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리의 집

부부의 취향을 여실히 담아낸 인테리어

부부의 취향을 여실히 담아낸 인테리어

 

신혼집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보금자리를 꾸민 부부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스타일과 쓰임새를 담은 100㎡의 집을 완성했다.

 

부부가 공을 많이 들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 타일로 마감한 아일랜드가 파티션 역할을 한다. 확장한 부분의 깊이를 살려 인덕션을 설치한 점이 독특하다.

 

결혼한 지 6년 차인 오주현, 임우성 씨 부부는 집을 공들여 고쳤다. 집을 리모델링했으면 당연하지 않겠냐는 반문을 할 수 있지만 이들 부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집을 의뢰하면서 셀프 인테리어 못지않은 고민과 생각을 담았다. “신혼집은 서울에 있는 12평의 작은 집이었어요. 오래됐지만 낮은 층수와 신경을 많이 쓴 조경, 외국의 빌라 같은 외관을 지닌 아파트 단지가 마음에 들었고, 양가 부모님 집과도 가까워서 이곳으로 오게 됐죠.” 부부는 우연히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오리홈 Orihome의 SNS 계정에 있는 욕실 사진을 보고 리모델링을 의뢰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검은색 유광 타일과 원형의 거울, 은색 계열의 수전을 설치한 욕실은 부부가 원하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생각하는 공간이나 스타일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부부와 오리홈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집의 중심 역할을 하는 주방은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빌트인 가전으로 최대한 깔끔하게 수납했고, 아일랜드를 만들어 요리하는 공간과 식탁을 자연스럽게 분리했다. 다용도실을 터서 넓어진 만큼 한쪽 벽면으로는 인덕션과 냉장고를 일렬로 설치했고, 원형 식탁을 두어 평범한 주방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 후 두 번째 집을 리노베이션한 오주현, 임우성 씨 부부.

 

주방에 비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거실. 파란색 소파는 비아인키노에서 구입한 것. 별다른 가구를 두지 않고 벽면 전체를 스크린처럼 활용하고 있다.

 

“확장하면서 넓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인덕션도 수납공간의 일부처럼 삽입할 수 있었고, 벽처럼 보이는 부분도 일부는 수납장이죠. 천장을 보시면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단이 낮아졌는데요, 그 지점을 아일랜드의 끝선과 맞춰 공간이 확실히 구분돼 보여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만족감을 느낍니다”라며 남편이 주방을 소개했다.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처음 원했던 대로 아일랜드 상판은 스테인리스 소재를 선택했고, 따뜻한 색감의 타일을 붙였다. 색감이 더해지니 주방에 아주 모던하거나 차가운 느낌의 아닌 적당한 온기가 생겼다.

 

창가 쪽 베란다를 확장해 반려묘 올리의 공간으로 꾸몄다. 오른쪽 벽면은 둥글게 마감해 침실 분위기가 한층 아늑해졌다.

 

별도의 문을 달지 않아 올리가 거실과 침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오리홈의 SNS 계정에서 본 욕실 사진과 유사하게 만든 욕실.

 

복닥복닥한 주방과 마주보는 거실은 소파만 두었는데, 독특한 점은 베란다 부분을 확장할 때 침실로 통하는 문을 없애 반려묘인 올리가 거실과 침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옛날식 아파트라 유난히 넓은 침실은 확장한 베란다 부분에 파티션 역할을 하는 수납장을 만들고 벽에도 타일을 붙여서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하는 올리를 위한 코너로 꾸몄다. 현관처럼 침실에서도 벽을 곡면으로 만든 부분이 눈에 들어 왔다. “제가 동그란 요소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림을 그릴 때도 원형을 많이 사용하고, 직각의 모서리보다는 둥근 곡면의 벽이 더 예뻤어요. 그만큼 비용은 더 들었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라며 아내 오주현 씨가 말했다. 그녀는 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전공을 살려서 회화 작가로의 전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래서 현관과 가까운 방을 서재 겸 작은 화실로 만들었다. “보시면 이 방의 창문이 독특하고 예뻐요. 각이 진 출창 형태인데 유럽의 건물 같은 느낌도 나고 해가 들어오면 더 멋스러운 방이 되죠. 요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마치 출근하듯이 이 방에 들어와서 일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부부는 집을 고치기로 결심한 이후 참고가 될 만한 사진을 SNS에서 찾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제품이 있는 집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부부의 집을 보고 있으면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곧 멋지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좋아하는 취향대로 집을 리모델링했고 유행하는 브랜드나 스타일과 상관없이 가장 그들다운 모습을 지닌 집을 완성했다.

