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모던 스타일로 독보적인 색깔을 지녔던 디자인 스튜디오 호스팅하우스가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털어놓은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장호석 대표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놓은 사무실 겸 쇼룸. 디테일이 많은 탓에 컬러는 되도록 자제하고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다.
바야흐로 2018년, 인테리어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었다. 공간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장호석과 글로벌 패션 브랜드 마케터 출신인 김석진이 함께하는 호스팅하우스 Hosting House가 바로 그것. 당시 두 사람이 합심해 성수동에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숍 호스팅’과 ‘카페 호스팅’은 마치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을 법한 이국적이고 감각적인 모습의 인테리어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갓 1년 차에 접어든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의 뛰어난 감각을 일찍이 알아본 여러 매체는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뷰를 요청해왔고, 새로운 피를 원하던 삼성전자, 대림 E&C, 파넬, 르 라보, 조 말론 등 여러 기업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브랜드 론칭 1주년이 되던 2019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였던 타운하우스 형태의 부스는 그야말로 문전성시. 프리츠한센, USM 등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함께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5일 내내 긴 대기줄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후 호스팅하우스는 인테리어, 컨설팅, 디자인을 도맡으며 쉴 새 없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작년에는 급격히 늘어난 직원들을 물리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도 마쳤다. 예식장으로 사용했던 텅 빈 공간에는 벽과 방이 만들어졌고, 호스팅하우스만의 색깔을 하나씩 입혀 나갔다. 그 어떤 근심 걱정 없이 창창하고 밝은 미래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면 이 인터뷰는 너무 뻔하고 지루했을지 모른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5년의 시간, 호스팅하우스는 잠시 숨을 고르는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호스팅하우스의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는 장호석 대표.
“솔직히 말하면 이 인터뷰를 할지 말지 고민했어요.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거든요. 이 과정 또한 저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걸 이렇게 기록하고 <메종> 독자들에게 새로운 계획에 대해 들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함께 동업했던 김석진 대표와는 각자의 길을 응원하며 좋은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어요. 4월에 큰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서 그걸 마무리한 뒤에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죠. 새롭게 단장한 뒤 올해 하반기에 돌아올 예정이에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게 된 이유
클래식부터 모던, 오리엔탈 등 다양한 스타일의 소품으로 가득하지만 복잡하지 않고 조화롭다. 이것이 바로 호스팅하우스의 색깔이 아닐까.
오픈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인테리어 전공자가 아니었던 장호석은 클라이언트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단단한 총알이 없다는 사실에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오로지 그가 수없이 보고 듣고 맡아보며 키운 오감과 직감에 의존하며, 쏟아지는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다. “이윤은 생각 안하고 정말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가성비 좋은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거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잘 모를 때는 막 질러대다가 회사가 커지고 인테리어 시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까 스스로 타협을 하고 있더라고요. 클라이언트에게 맞추고, 직원들에게 맞추다 보니 발전보다는 정체에 가까운 상황이 온 거죠. 주변에서는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해요. 근데 저는 남들이 뭐라 하든 안주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디자이너로서 독약이잖아요.” 어느덧 꽤나 두꺼운 포트폴리오가 생겼지만 그는 언제나 성수동의 호스팅하우스 편집숍과 카페를 최고의 작업으로 꼽는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살고 있는 2023년의 장호석은 열정과 패기, 확신으로 똘똘 뭉쳤던 그 당시의 자신이 그리워졌다.
클라이언트 미팅룸이자 회의실로 사용하는 곳. 앞쪽에는 대형 벽걸이 TV를 달아 PT도 가능한 공간이다.
그가 좋아하는 것의 대다수는 공장에서 찍어낸 브랜드 물건보다 빈티지나 앤티크한 소품이 주를 이룬다.
Hosting House Season 2
고급스럽다는 말에 비싼 물건은 하나도 없다고 웃으며 답하는 장호석 대표의 방. 책상 앞에 놓인 빨간색 의자는 빈티지 마켓에서
20만원에 구매한 것.
5년 전, 뉴욕에서 보낸 10여 년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붙여진 타이틀은 데커레이터 혹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였다. 바로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 그는 다시 그 직업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테리어를 바라보는 대중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어요. 아무리 작은 원룸이라도 스스로의 취향에 맞게 직접 꾸며보고 가구를 바꿔보는 일을 당연시하게 된 거죠. 이제서야 한국에서도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기 시작했달까요. 소수만이 누렸던 문화가 점차 대중화될 것이라 생각해요.” 공간의 구조를 바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달리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는 커튼, 러그, 벽지 등 가구와 소품을 이용해 계절과 상황에 맞게 공간을 새롭게 연출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데,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직업 중 하나. 마치 패션처럼 그해의 리빙 트렌드와 컬러를 분석하고 스타일링함으로써 공간의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장호석이 꾸려나갈 호스팅하우스의 방향성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클래식 모던을 추구하는 그의 취향을 담은 가구부터 시작해 패브릭과 월커버링, 조명까지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인테리어 스튜디오이자 브랜드가 되는 것. “저는 대단한 개발을 하거나 완전한 새로움을 창조하지 않아요. 어딘가 있을 법한 것을 한데 모아 조화롭게 펼쳐 보이는 감각을 저의 정체성이자 색깔이라고 생각하죠. 새롭게 보여줄 시즌 투는 더욱 화려하고, 과감하고 다양해질 거예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참 많거든요.” 초심으로 돌아갈 생각에 한편으로는 설렌다는 그, 한층 단단해져 돌아올 장호석의 호스팅하우스를 기대해본다.
미팅룸에서 바라본 사무실 모습.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구와 소품은 물론 음악과 향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