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트렌디하게, 기본 마감은 탄탄하고 실용적으로 완성한 먼데이프로젝트 이경아 대표의 집.
15년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는 먼데이프로젝트 이경아 대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모든 것에 진심이다. 하고 있는 일에 완벽을 기하는 성격인 데다 집안 살림, 함께 사는 반려묘 제니, 리사에게도 지극정성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살 집을 고쳤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마음에 들 때까지 파고들었다. 작년에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살 집을 직접 리모델링한 이경아 대표의 집은 원래 부모님의 집이었다. 어머니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셀프 인테리어를 한 집이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당시 유행했던 아파트 특유의 클래식한 스타일과 어머니의 취향이 잘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경아 대표의 취향은 사뭇 다르다.
“오래 두고 볼 디자인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트렌디한 게좋아요(웃음). 한번 산 가구를 몇 십 년씩 사용하기보다는 눈에 좀 질린다 싶으면 바꾸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내 눈에 예쁘고 좋은 것을 선택하기로 했죠”라고 말했지만 이 집이 트렌디한 가구를 채워 넣은 여느 집과 다른 점은 기본 바탕에 있다. 먼저 하얗게 보이는 벽면은 일반 도장이 아닌 가구에 사용하는 특수 도장을 선택했다. “도장을 하고 나면 뭐가 묻을까 봐 신경 쓰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생활하면서 벽에 손을 대면 자국이 남을까 싶어 걱정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도장은 가구 표면 도장처럼 뭐가 묻어도 쓱 닦아낼 수 있어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일반 가정집에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오랫동안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죠.” 만져보면 맨들맨들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벽면의 색다름은 침실로 이어진다.
헤드보드 대신 아트월로 벽면을 마감했는데, 디자인을 정한 뒤엔 발크로맷이란 소재를 퍼즐처럼 정교하게 붙였다. 넓은 벽면이어서 오차가 생기면 금세 티가 나기 때문에 고도의 작업이 필요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침실의 포인트가 됐다. “이번 집은 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업체 와셀로와 함께했어요. 집의 기본을 만드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손 발이 잘 맞아야 하고, 믿을 수 있는 실력자여야 했는데 와셀로 대표님이 그랬죠. ” 이경아 대표는 완벽한 히든 도어를 만들기 위한 경첩의 설치, 가구에 설치한 간접조명, 아일랜드 크기를 고려한 주방 조명 등 사진으로는 담기 어렵지만 살면서 만족도가 높은 디테일한 요소를 설명했다. 특히 주방이나 드레스룸, 캣선반 등과 같은 제작 가구에는 히든 라인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은은한 조명 효과도 낼 수 있고 조명을 켜두면 사소하지만 특별해 보이는 장식성도 느낄 수 있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현관 쪽의 욕실과 붙어 있는 방은 남편 전용 드레스룸으로 꾸몄고, 침실과 마주보는 방은 이경아 대표의 드레스룸으로 분리했다. 함께 외출할 때도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아 편하다. 특히 침실의 마스터 욕실은 호텔처럼 넓고 쾌적하게 바꾸었다. “보통 안방에 달린 욕실은 좁은 파우더룸을 지나서 들어가게 돼 있어요. 어둡기도 하고,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아예 파우더룸을 없애고 넓은 욕실로 만들었어요. 덕분에 수납장도 짜서 넣을 만큼 넓어졌죠. 욕실과 관련된 제품을 모조리 수납할 수 있어 깔끔하고요.” 앞서 말한 대로 그녀는 살림에도 열정적이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바쁜 와중에도 집을 돌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수납이 가장 중요했다. 주방도 수납을 위해서 취소한의 폭만 남기고 수납장을 만들었는데 내력벽을 부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조리를 위한 넓은 아일랜드 그리고 사각형과 원형의 장점을 두루 갖춘 텍타의 식탁을 두어 주방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주인은 반려묘 제니와 리사다. 이경아 대표가 자식이나 다름없다며 애지중지하는 두 녀석을 위한 배려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거실에 있는 소파는 벨벳 같은 면 소재 소파인데요, 컬러도 아름답고 편하지만 고양이 털이 많이 붙더라고요. 평소에는 큰 천을 씌워서 사용해요. 털 때문에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돌돌이로 털을 떼는 게 일이지만 너무 예뻐서 다 잊게 되네요.” 거실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캣타워를 고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보통 에어컨이 놓이는 거실 코너에는 반려묘를 위한 캣선반을 만들었다. 서재방은 재택이 필요할 때 사용하곤 하는데, 평소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잠을 자거나 쉬는 공간이다.
가구는 다시 구입할 수 있지만 집은 웬만해서는 다시 공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초반에 제대로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대한 설계가 꼼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경아 대표의 집은 나중에 어떤 스타일의 가구가 오더라도 이를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둔 셈이다. 여기에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부부를 위한 개별 공간과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려묘와의 생활도 놓치지 않았다. 이는 15년 차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내공과 노하우의 반증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디자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숨겨진 아름다움이 이 집의 진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