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아르트 스퀘이라 대표의 집은 갤러리, 조각 공원, 아티스트 레지던스, 수영장을 포함한 광활한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아트 부산과 키아프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젊은 갤러리스트의 집을 방문해보자.
여자 친구 브루나 올리베이라Bruna Oliveira와 함께 한 두아르트 스퀘이라 대표의 단란한 모습.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 두아르트 스퀘이라 Duarte Sequeira 대표는 2019년 브라가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갤러리를 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8살로 단순히 패기 넘치는 젊은이의 도전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 출신인 그의 아버지 마리오 스퀘이라 Mario Sequeira는 1980년대부터 갤러리를 운영하며, 포르투갈 최초로 앤디 워홀 전시를 열었던 유명한 갤러리스트였다. 당시만 해도 젊은 작가였던 리처드 롱, 안젤름 키퍼,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의 전시를 열며 현대미술의 매력을 포르투갈에 알렸다. 특히 리처드 롱은 부친과 오랜 인연으로 브라가의 레지던스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정원과 빌라 벽 등 곳곳에 영구 설치작품을 남겼다. 조각 공원에는 줄리안 오피의 대형 조각 작품이 있는데, 줄리안 오피는 두아르트 대표가 10살 때부터 부친의 레지던스에 머물며 전시를 가졌던 돈독한 사이다. 부친은 이제 갤러리에서는 은퇴했지만, 가끔 아들과 손잡고 협업 전시를 열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자란 그에게 갤러리스트의 길은 운명이었다. 부친의 첫 갤러리는 그의 집 1층이었고, 25년 전에는 지금 그의 갤러리가 자리 잡은 곳으로 옮겨 새로운 건물을 만들었다. 이 유서 깊은 갤러리를 두아르트 대표가 물려받아 남부 유럽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벽난로 위의 작품은 사이나 맥코이의 그림. 두 개의 블랙 소파는 르 코르뷔지에, 카펫은 아일린 그레이, 커피 테이블과 화이트 소파는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것. 라운드 테이블 위의 꽃병은 알바 알토.
“포르투갈은 1990년대 후반까지 현대미술에 있어 소극적이었기에, 부친의 전략은 국제적 미술가를 포르투갈에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강력한 갤러리라면 유명 미술가뿐 아니라 신진 미술가들이 고루 포진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작가들의 성공적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나 포르투는 이미 미술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브라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이 큽니다.” 지난 9월에는 키아프 KIAF 참가에 맞춰 서울 강남에도 갤러리를 오픈했다. 런던에서 유학했던 그이기 때문에 런던과 서울 중에서 두 번째 갤러리 개관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서울이었고, 그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서울에는 존경할 만한 수준의 문화와 미식이 있고, 젊고 세련된 수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브라가의 갤러리는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어 그는 대도시에 갤러리를 확장할 필요를 느꼈고, 서울의 역동성에 매료되어 갤러리를 열게 된 것. 그의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 중에서 한국 미술 애호가에게 특히 인기 높은 이는 안드레 부처, 줄리안 오피, 리카르도 파사포르테다.
리토 카토우의 조각과 마우로 레스티페의 사진 작품 앞으로 조지 넬슨의 사이드 테이블과 폴 헤닝센의 램프가 보인다.
샬롯 페리앙이 1927년 디자인한 익스텐저블 테이블, 찰스 임스의 테이블 의자, 잉고 마우러의 램프, 에일린 그레이의 레드 소파.
“나는 우리 갤러리의 모든 미술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구와도 전시 일정을 잡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내가 컬렉터로서 구입한 안드레 부처의 그림이 지금 거실에 걸려 있는데요, 2017년 그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고, 최고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축한 돈을 다 썼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가 LA로 이사하기 전 베를린에서 그린 마지막 그림이며, 삶의 어렵고 불확실한 시기에 그렸던 특별한 그림이었다는 편지도 보내왔어요. 나는 곧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 Thyssen-Bornemisza National Museum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전시회에 이 그림을 빌려줄 예정입니다. 그 작품은 항상 내 마음속 가장 특별한 컬렉션으로 기억될 것 입니다.” 그의 갤러리와 레지던스는 부친이 사용했던 건물을 물려받은 것이며, 대지 면적은 10에이커나 된다. 조각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족과 거주하는 집도 이곳에 있다. 갤러리 건물은 두 개인데, 포르투갈 건축가 카르발류 아라우호 Carvalho Araújo가 설계했다. 아티스트 레지던스 건물도 두 개인데, 한 곳은 16세기에 만들어진 수도원 건물로 15년 전 개조했다. 이곳에서 리처드 롱, 안젤름 키퍼, 오스타 무릴로, 안드레 부처가 대형 작품을 만들었다. 두 번째 레지던스는 2022년에 새로 만든 건물로, 미술가 샤이나 맥코이 Shaina McCoy가 이곳에서 작품을 만든 첫 작가이다. 레지던스 건물 앞에는 각각 수영장이 있어 자연 속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리카르도 파사포르테의 강아지 그림. 앞에는 피에로 리소니의 블랙 컵보드와 19세기 프랑스 도자 화병들이 놓여 있다.
