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전체를 통창으로 만들어 한강 전망을 즐길 수 있는 247㎡의 복층 빌라를 찾았다.
획일화된 아파트 구조에서 벗어나 가족의 라이스타일과 취향을 적극 반영한 네 식구의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아침에 일어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요가와 명상을 하고 책도 읽으며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을 가져요. 밤에는 도심의 불빛이 캄캄한 밤하늘의 무수한 별빛처럼 채워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죠.” 집주인 고영하 씨가 입을 열었다. 사실 그녀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마케팅 회사 AMC 아시아의 대표이자 태국 세라믹 브랜드 야마칸, 이스라엘 화장품 브랜드 아하바 그리고 최근에는 올가닉 비건 비누 브랜드 페라슈발을 수입해 유통, 판매하며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는 파워 워킹우먼이다. 올해로 5년째 남편과 두 딸 그리고 반려견 카이와 살고 있는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강 뷰에 한눈에 반했어요. 매물이 나올 때까지 한 4 년은 기다린 것 같아요. 원래 지금의 모습처럼 통창이 아니라 이중창에 프렌치식 흰색 문양의 발코니가 있는 집이었어요. 한강 전망을 극대화해서 즐기고 싶어 과감하게 통창을 냈어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녀는 인테리어 시공 업체 스페이스 플랜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전형적인 아파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
크게 주방과 다이닝 그리고 거실로 나뉜 구획은 시원한 개방감을 살려 재구성했다. 특히 서로의 공간을 가로막는 벽이 없는 구조가 눈에 띄었는데, 이는 가족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선택이었다. “보통의 아파트 주방처럼 벽이 있고 문이 달려 있는 주방이었어요. 요리를 즐기는 남편을 위해 요리할 때에도 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오픈 주방을 만들었어요”라며 벽을 트게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 커다란 기둥은 허문 벽을 받쳐주기 위한 해결책이었다. 그 결과, 외국 펜트하우스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이 집의 백미는 숨어 있는 복층 구조다. 얼핏 보았을 때는 갤러리처럼 시원한 개방감을 강조한 단조로운 구조 같지만, 지인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가족만의 사적인 시간을 위한 패밀리 존과 손님을 위한 게스트 존을 명확히 구분 짓고자 했다.
현관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딸아이의 방과 부부 침실 그리고 중문을 달아 언제든지 공간 분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작은 거실과 테라스가 있는 왼쪽 층 다락방을 게스트 존으로 꾸몄다. 집 안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자리하는 가구와 소품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취향과 취미를 엿볼 수 있었다. 갤러리처럼 깔끔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집주인은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무드를 고려해 포근한 분위기의 나무 바닥재를 깔고 빈티지 가구와 현대적인 가구를 적절히 섞었다. “가구는 평생 쓸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으로 골랐어요. 하나하나 작품을 고르듯 말이죠. 다이닝에 둔 저 장만 해도 결혼할 때 싱가포르에서 구입한 거라 20년은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가을 색감을 좋아해 오렌지 색상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구석 구석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림 작품도 이 집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현관에는 10주년 결혼 기념으로 구입한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리리외의 ‘해피 트리’ 작품이 방문객을 반기고 오렌지 색감의 김환기 선생 작품은 다이닝 공간을 한층 따스하게 물들인다. 게스트 존에는 화사한 색채로 마감한 이동기 화가의 작품을, 부부 침실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달아 새하얀 벽면에 정겹고 온화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집 안 곳곳에서 딸들이 그린 그림과 악기, 오디오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요리를 즐기는 남편의 취미가 담긴 소품을 자연스럽게 두다 보니 그게 또 하나의 인테리어 오브제가 되더군요. 제가 사 모은 조명은 어두운 밤 시간을 은은하게 비추죠.” 이들 가족은 주말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밤하늘을 배경 삼아 거실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집이 주는 힘을 느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