 

서재 겸 작업실. 아내인 오주현 씨가 재택근무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실처럼 사용하는 방이다. 그녀는 주로 인물화를 즐겨 그린다.

 

서재 겸 작업실. 아내인 오주현 씨가 재택근무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실처럼 사용하는 방이다. 그녀는 주로 인물화를 즐겨 그린다.

 

ITEM

부부가 함께 고른 만족도가 높은 제품과 인테리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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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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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Beauty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집

 

가구는 트렌디하게, 기본 마감은 탄탄하고 실용적으로 완성한 먼데이프로젝트 이경아 대표의 집.

 

 

15년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는 먼데이프로젝트 이경아 대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모든 것에 진심이다. 하고 있는 일에 완벽을 기하는 성격인 데다 집안 살림, 함께 사는 반려묘 제니, 리사에게도 지극정성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살 집을 고쳤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마음에 들 때까지 파고들었다. 작년에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살 집을 직접 리모델링한 이경아 대표의 집은 원래 부모님의 집이었다. 어머니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셀프 인테리어를 한 집이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당시 유행했던 아파트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과 어머니의 취향이 잘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경아 대표의 취향은 사뭇 다르다.

 

침실 입구 벽에는 스펙트럼의 페이퍼백 선반과 마지스의 퍼피 오브제, 캐비닛 형태의 제작 가구를 두었다.

 

“오래 두고 볼 디자인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트렌디한 게좋아요(웃음). 한번 산 가구를 몇 십 년씩 사용하기보다는 눈에 좀 질린다 싶으면 바꾸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내 눈에 예쁘고 좋은 것을 선택하기로 했죠”라고 말했지만 이 집이 트렌디한 가구를 채워 넣은 여느 집과 다른 점은 기본 바탕에 있다. 먼저 하얗게 보이는 벽면은 일반 도장이 아닌 가구에 사용하는 특수 도장을 선택했다. “도장을 하고 나면 뭐가 묻을까 봐 신경 쓰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생활하면서 벽에 손을 대면 자국이 남을까 싶어 걱정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도장은 가구 표면 도장처럼 뭐가 묻어도 쓱 닦아낼 수 있어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일반 가정집에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오랫동안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죠.” 만져보면 맨들맨들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벽면의 색다름은 침실로 이어진다.

헤드보드 대신 아트월로 벽면을 마감했는데, 디자인을 정한 뒤엔 발크로맷이란 소재를 퍼즐처럼 정교하게 붙였다. 넓은 벽면이어서 오차가 생기면 금세 티가 나기 때문에 고도의 작업이 필요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침실의 포인트가 됐다. “이번 집은 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업체 와셀로와 함께했어요. 집의 기본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손 발이 잘 맞아야 하고, 믿을 수 있는 실력자여야 했는데 와셀로 대표님이 그랬죠. ” 이경아 대표는 완벽한 히든 도어를 만들기 위한 경첩의 설치, 가구에 설치한 간접조명, 아일랜드 크기를 고려한 주방 조명 등 사진으로는 담기 어렵지만 살면서 만족도가 높은 디테일한 요소를 설명했다. 특히 주방이나 드레스룸, 캣선반 등과 같은 제작 가구에는 히든 라인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은은한 조명 효과도 낼 수 있고 조명을 켜두면 사소하지만 특별해 보이는 장식성도 느낄 수 있다.

 

보통 에어컨을 두는 거실 코너에 반려묘들을 위한 캣선반을 설치했다. 높이와 폭을 고려해서 만든 아이디어 가구다.

 

알렉산더 지라드의 오리지널 판화가 걸린 거실. 소파에서 편안하게 쉬길 원하는 남편을 위한 웬델보 소파는 보블릭, 건축을 보는 것처럼 와이어 다리가 멋스러운 에이 피터슨의 티 테이블은 에이치픽스에서 구입한 것.

