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포러리 아트 컬렉터의 집에서 살아보는 경험.
자연 채광이 충만한 거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스 왈라벤은 복층 아래 빈 공간에 창문과 같은 컬러의 나무로 수납장과 휴식이 가능한 장소를 만들었다. 창문 앞에 놓인 스툴은 아티스트 마르코 구아지니 Marco Guazzini가 레진에 양모를 섞어 제작한 것.
파리의 현대미술 갤러리 ‘아멜리 메종 다르 Amelie Maison d’Art’ 를 운영하는 아멜리 뒤 샬라드Amélie du Chalard는 예술 작품으로 가득한 자신의 집에 놀러 오는 외국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이런 숙박시설이 있다면 파리에 올 때마다 호텔이 아닌 여기서 묵고 싶다는 말이다. 그래서 2020년 결혼 전에 혼자 살던 7구의 아파트를 ‘컬렉터의 집’ 컨셉트로 수리한 후 맞춤형 숙박 비즈니스 ‘앙브루아즈 Ambroise’를 시작했고 7구에 이어 마레 지구에 두 번째 주소를 그리고 얼마 전 생루이 섬 앞에 복층 형태의 세 번째 공간을 마련했다.
주방에서 보이는 거실의 모습. 피에르 오귀스탕 로즈의 여성스러운 핑크색 소파 주변으로 샬롯 보비의 나무 그림과 니콜라 르페브르 Nicolas Lefebvre의 토템 조각이 밸런스를 맞춘다.
현재 파리에만 총 3곳의 시설이 있는 숙박 플랫폼 앙브루아즈는 19세기 말 세잔, 고흐, 마티스 등을 미리 알아보고 그들의 그림을 취급했던 유명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 Ambroise Vollard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가 살았던 집이 7구 아파트와 같은 길에 있어 비즈니스 초반에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 일하다 갤러리스트로 전업한 아멜리에게 법 공부를 한 뒤 뛰어난 안목으로 화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적인 볼라르의 이야기는 큰 영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가 운영하는 갤러리 아멜리 메종다르는 그녀만의 안목으로 선정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구성해 니치 마켓을 포지셔닝하면서 현재 프랑스 미술계에서 급성장 중이다. 갤러리 운영과 연장선에 있는 숙박 비즈니스 앙브루아즈는 실제 경험을 통해 아멜리 메종 다르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예술과 인테리어 디자인 간의 아름다운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욕실 창밖 자연 풍경과 어울리는 테스 왈라벤이 디자인한 맞춤형 청동 수건 걸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침실에는 그레주 Greige의 세이지 그린 리넨 침구 세트를 사용했다. 자연적인 텍스처가 느껴지는 장 필립 라구아드 Jean Philippe Lagouarde의 작품과 엘로아즈 바리올 Héloïse Bariol의 커스텀 세라믹 벽 조명 왼쪽에는 디자이너 피에르 오귀스탕 로즈가 디자인한 우븐 가죽 의자를 놓았다.
아티스트 귀도 드 잔 Guido de Zan의 세라믹 작품을 욕실에서 만날 수 있다.
오크르의 심플한 유리 벽 조명과 아티스트 줄리엣 르몽테이 Juliette Lemontey의 그림 작품.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스 왈라벤 Tess Walraven이 작업한 공간은 대부분 아멜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매력적이지만, 가장 최근에 오픈한 생루이 섬 앞에 위치한 세 번째 장소는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인 앙투앙-루이 바리 Antoine-Louis Barye가 살았던 니콜라이 맨션에 있어 더욱 운치 있다. 천장고가 높아 자연 채광으로 가득한 이곳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층 구조를 적용해 공간을 분배했고, 밝은 흰색 벽으로 전체를 아우른 모습은 자칫 평범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유산으로 간직한 건축물이 가진 특유의 넓은 나무 창틀 등 일반적인 아파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디테일을 간직하고 있다. 베르사유 쪽모이 세공의 마룻 바닥이 무척 근사하게 어우러지며 화려한 장식보다 자연이 연상되는 컬러와 소재를 사용한 그림과 소품의 배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따스함을 강조하는 실내 디자인에 대리석과 타일의 사용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도 있지만, 컬러 톤을 최대한 주변 색과 맞추고 같은 공간에 사용된 나무와 섬유, 세라믹 등 건축자재는 공산품이 아니라 장인들의 손길로 제작되어 특유의 온기가 느껴진다.
단단한 참나무를 조각해 가죽과 황동 디테일을 넣은 서스펜션 조명이 주방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오크르 Ochre 제품.
테스 왈라벤이 디자인한 대리석 책상과 마튜 마테고 Mathieu Matégot(1951)의 금속 의자 ‘튜브Tube’를 매치했다. 책상 위에는 콘크리트 광석 삽입물을 섞어 디자인한 칼루 뒤뷔스 Kalou Dubus의 램프가 놓여 있다.
특히 주방에 놓인 18세기 타일로 장인이 제작한 아일랜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커스텀 디자인이다. 어두운 대리석 타일로 완성된 주방을 중심으로 거실로 나갈수록 빛이 많이 들면서 톤이 밝아진다. 연한 핑크색 패브릭을 사용한 피에르 오귀스탕 로즈 Pierre Augustin Rose의 유선형 소파와 제레미 막스웰 윈트레버트 Jeremy Maxwell Wintrebert가 파리의 유일한 유리 공방에서 직접 입으로 불어 제작한 구름을 연상시키는 램프의 조화가 가볍고 산뜻하다.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침실과 사무실로 연결되는데, 그 위에서 작품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감상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만드는 장인 레나 모렐리 Lena Morelli가 제작한 의자, 조르주 루스 Georges Rousse의 사진 작업, 샬롯 보비 Charlotte Bovy의 무채색 나무 그림까지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작품이 곳곳에 배치되었는데, 가구의 경우 직접 만지고 사용하면서 작품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숙박을 하는 동안 여유롭게 바라보고 즐긴 후 혹시라도 소유하고 싶다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앙브루아즈에 있는 모든 작품, 가구, 소품, 식기 들은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텔은 아니지만 호텔 수준의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 개개인에 맞춘 문화 컨시어지 서비스로 파리 미술관이나 아티스트 작업실을 방문하는 경험을 비롯해 출장 요리사까지 호출이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시각, 촉각, 웰빙, 예술의 복합적인 경험이 아닐까. 심미적인 것을 좋아하고 예술적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앙브루아즈에서의 경험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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