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조의 팔레트

과감한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

과감한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
  100년 넘은 전통 독일식 구조를 커다란 캔버스로 삼았다. 세 식구의 색으로 물들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니아 김의 뮌헨 하우스.  
장 프루베의 검은색 다이닝 테이블이 놓인 이곳은 소니아 김의 홈 오피스이자 가족이 함께 모이는 다이닝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남편의 디제잉 세션이 열리는 가변적인 공간이다. 거실과 연결되는 구조가 재미있다.
  유럽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이들에게는 가장 부러운 점이 하나 있다. 짜맞춘 듯한 네모난 한국식 아파트에서 벗어나 세월의 흔적이 멋스러운 클래식한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의 감도 높은 안목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흉내 낼 수 없는 오랜 연식의 무게감을 인테리어 요소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독일 뮌헨에서 살고 있는 소니아 김의 집이 딱 그러했다. 서울과 뮌헨을 오가며 프리랜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기업의 광고 기획과 브랜딩, 상품 기획을 도맡는 소니아 웍스 Works와 개인 프로젝트인  소니아 미츠 Meets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 PR 포지션으로 독일계 회사에서 일했어요. 퇴사 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작업을 지속해왔고 독립적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 소니아 웍스의 시작입니다. 승효상 건축가의 가구 ‘이로재 오브젝트’의 브랜딩 디렉터로도 활동했고요. 개인 프로젝트인 소니아 미츠는 말 그대로 작가들을 만나 작업을 기획하고, 아트피스를 기획 및 전시하는 프로젝트예요”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남편 토마스, 다섯 살 아들 에단 그리고 소니아 김. 리빙 디바니의 푸른색 소파를 중심으로 대조를 이루는 색상들이 주변과 어우러져 거실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늘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마주할 때면 가장 먼저 이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어김없이 가족 구성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이돌 그룹 같은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T.S.E가 저희 삼인조의 약자예요. 토마스 Thomas, 소니아 Sonia, 에단 Edan 이렇게 세 명입니다. 2018년, 주니어 에단이 합류했고요.” 이들 가족의 단란한 보금자리는 뮌헨의 프렌치 지역으로도 불리는 하이드하우젠에 위치한다. 이곳은 공원과 강가, 아름다운 공공구역이 촘촘히 도보권에 자리하고 있어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이 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문으로 인해 생겨난 흥미로운 시퀀스 때문이었다. 커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 공간이 분할된 구조인데, 그로 인해 벽이 많아 ‘소니아 미츠’의 갤러리로 더없이 완벽했다. “100여 년 된 이야기가 있는 집이에요. 뮌헨의 역사가 기록된 흑백사진집에서 이 건물의 외관을 본 적 있는데, 몇 번의 리노베이션을 거쳤지만 전면적인 구조나 큰 틀을 흔들지 않아 전통적인 독일식 모습을 간직하고 있죠.” 커다란 복도를 기준으로 좌우로 총 여덟 개의 문이 있는데, 왼쪽 세 개의 문은 마로니에 나무와 거대한 분수대가 있는 남향을 향해 있으며, 안쪽부터 거실, 오피스를 겸하는 다이닝 그리고 아이 방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세 개의 방 사이에 서로 연결할 수도, 단절할 수도 있는 문이 존재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시퀀스가 바로 이 집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주인공인 셈이다. 반대쪽으로는 안뜰을 바라보고 창이 있는 침실과 부엌, 작은 발코니, 욕실, 게스트 화장실이 위치한다. 서로 연결되어 자칫 미로처럼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들은 컬러를 칠해 시각적으로 분리 효과를 줬다. 흔히 볼 수 없는 과감한 컬러 벽을 시도한 것.  
제각기 매력적인 컬러를 입은 방과 달리 복도는 화이트&우드로 심플하게 마감해 시각적 피로감을 덜어냈다.
   