피에로 리소니의 디너 테이블과 블랙 컵 보더. 테이블 의자는 로베르토 바비에리. 티 카트는 마르셀 브로이어. 화려한 램프는 잉고 마우러의 것.
“그 옆 세 번째 건물이 우리가 사는 집입니다. 19세기에 지은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집입니다. 그간 많은 보수 작업을 했는데 천장과 문, 창문 패턴의 원형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요즘 포르투갈에는 이런 전통적인 집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우리 가족은 아티스트 레지던스에서도 생활하고 있으며, 손님이 와도 레지던스에 모시곤 합니다.” 그와 아버지 때부터 함께 일했던 미술가의 작품이 집 내외에 설치되어 있으며, 거실에 걸린 줄리안 오피의 작품도 추억을 담고 있다. 2006년에 만든 이 작품은 부친이 개최한 줄리안 오피의 첫 개인전에서 한 컬렉터에게 판매되었던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 작품을 다시 구입하고 싶어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그림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독일 추상미술가 이미 크뇌벨의 그림 앞에 프리츠 할러의 사이드 보드가 놓여 있다. 램프는 195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작가는 미정이며, 아프리칸 조각과 잘 어울린다.
전통 가옥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공간. 벽에 걸린 금색 조각은 제이슨 마틴의 작품. 다이닝 테이블은 빈센트 마르티네즈. 의자는 카이 크리스티안센의 모델 42. 램프는 루이스 폴센의 PH5이다.
조각 공원에 설치된 줄리안 오피의 작품.
두아르트 대표의 집 야외에는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작품이 있다.
“디자인 가구 수집은 미술 컬렉션만큼이나 나에게 특별합니다. 미술에서는 거장과 신진 작가의 작품을 고루 선호하지만, 디자인 가구에 있어서는 구식 모더니즘의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가구 경매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으며, 1920년대 가구가 현대적 디자인보다 신선하고 우아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아일랜드 디자이너 에일린 그레이, 프랑스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 덴마크 디자이너 입 코포드 라르센 Ib Kofod Larsen, 브라질 디자이너 조아킹 텐레이로 Joaquim Tenreiro의 가구를 편애한다. 최근 덴마크 디자이너 옌스 퀴스트가드 Jens H. Quistgaard의 희귀한 솔리드 로즈우드와 가죽으로 만든 ‘스틱 Stick’ 의자를 구입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하고 있다. 그는 미술 컬렉션과 디자인 가구의 믹스&매치를 발견하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고 예찬한다. 아름다운 공간의 사진을 참조하고 이를 모방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 컬렉션에 대해서는 실수를 최소화할 것을 권한다. “진지하게 자신만의 취향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수집가로서 확고한 평판을 쌓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 역시 수집하거나 전시할 작가를 선택할 때마다 적어도 12개월은 작품 세계를 분석하고 살펴봅니다. 물론 때로는 충동적으로 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2022년 마르셀 뒤샹 상을 수상한 미모사 에차드의 작품. 알루미늄 테이블은 로베르토 바비에리. 붉은색 의자는 찰스 임스.
작품은 발타자 토레스의 ‘리소 Lixo(1990년)’. 책장은 장 루이 베르테&데니스 바젯. 블랙 의자는 찰스 임스.
왼쪽에 걸린 작품은 다니엘 블랙의 ‘무제(2009년)’. 디너 의자는 피에로 리소니. 가운데 의자 두 개는 덴마크 디자이너 옌스 퀴스트가드가 1966년 솔리드 로즈우드와 가죽으로 만든 ‘스틱’.
영국 미술가 리처드 롱이 머물며 2004년에 남긴 거대한 작품.
포르투갈 미술계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직 강력한 국제적 갤러리가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포르투갈에는 참신한 젊은 작가들이 많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리카르도 파사포르테는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선보일 에마누엘 카르발류 Emanuel Carvalho는 최근 런던에서 성공적인 개인전을 마쳤으며,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와 아름다운 협업을 진행했다. 포르투갈에는 젊은 컬렉터가 많지는 않지만, 자국 미술가에 대해 특히 관심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밝다. 더불어 두아르트 대표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미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한국에 지점을 낸 갤러리스트로 한국 문화를 아는 것이 의무이며, 한국 미술계에 최대한 관여하고 해결책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유럽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