 

가장 공을 들인 침실 벽면은 발크로맷 소재를 정교하게 맞춘 아트월이다. 디자인 호텔처럼
독특한 침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먼데이프로젝트 이경아 대표. 라인을 강조한 비아비주노의 펜던트 조명을 선택했고, 코너에 짠 선반장 아래를 이불장으로 만들어 실용적이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현관 쪽의 욕실과 붙어 있는 방은 남편 전용 드레스룸으로 꾸몄고, 침실과 마주보는 방은 이경아 대표의 드레스룸으로 분리했다. 함께 외출할 때도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아 편하다. 특히 침실의 마스터 욕실은 호텔처럼 넓고 쾌적하게 바꾸었다. “보통 안방에 달린 욕실은 좁은 파우더룸을 지나서 들어가게 돼 있어요. 어둡기도 하고,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아예 파우더룸을 없애고 넓은 욕실로 만들었어요. 덕분에 수납장도 짜서 넣을 만큼 넓어졌죠. 욕실과 관련된 제품을 모조리 수납할 수 있어 깔끔하고요.” 앞서 말한 대로 그녀는 살림에도 열정적이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바쁜 와중에도 집을 돌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수납이 가장 중요했다. 주방도 수납을 위해서 취소한의 폭만 남기고 수납장을 만들었는데 내력벽을 부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조리를 위한 넓은 아일랜드 그리고 사각형과 원형의 장점을 두루 갖춘 텍타의 식탁을 두어 주방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했다.

 

파우더룸을 없애고 그만큼 넓은 마스터 욕실을 만들었다. 덕분에 욕실 수납도 해결하고 쾌적한 공간이 됐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화이트 프레임의 TV를 두어 거실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내력벽 때문에 애매해진 다이닝 공간에 맞는 식탁을 찾던 중 에이치픽스에서 텍타의 테이블과 의자를 발견했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주방 뒤쪽으로는 소형 가전부터 그릇 등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가구를 제작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주인은 반려묘 제니와 리사다. 이경아 대표가 자식이나 다름없다며 애지중지하는 두 녀석을 위한 배려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거실에 있는 소파는 벨벳 같은 면 소재 소파인데요, 컬러도 아름답고 편하지만 고양이 털이 많이 붙더라고요. 평소에는 큰 천을 씌워서 사용해요. 털 때문에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돌돌이로 털을 떼는 게 일이지만 너무 예뻐서 다 잊게 되네요.” 거실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캣타워를 고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보통 에어컨이 놓이는 거실 코너에는 반려묘를 위한 캣선반을 만들었다. 서재방은 재택이 필요할 때 사용하곤 하는데, 평소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잠을 자거나 쉬는 공간이다.

 

서재의 옷장 사이에 만들어둔 캣선반과 침대. 아늑한 곳을 좋아하는 반려묘들을 위한 가구다.

 

아내와 남편을 위한 각자의 드레스룸. 가구 안에도 라인 조명을 삽입해 고급스럽고 장식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내와 남편을 위한 각자의 드레스룸. 가구 안에도 라인 조명을 삽입해 고급스럽고 장식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구는 다시 구입할 수 있지만 집은 웬만해서는 다시 공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초반에 제대로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대한 설계가 꼼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경아 대표의 집은 나중에 어떤 스타일의 가구가 오더라도 이를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둔 셈이다. 여기에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부부를 위한 개별 공간과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려묘와의 생활도 놓치지 않았다. 이는 15년 차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내공과 노하우의 반증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디자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숨겨진 아름다움이 이 집의 진짜 매력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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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âteau de Pierre Frey

프랑스 루예 성에서 펼쳐지는 피에르 프레이 아카이브

프랑스 루예 성에서 펼쳐지는 피에르 프레이 아카이브

 

프랑스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컬렉션인 브라퀴니에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었다. 강렬한 색채와 패턴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지는 루예 성으로 초대한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유레 주에 위치한 루예 성. 1180년대 지어져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년 전통과 유산을 지켜온 피에르 프레이의 브라퀴니에 컬렉션 기념 행사를 열기에 매우 적합한 장소였다. © Hubert de Castelbajac

