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낯설지만 색다른 요소와 편안함을 적용한 세 식구의 집.
좋은 호텔에서 묵었던 경험은 여행의 추억을 오래 기억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호텔 같은 집을 꿈꾸는 이들도 많은데, 스타일에 대한 정의는 각자 다를 것이다. 황현순, 김지영 부부의 집은 안락함과 일반적인 집처럼 느껴지지 않는 색다른 요소를 반영한 호텔 스타일의 집이다. “저희 가족이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요, 여행지에서의 호텔은 그 기간만큼은 집인 셈이잖아요. 묵는 동안 편안하기도 하고, 떠날 땐 정도 들고요. 그런 복합적인 느낌을 집에 담고 싶었어요.” 김지영 씨가 집을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지인이기도 한 꿈꾸는집 한상선 실장에게 공사를 맡겼는데, 그녀는 “공사 기간 동안 가족분들이 미국에 계셨어요. 카톡을 통해 서로 시안이나 공사 진행 상황 등을 공유했는데요, 미국 현지에서 보내주시는 참고 사진과 제가 하려는 방향이 거의 비슷해서 놀랐죠. 클래식하면서 트렌디한 감성도 느낄 수 있도록 소재나 색감, 구조적인 부분을 신경 썼어요”라며 공사가 진행된 두 달간의 시간도 빠듯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집은 서울에 생긴 1세대 주상복합이다. 당시 건설된 주상복합은 방 두 개로 나눠도 될 만큼 침실이 넓은 것이 특징이었지만 주방은 가구를 배치하기에 동선이나 구조가 애매했다. “지금 냉장고를 둔 벽에 싱크대가 있었고 앞에는 아일랜드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식탁 자리가 좀 애매했죠. 그래서 아예 싱크대의 위치를 과감하게 바꾸고 11자 형태의 긴 주방을 만들었어요. 식탁을 별도로 두는 대신 아일랜드를 길게 연장해 공간이 시원하고 독특해 보이죠.” 한상선 실장의 말처럼 현관에서부터 투명한 중문을 통해 보이는 11자로 뻗은 주방은 집보다는 스튜디오나 레지던스 같다는 인상을 준다. 거실에는 벽에 작품을 걸고 부드러운 곡선의 소파와 곡면의 벽을 만들어 안락함을 강조했다. TV가 놓일 법한 자리에는 책장을 겸할 장식 선반을 짜넣었다. 김지영 씨에게 거실의 주인공은 작품이다. “거실 벽에 건 강준영 작가의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전까지는 작품에 관심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작품 한 점이 공간의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매일 체감해요. 소파에 눕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작품이 있어서 아늑한 라운지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한상선 실장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공간은 침실이다. 방을 두 개로 나눠도 될 만큼 넓은 침실을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벽을 세워서 공간을 분할해야 할지, 아예 방을 두 개로 만들 것인지 등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넓은 침실의 이점을 살려 작은 책상을 두고, 아들 방에 둘 수 없는 피아노와 많은 장식적인 역할을 겸할 서랍장을 두었죠. 스위트룸 같은 넓은 호텔 객실에는 침실과 책상을 가까이에 두는 경우가 있잖아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침대 양쪽에는 같은 조명을 두고 침실 욕실은 클래식한 스타일로 리모델링해 정말 여행지에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죠.” 빨간색 콘 체어와 보라색 침대 헤드보드 그리고 크림색 가구들이 어우러진 침실은 트렌디하면서도 이색적이다. 집에 있는 두 개의 욕실 또한 두 가지 다른 스타일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들의 방과 남편의 서재와 가까운 욕실에는 세면대를 두 개 만들었고 침실의 욕실은 아내가 주로 사용한다. 한상선 실장은 바깥 욕실에는 일률적이지 않은 형태와 은은한 광이 매력적인 젤리지 타일과 철제 세면대를 설치했다. 남편과 아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인더스트리얼한 스타일로, 침실에 있는 욕실은 대리석 타일과 나무 서랍장 등을 사용해 좀 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스타일도 중요하고, 멋진 것도 좋지만 공간에 압도되기보다는 내가 사는 집을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와 아들은 각자의 노트북으로 뭔가를 보거나 작업하는 일이 많아요. 거실에 TV를 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TV 대신 책장을 만들었고, 긴 아일랜드를 식탁처럼 사용하고요. 정해진 규칙 없이 가족에게 맞는 집이어야 하는 거죠. 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느낌과 저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완성하게 돼서 만족합니다.” 집 인테리어를 고민할 땐 새로움과 시각적인 것에 치중하기 쉽지만 집주인 김지영 씨는 사는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멋진 호텔에서의 경험을 뒤로하고 가장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설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