려하는 것이 빛과 그림자예요. 하지만 빛과 그림자는 늘 우리가 예상하는 모습을 벗어나요. 좋은 의미로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죠.
건축물과 가구와의 조화로움이 엿보이는 점도 좋았습니다. 건물과 그 안에 들어가는 사물이 어울리도록 만드는 비결은요?
주거 공간은 건축주의 취향과 기준으로 가구가 결정되곤 해요. 물론 그 취향이 설계 단계에 반영되어 내부 공간의 재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도 하고요. 건축을 내부와 외부로 경계 짓지 않고 그 접점에 대한 고민을 가능한 한 진중하게 하려고 해요.
현재 서울의 건축 신 Scene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서울의 건축 신은 점차 다원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도 그렇고, 우리 같은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 기준도 다양한 정보와 학습을 통해 진화(상향평준화)하고 있고요. 건축의 경계도 점차 유연하게 변하고 있지만, 건축이 제품처럼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중과 친숙하다는 건 좋은 의미이지만, 건축은 미학적 측면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고요.
건축가로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은요?
건축은 사적 재산이기도 하지만 지어진 후 수십 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장소에서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고 싶어요. 규모와 상관없이 밀도 있고, 완성도 높은 건축 작업이 쌓이길 바라면서도 이면에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