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컬렉션인 브라퀴니에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었다. 강렬한 색채와 패턴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지는 루예 성으로 초대한다.
지난 파리 데코 오프 기간 동안 프랑스 전통과 유산을 이어오고 있는 텍스타일 브랜드 피에르 프레이 Pierre Frey가 놀라운 전시를 열었다. 프랑스 예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컬렉션인 브라퀴니에 Braquenié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브라퀴니에 애니버서리 Braquenié Anniversaire 1823~2023’ 컬렉션을 론칭한 것. 피에르 프레이는 2세기에 걸친 역사를 지닌 이 컬렉션을 더욱 웅장하게 담아내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고, 프랑스 남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루예 성이 이를 담아내기에 제격이었다. 54개의 패브릭과 36개의 벽지, 14개의 러그 그리고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영감이 되어준 40개의 아카이브가 루예 성을 가득 채웠다. 마치 마법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행성처럼 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성의 일부 객실은 각각 거실, 다이닝, 침실, 드레스룸, 다락방 등으로 나뉘어 그 시절 왕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색과 패턴이 더해져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다이닝룸에는 프랑스 도자 브랜드 베르나르도와 협업해 출시한 테이블웨어 컬렉션이 더해져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불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브라퀴니에 컬렉션의 역사와 전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피에르 프레이의 아트 디렉터 패트릭 프레이와 나눴다.
WEB www.pierrefrey.com
고딕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루예 성의 내부. 역사의 한 장면으로 타임 슬립한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2세기에 걸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퀴니에 컬렉션. 그 속에 담긴 여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 이야기는 1823년 피에르 앙투안 데미와 그의 아내가 파리에 가게를 차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부티크는 러그에 특화되어 다양한 가정용 카펫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다. 부부의 야망은 나날이 커져갔고 유명 카펫 공장인 피아트&르페브르 Piat&Lefebvre의 아들인 브라퀴니에 형제를 영입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예술적 경험과 사업적 기술을 적극 활용했고 사업은 번창했다. 그렇게 피에르 부부는 부티크를 더욱 확장시켰다. 1875년, 이들에게 겹경사가 찾아왔다. 피에르의 딸과 브라퀴니에 집안의 아들이 혼사를 맺었으며, 벨기에 국왕 레오폴트 2세로부터 브라퀴니에가 제조왕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이후 피에르 일가는 ‘브라퀴니에 에 씨에 Braquenie et Cie’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그들이 만든 제품의 품질은 확실히 인정받았고 브라퀴니에는 전설이 되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에 위치한 거대한 성 샤토 드 루예에서 브라퀴니에의 2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 장소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나의 아들 피에르가 루예 마을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루예 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전답사를 위해 성을 찾았고 이곳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다. 우리의 브라퀴니에 컬렉션이 이곳의 벽과 의자를 덮고 있었던 것. 이 성의 주인인 레픽 가족은 이미 우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었던 거다. 성의 일부 객실을 개조했고 아름다운 협업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파리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많은 게스트가 다녀갔고 200주년 기념 행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루예 성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유레 주에 위치한 루예 성의 역사는 특별하다. 1180년에 지어져 이집트 또는 고딕 건축양식에서 영감받아 유리와 벽돌 장식이 교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방어선의 마지막 요새 중 하나였던 이곳은 전쟁이 끝나자 왕실 소유가 되었다. 이후 15세기에 재건의 과정을 거친 이 저택은 3세기 후 조세핀 황후의 건축가인 루이 마르탱 베르토에 의해 또 한번 재설계되었다. 레픽 가문은 20세기 초, 마침내 이 낙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장 기슬랭 래픽 Jean- Ghislain Lepic과 그의 아내 엘레오노르 Eleonore는 이 저택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브라퀴니에의 세계가 펼쳐진 듯 ‘1823~2023년 기념 컬렉션’이 성 안을 가득 채웠다. 주요 테마는 무엇이었나?
이번 컬렉션은 피에르 프레이와 브라퀴니에의 유산 중 40개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 컬렉션은 브라퀴니에의 역사와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해내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는 총 네 가지 테마로 나뉜다. 첫째, 뜨왈 드 주이를 제조하는 오베르캄프 공장에 대한 영감. 둘째, 식물과 꽃, 허브 등 시골에서 찾은 즐거움. 셋째, 18세기의 자수 조끼인 엘레강트 직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디언 플로럴, 시누아즈리, 컬러 실크 등에서 찾은 이국주의로 나뉜다.
프랑스 장식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등으로부터도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다.
메종 브라퀴니에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신선한 관점으로 말이다! 고전적인 참고서는 제한이 없고 그것들은 현대인의 새로운 창조를 허용한다. 이번 행사에서 출시한 것들이 바로 그 증거다. 피에르 프레이는 3만 개 이상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자산이다.
피에르 프레이가 정의하는 프렌치 무드는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인 18세기부터 그래왔듯이 프랑스의 실내 인테리어는 디자인, 색상, 조명이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줄무늬와 체크, 크고 작은 프린트, 직물, 자수, 벽지, 러그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방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잘 조합할 경우 각각의 패브릭이 겉돌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게 된다. 내게는 리듬과 균형의 문제다. 방의 크기, 가구, 그림 또는 물건에 따라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적 유산과 환경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직물과 벽지, 카펫을 만드는 사람일 뿐 장식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어렵고, 내 컬렉션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서만 울려퍼질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와 메종 브라퀴니에 컬렉션은 국제적인 참고자료인 프렌치 아트 드 비브르 French Art de Vivre 미술을 표방한다.
패브릭이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패브릭은 즉각적으로 공간을 변신시킨다. 장소에 안도감을 주며 따뜻한 효과도 가져온다. 예를 들어, 벽에 커튼만 걸어도 보호받는 듯한 아늑한 안방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피에르 프레이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아름답고 긴 세월의 협업을 희망한다. 앞으로도 메종 브라퀴니에의 정신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트렌드만 좇는 것이 아닌 우리의 욕망과 열정에 귀 기울이고 프랑스식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