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이너를 꿈꾸는 하정 실장의 집은 모던한 디자인과 채도 높은 컬러의 만남이 인상적이다.
별다른 작품 없이도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자연 풍경이 이 집 거실의 백미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름바이에이치의 디자인을 책임져온 하정 실장은 이제 공간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즐거웠지만 숨가쁘게 달려온 그 정점에서 최근에는 집을 이사했다. “이사하려고 결심하고 많은 집을 가봤어요. 도산공원이 펼쳐진 뷰를 보고 이 집으로 마음을 굳혔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기여서 마감과 디테일 하나도 내 집처럼 꼼꼼하게 완성해줄 디자이너를 원했고 샐러드보울 구창민 대표님과 하게 됐어요. 3개월간의 긴 공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때 가족 모두 너무 기쁜 마음에 울컥했어요(웃음). 오랫동안 살고 싶은 집이에요.”
파란색 의자와 녹색 식물의 컬러감이 어우러진 거실의 한 코너.
벽에 설치한 잭슨홍 작가의 노란색 작품과 뒤쪽으로 보이는 노란색 데이베드가 상큼하다. 흰색 벽면이 많아서 너무 차갑지 않도록 방의 문은 모두 나무로 제작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거실을 바라보니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공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 하정 실장의 집을 <메종>에서 소개했는데 이번에 찾은 집은 비슷한 듯 좀 더 농밀해진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 집에 비해 면적도 넓고 층고도 높아진 270.55㎡의 집을 위해 가구도 다시 골라야 했다. 옹색해 보이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도 기죽지 않고 존재감을 발할 가구가 필요했고 찬찬히 고민한 가구로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다. “거실이 굉장히 넓죠? 내력기둥을 기준으로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요. 앞쪽 공간은 가족 모두 앉을 수 있는 소파를 원했던 남편의 바람을 반영한 소파를 ㄱ자로 두었고요. TV 대신 흰색 벽을 향해 프로젝터를 두었어요. 반대편은 데이베드와 1인 소파를 비치해 여백을 남겨두었고요. 오디오를 놓으려고 생각 중인데 급하게 정 하지 않으려고요.” 하정 실장의 집은 샐러드보울이 그동안 해온 작업과는 사뭇 다르다. 좀 더 모던하고 색채감이 있으며 빈티지한 감성도 있다.
공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나란히 둔 빈티지 체어.
멀티룸처럼 파란색 카펫을 깐 아들의 방. 이사하기 전에 거실에서 사용하던 비초에 소파도 아들 방에 두었다.
집에서 가장 컬러풀한 가구가 많은 멀티룸. 채도 높은 가구가 여러개 있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제가 수평과 수직, 디테일 등을 보는 눈이 예민한데요, 그런 부분을 똑같이 받아들이고 봐주셨어요. 바빠서 현장을 잘 보지 못했어도 완성도는 걱정이 없었달까요. 또 저는 좋아하는 컬러나 소재 등을 제안했고, 구창민 대표님도 의견을 피력한 부분이 있었죠.” 그녀는 서로의 장점은 취하고 다른 점은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이는 협업 같은 관계였다고 말했다.
청록색 시트가 포인트인 식탁 의자가 생동감을 불어넣는 다이닝 공간. 대부분 스테인리스 소재의 제품을 두어서 산만해 보이지 않는다.
하정 실장은 기본 배경은 차갑다고 느낄 정도로 담백하게 마감하고 좋아하는 컬러를 포인트로 두거나 소재를 장식 요소로 활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대신 오랫동안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모던한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가족들이 자주 모이는 멀티룸은 모루 유리로 만든 슬라이딩 도어를 달고, 파란색 카펫과 채도 높은 가구를 더해 생동감 넘치는 방으로 완성했고, 검은색 소파를 둔 거실에도 노란색 잭슨홍의 작품과 데이베드가 상큼한 포인트 역할을 한다. 위생적이기도 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주로 사용한 주방에는 청록색 시트의 식탁 의자와 로즈 우드 소재의 식탁 그리고 녹색 식물이 중재 자처럼 온기를 더한다.
기본 배경은 깔끔하지만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침실. 나무 프레임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하정 실장이 가장 좋아하는 좌식 공간이 나온다.
부부 침실은 또 다른 분위기인데, 나무살이 들어간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하정 실장이 애정하는 혼자만의 공간이 나온다. 좌식으로 앉아 책도 읽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작은 곳이지만 공원 뷰를 벗 삼아 운치가 있고 동양적인 아늑한 공간이 완성됐다. “저는 의자보다 좌식이 훨씬 편해서 작은 카펫을 깔고 좌식 테이블을 두었어요. 동향 집이라 아침에 햇살이 많이 들어오는데, 앉아 있으면 나무가 보여서 마음이 평온해져서 정말 좋아요.”
남편이 가장 좋아한다는 드레스룸. 투명한 문을 달아 옷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기본 배경은 깔끔하지만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침실. 나무 프레임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하정 실장이 가장 좋아하는 좌식 공간이 나온다.
구름바이에이치를 내려두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하정 실장의 다음 행보는 공간 디자이너다. 과거에도 공간을 매만지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는 그녀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하정 실장은 이미 자신의 집으로 그 꿈에 조금 더 다가섰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다 완성한 집은 아니지만 확고한 자신의 취향을 집 안에 풀어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넓은 집에서도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그녀의 집은 취향을 단단하게 유지한다.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또 다른 공간에서 그녀를 마주할 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