 

지난 파리 데코 오프 기간 동안 프랑스 전통과 유산을 이어오고 있는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가 놀라운 전시를 열었다. 프랑스 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컬렉션인 브라퀴니에 Braquenié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브라퀴니에 애니버서리 Braquenié Anniversaire 1823~2023’ 컬렉션을 론칭한 것. 피에르 프레이는 2세기에 걸친 역사를 지닌 이 컬렉션을 더욱 웅장하게 담아내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고, 프랑스 남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루예 성이 이를 담아내기에 제격이었다. 54개의 패브릭과 36개의 벽지, 14개의 러그 그리고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영감이 되어준 40개의 아카이브가 루예 성을 가득 채웠다. 마치 마법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행성처럼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성의 일부 객실은 각각 거실, 다이닝, 침실, 드레스룸, 다락방 등으로 나뉘어 그 시절 왕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색과 패턴이 더해져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다이닝룸에는 프랑스 도자 브랜드 베르나르도와 협업해 출시한 테이블웨어 컬렉션이 더해져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불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역사와 전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피에르 프레이의 아트 디렉터 패트릭 프레이와 나눴다.

WEB www.pierrefrey.com

 

고딕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루예 성의 내부. 역사의 한 장면으로 타임 슬립한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왼쪽부터 피에르 프레이, 아트 디렉터 패트릭 프레이, 드 보송 그리고 이 성의 주인 장 기슬랭 래픽.

 

2세기에 걸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퀴니에 컬렉션. 그 속에 담긴 여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이야기는 1823년 피에르 앙투안 데미와 그의 아내가 파리에 가게를 차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부티크는 러그에 특화되어 다양한 가정용 카펫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다. 부부의 야망은 나날이 커져갔고 유명 카펫 공장인 피아트&르페브르 Piat&Lefebvre의 아들인 브라퀴니에 형제를 영입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예술적 경험과 사업적 기술을 적극 활용했고 사업은 번창했다. 그렇게 피에르 부부는 부티크를 더욱 확장시켰다. 1875년, 이들에게 겹경사가 찾아왔다. 피에르의 딸과 브라퀴니에 집안의 아들이 혼사를 맺었으며, 벨기에 국왕 레오폴트 2세로부터 브라퀴니에가 제조왕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이후 피에르 일가는 ‘브라퀴니에 에 씨에 Braquenie et Cie’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그들이 만든 제품의 품질은 확실히 인정받았고 브라퀴니에는 전설이 되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거대한 성 샤토 드 루예에서 브라퀴니에의 2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나의 아들 피에르가 루예 마을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루예 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전답사를 위해 성을 찾았고 이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 우리의 브라퀴니에 컬렉션이 이곳의 벽과 의자를 덮고 있었던 것. 이 성의 주인인 레픽 가족은 이미 우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었던 거다. 성의 일부 객실을 개조했고 아름다운 협업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파리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많은 게스트가 다녀갔고 200주년 기념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천주교 성물의 장식적인 요소를 재해석해 디자인한 대형 실크와 면, 리넨 컬렉션과 플루마틴 Fleumartin 패브릭으로 감싼 두 개의 금색 쿠션이 놓인 거실. 실크가 풍부하게 사용돼 두터운 무게감이 특징인 브로카텔 Brocatelle 원단의 묵직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Philippe Garcia

 

루예 성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유레 주에 위치한 루예 성의 역사는 특별하다. 1180년에 지어져 이집트 또는 고딕 건축양식에서 영감받아 유리와 벽돌 장식이 교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방어선의 마지막 요새 중 하나였던 이곳은 전쟁이 끝나자 왕실 소유가 되었다. 이후 15세기에 재건의 과정을 거친 이 저택은 3세기 후 조세핀 황후의 건축가인 루이 마르탱 베르토에 의해 또 한번 재설계되었다. 레픽 가문은 20세기 초, 마침내 이 낙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장 기슬랭 래픽 Jean- Ghislain Lepic과 그의 아내 엘레오노르 Eleonore는 이 저택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브라퀴니에의 세계가 펼쳐진 듯 ‘1823~2023년 기념 컬렉션’이 성 안을 가득 채웠다. 주요 테마는 무엇이었나?

