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주의 양식을 좋아하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1960년대 바르셀로나 외곽 지역의 집을 새롭게 단장했다. 유행에서 벗어나 색다른 트렌드로 채워진 새로운 주거 공간을 소개한다.
이 집은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기차를 타면 정확히 1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장점이 많아서다. 교통 체증이나 환경오염 같은 혼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니에르 게라 Renier Guerra와 로베르토 사라세노 Roberto Saraceno는 디자이너이자 부부로 2020년부터 바르셀로나 북부 티비야드 산의 중턱에 위치한 세라 델 콜레솔라 자연공원에 있는 ‘꿈의 집’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꿨다. 베로나에서 태어나서 안무가로 활동했던 로베르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이 빌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거진 숲이 들어서 있어 지중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숲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보기 드문 장소이기 때문이다. 건축 구조는 이곳이 1960년대로 돌아가야 볼 수 있을 법한 개성적인 집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 집이 지어진 시기는 1960년대로, 이들 부부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거대한 떡갈나무가 견고한 이 집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풍경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이곳이 우리 집이야’라고 말할 때마다 감동하곤 해요.” 앞서 설명했듯이 이곳은 바로셀로나의 역사적 중심 거리와 가깝고 기차로도 연결되어 있다. 레니에르와 로베르토는 집을 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부부는 이 집을 주거지로 선택했던 2년 전, 평화로운 인생 제2의 서막을 열었다. 그 당시 가족이었던 두 마리의 강아지 롤로와 폭도 함께 있었다. 이들은 집에 남아 있는 1960년대 분위기가 깃들어 있는 가구를 남겨놓고 모두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특히 실내장식에 집중했다.
숲속의 집
거실의 왼쪽 벽면은 현대미술의 전시 공간처럼 활용되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자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으며, 마치 그림 작품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 1층에는 바리에르의 요청으로 테르헤 엑스트롬 Terje Ekstrøm이 디자인한 분홍색 안락의자가 보인다. 이는 잘 알려진 상징적 모델이다.
“우리는 스스로 디자인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1994년 빈티지 가게 두 곳을 열었어요. 한 가게는 패션을 다뤘고, 다른 가게는 가구 전문점이었어요. 우리는 늘 다양한 표현을 함께 다루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해진 미학적 태도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습니다.” 게라와 사라세노의 주거 공간에는 오래된 골동품이 함께하지만 질리지 않는 다양한 트렌드가 조합되어 있고, 더 나아가 틀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창의적인 표현이 숨 쉬고 있다. “우리는 항상 지켜야 하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 규칙은 정확히 말해 빈티지라고 볼 수 없는 물건은 배치하지 않는 거죠.” 1960년대 집이 시공된 후 함께했던 가구와 사물은 매우 다양하지만 조화로운 일관성을 보여준다. 이는 부부가 늘 새롭게 실험하고 도전하는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의 2층에 있는 다채로운 색감과 개성 있는 조각상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봤다. “우리는 매년 로스앤젤레스와 파리, 런던의 전시장과 플리마켓을 돌아다녔어요. 그곳에서 이 작품들을 구매합니다.” 정 방형으로 110m의 너비를 지닌 이 집은 전통적으로 구획되어 있다. 1층에 는 응접실, 다이닝, 부엌이 있다. 2층에는 숙면을 위한 두 개의 침실과 작은 휴게실, 화장실 그리고 드레스룸이 배치되어 있다. 빨강, 분홍, 초록 그리고 노란색이 섞인 포스터는 집 안이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분위기를 활기 차게 만든다. “거실은 예외예요. 거실의 배경은 흰색, 검은색 그리고 회색이거든요. 우리 부부는 원색의 가구들로 포인트를 주는 미드센트리 모던 방식으로 집을 꾸미고 싶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원래의 모습과 가까워요.” 로베르토가 말한 원래의 모습이란 세이지 그린과 붉은 루비색의 주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의 원래 기능을 돌려주고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1960년대 모습을 지키고자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했어요. 바로 응접실에 있는 작은 창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익숙해요. 그래서 작은 유리창 대신 넓은 유리창으로 리모델링했고, 집 주변에 있는 자연과 주거 공간이 어우러지도록 만들었어요. 이러한 선택은 집과 주변의 자연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줍니다.”
빈티지의 승리
다이닝의 테이블과 의자는 놀의 튤립 체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엘레나 스타닉 Elena Stanic이 디자인한 작품이다. 조지 넬슨의 램프와 조명은 보다포르스 Bodafors의 요청으로 디자이너 베르틸 고트프리드 하겐 Bertil Gottfrid Hagen이 1950년대 디자인한 북유럽 스타일의 빈티지 찬장과 연관된 스타일을 보여준다. 마르첼라 구티에레즈 Marcela Gutiérrez의 수채화가 벽에 걸려 있다.
시간이 멈춘 풍경
저택의 침실에는 미술가인 실비라 프라다의 작품이 걸려있다. 정원에서는 1960년대 기억을 자극하는 줄무늬가 있는 그네를 발견할 수 있다.
조화로운 스타일
1960년대 풍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부엌과 고전 양식이 담긴 실내장식 사이로 지구 램프가 모습을 드러내는 손님 방. 존 해머보그는 1960년대 북유럽 디자인을 차용해 금속, 특히 동을 사용한 램프를 디자인했다. 1층에서는 어니스트 모켈이 디자인한 여러 개의 캥거루 의자가 보인다.
수준 높은 정원은 이 집을 훨씬 특별하게 만든다. 잘 손질된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그 의미를 더한다. “위층의 벤치가 있는 작은 공원은 입구 역할을 합니다. 철과 목재로 제작한 벤치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쉴 공간을 제공 해주죠. 2층에는 야외 다이닝을 만들었어요. 옆에는 붙박이 벽난로가 있죠. 아래로 내려가면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자연이 커피 테 이블과 그네가 있는 공간을 감싸줍니다. 다른 편에는 수영장도 있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의 아름다운 여름은 몇 달 동안 지속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영장에서 새로운 기분을 느끼죠. 제일 위층에는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온실 정원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식물들 때문입니다. 정원에 있는 토착 식물은 어디에서나 원하는 방식으로 자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집을 보호해주는 커다란 떡갈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들은 강인함과 현명함을 지닌 커다란 떡갈나무의 존재감을 알아챘을 것이다.
공간의 편안함
응접실 소파에 강아지가 앉아 있다. 검은색 가죽 소파는 라인 로제의 요청으로 디자이너 미셸 뒤카로이가 디자인한 1970년대 오리지널 토고 소파다. 벽에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누드화가 걸려있다. 아래 사진은 거실의 베란다를 바라본 모습이다. 옆 페이지는 70년 된 마르모 테이블 그리고 에이비에스 흰색 의자가 놓인 숲속의 다이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