모던한 장 프루베의 테이블 위에 단 샹들리에와 빈티지 그릇장이 예상을 깨는 재미를 준다.
  “직접 사다리에 올라가 3m가 넘는 벽을 칠하는 과정이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독일에서는 페인트를 비롯해 어지간한 집 수리, 전기 설비, 조명 설치는 직접 해요.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방과 방 사이에 문이 있는 구조 덕분에 컬러로 레이어를 쌓는 재미가 있었어요.”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다이닝을 겸하는 홈 오피스다. 평일 낮에는 소니아의 홈 오피스로, 주말에는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고 밤에는 남편의 디제잉 스테이션으로도 변신한다. 아들 에단의 방도 범상치 않았다. 한창 자기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에단이 직접 벽의 색과 베딩, 의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 삼인조를 위한 고유의 팔레트를 입은 컬러풀 하우스가 완성됐다. “시각적으로 넓어 보여야 한다는 등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컬러를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편이에요. 공간마다 평화로운 긴장감을 만들고 때때로 경쾌한 충돌과 조화를 일으키는 걸 즐깁니다.” 가구 역시 대체로 선이 굵고 심플하지만, 크리스털 샹들리에나 곡선이 도드라지는 화병과 오브제의 조합으로 여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저는 살짝 삐딱한 균형감, 클리셰를 비껴간 재미라고 할까요. 짙고 모던한 테이블 위에 으레 있을 법한 펜던트를 달고 싶진 않았어요. 홈 오피스에 웬 핑크를 끼얹는 재미, 거기에 빈티지 녹색 바로크장을 두고 벨벳 커튼까지 달며 킥킥거렸죠. 저만 웃을 수 있는 맥락이 있어요.”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설명했다.  
거실 한쪽 벽면에 마련한 사무 책상. 그간 수집해온 다양한 작품과 오브제가 놓여 있다.
   
빈티지 가구와 컬러풀한 소품으로 꾸민 안락한 주방.
  그녀에게 집이란 가정을 돌보는 동시에 커리어를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기에 더욱 의미가 클 터. 평일에는 생산성 본부인 홈 오피스로, 주말에는 친구들과의 만남과 남편의 디제잉 세션이 열리는 가변적인 다이닝 겸 오피스 공간을 가장 애정한다는 소니아 김. 세 식구는 시간을 축으로 영역을 나눠 쓰며 누구보다 집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벽의 색깔, 책상, 의자 등 모두 에단이 직접 선택했다. 밖에서 충분히 놀고 집에서는 휴식을 취한다는 개념이 확실해서 아이 방치고는 장난감이 없는 모습.
 
거실에서 다이닝을 바라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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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장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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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담긴 집