이번 컬렉션은 피에르 프레이와 브라퀴니에의 유산 중 40개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 컬렉션은 브라퀴니에의 역사와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해내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는 총 네 가지 테마로 나뉜다. 첫째, 뜨왈 드 주이를 제조하는 오베르캄프 공장에 대한 영감. 둘째, 식물과 꽃, 허브 등 시골에서 찾은 즐거움. 셋째, 18세기의 자수 조끼인 엘레강트 직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디언 플로럴, 시누아즈리, 컬러 실크 등에서 찾은 이국주의로 나뉜다.

 

성대한 만찬을 연상시키는 다이닝룸. 풍성한 꽃다발과 화한, 푸릇푸릇한 풀로 가득 찬 꽃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패턴의 레오폴다인 Leopoldine 패브릭이 식탁 위를 환히 밝힌다. 테이블에 놓인 식기는 메종 베르나르도와 협업한 ’서비스 브라퀴니 Service Braquenié’ 컬렉션. © Constance E.T. De Tourniel

 

프랑스 장식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등으로부터도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다.

메종 브라퀴니에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신선한 관점으로 말이다! 고전적인 참고서는 제한이 없고 그것들은 현대인의 새로운 창조를 허용한다. 이번 행사에서 출시한 것들이 바로 그 증거다. 피에르 프레이는 3만 개 이상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자산이다.

 

피에르 프레이가 정의하는 프렌치 무드는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인 18세기부터 그래왔듯이 프랑스의 실내 인테리어는 디자인, 색상, 조명이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줄무늬와 체크, 크고 작은 프린트, 직물, 자수, 벽지, 러그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방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잘 조합할 경우 각각의 패브릭이 겉돌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게 된다. 내게는 리듬과 균형의 문제다. 방의 크기, 가구, 그림 또는 물건에 따라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유산과 환경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직물과 벽지, 카펫을 만드는 사람일 뿐 장식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어렵고, 내 컬렉션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울려퍼질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와 메종 브라퀴니에 컬렉션은 국제적인 참고자료인 프렌치 아트 드 비브르 French Art de Vivre 미술을 표방한다.

 

루예 성의 가장 큰 객실에 성대한 만찬이 차려졌다. 촛불이 어두운 내부를 밝히고 간단한 케이터링이 이곳에 초대받은 이들을 환영한다. 아름다운 꽃밭을 연상시키는 레오폴다인 패브릭과 베르나르도의 식기 컬렉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 Constance E.T. De Tourniel

 

18~19세기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패브릭으로 꾸민 다락방 침실. 19세기 십자수 디자인 모티프의 마리 폴 Marie Paule 원단으로 대형 캐노피를 만들었다. 침대에는 매력적인 꽃 줄무늬 패턴의 몬트바존 Montbazon 퀼트 패브릭과 콜론 Colonges 쿠션이 놓여 있다. © Constance E.T. De Tourniel

 

 

패브릭이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패브릭은 즉각적으로 공간을 변신시킨다. 장소에 안도감을 주며 따뜻한 효과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벽에 커튼만 걸어도 보호받는 듯한 아늑한 안방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아름답고 긴 세월의 협업을 희망한다. 앞으로도 메종 브라퀴니에의 정신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트렌드만 좇는 것이 아닌 우리의 욕망과 열정에 귀 기울이고 프랑스식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뜨왈 드 주이, 플로랄, 목가적 장면 등이 새겨진 패브릭 제품으로 가득한 드레스룸. 커튼은 신 드 캠페인 Scènes de Campagne 원단. 클리손 Clison 원단을 사용해 세리에즈 Ceriez에서 디자인한 목욕 가운 등 벽지부터 커튼, 룸 디바이더, 가운, 조명 갓, 슬리퍼까지 패턴의 향연이 펼쳐진다. © Philippe Garcia

 

한눈에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거대한 벽난로를 배경으로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마주보고 있는 네 개의 안락의자. 각각 리지외 Lisieux, 첸닐 생제르망 Chenille Saint Germain, 몬트레소 Montresor 원단으로 커버링했다. © Philippe Gar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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