개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클래식 하우스

개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클래식 하우스
  선혁 김용남 대표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클래식 하우스를 찾았다. 구석구석 이야기가 가득하다.  
현관을 마주한 벽에는 하나, 둘 수집해온 목판을 액자처럼 걸었다. 아래 놓인 테이블은 김용남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것.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 서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일몰 시간이 되면 집 안을 물들이는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건축가 에로 사리넨은 말했다. “신문, 잡지 기자처럼 토끼 단위의 시간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건축처럼 코끼리 단위로 시간을 재는 분야를 이해하기 힘들겠죠.” 그렇다. 매달 돌아오는 마감의 삶을 사는 이로서 1년에 한두 개의 마감을 쳐내는 이들의 삶을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하이엔드 주거&오피스 인테리어를 선도하고 파올라 렌티, 데지레, 포졸리 등 수입 가구 브랜드 전개하는 선혁의 김용남 대표의 삶이 꼭 그렇다. 그는 지금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26년 차 공간 디자이너. 신발장을 짜기 위해 클라이언트가 즐겨 신는 신발 종류까지 모조리 파악해야 하는 섬세함과 완벽주의는 지금의 선혁을 있게 한 토대가 되었다. 지난 4월 그가 약 1년간 공을 들인 공간이 문을 열었다.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새롭게 조성한 프리미엄 레지던스 더 헤븐 아일랜드 리조트다. “전체 인테리어 코디네이션과 디자인 컨설팅을 했어요. 카페 디자인, 펜트하우스, 로비,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의 세팅과 코디도 담당했고요. 여기가 제주보다 공기가 더 좋대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이곳에 오다 보니 결국 한 객실을 취향껏 꾸미게 됐어요. 클라이언트 미팅도 이곳에서 종종 하고요. 분양을 위한 평형대를 보여주는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저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그동안 컬렉션한 작품이나 소품, 제가 직접 디자인한 고재 가구들로 채운 거죠.”       크게 거실 겸 주방과 마스터룸,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 구석구석에서 김용남 대표의 취향이 묻어난다. 신축이라는 특성상 크게 공사하지는 않았지만 두 부분에 손을 댔다. 거실을 향해 난 두 개의 안방 문 중 하나를 막고 드레스룸의 유리문에 벽지를 발라 마치 벽장 같은 느낌을 구현한 것. 문을 막아 생긴 벽과의 단차에 선반을 달고 직접 디자인한 고재 테이블을 배치하자 작은 서재 공간이 생겼다. 서해 바다를 벗삼아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 직접 제작한 침대 헤드 부분에는 샬롯 페리앙의 사진부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엔조 리의 회화, 루이스 부르주아의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걸려 있다. 공간은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짓기 어렵다. 클래식하기도, 모던하기도, 미니멀하기도, 따뜻하기도 하지만 왜인지 조화롭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에르 샤포의 스툴, 지오 폰티의 테이블, 조지 나카시마의 다이닝 체어, 직접 디자인한 춘향목 고재 가구, 빈티지 조명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구와 소품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 주위에는 늘 골동이 있었다. 인사동에서 가구숍을 운영하셨던 아버지, 매일 걷던 안국동 풍문여고 등하굣길에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 자리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훈기에 마음이 동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저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세팅할 수 있는 그런 집에는 별 흥미를 못 느껴요. 옛날에 쓰던 물건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잖아요. 굉장히 클래식하죠?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이 촌스럽다고 잘못 인식되어 있어요. 대신 디테일과 퀄리티가 중요해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테일에 신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 디테일만 잘 구현한다면 심플함이 따라오지 못하는 깊이가 생겨요. 몰딩의 깊이나 시공 방법에서 그 차이가 오거든요. 자칫 잘못 흉내내면 유치하고 마치 세트장 느낌처럼 졸부스러워지는 거죠.”    
벽에 걸린 회화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엔조 리 작가의 작품. 흰 소파는 데지레, 티 테이블은 춘향목 고재를 직접 디자인해 만든 것.
    옛 물건에 대한 천착은 그의 작품 활동까지 가닿았다. 그는 옛 전통 2단장을 현대 물성인 유리로 표현한 작품으로 2년 전 광주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이력을 지닌 신생 작가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클라이언트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했어요. 완성품은 제 손을 떠났죠. 그게 그렇게 아쉽더라고요. 유리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오랜 꿈이었거든요. 저는 지금 너무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디자인하고 완성하는 그 과정이 아직도 설레요. 하루하루 경험도 쌓이고요. 설레지 않을 그날까지 일을 해나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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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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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미학

주한 스위스 대사관의 한옥 인테리어

주한 스위스 대사관의 한옥 인테리어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실용과 예술의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었다.  
스위스 출신 예술가 레나 마리아 튀링의 워터 커넥션. 돌은 스위스에서 가져온 것으로 마당에 난 물길은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한양도성 서쪽에는 돈의문이 있었다. 서대문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돈의문은 1915년 일제의 도시 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철거됐지만, 그곳에 뿌리내린 삶의 터전만큼은 지금까지도 굳건하게 자리한다. 새문안라 불리던 그 동네는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 됐다. 대형 아파트 단지가 하나둘 들어섰고, 옛 흔적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는 시설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다. 1974년부터 이곳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하던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마을이 조금씩 삭막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몸소 경험했다. 고층화와 과밀화는 재개발과 떼어놓을 수 없는 필요 충분 조건이었다. 2012년 국제현상응모를 진행한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전 세계에서 제출한 70여 개의 설계안 중 스위스 건축사 버크하르트+파트너 Burckhardt+Partner와 손을 잡았다. 도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의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컨셉트. 건축을 통한 가장 이상적인 외교가 아닐까. 국내에서는 생소한 철근 콘트리트와 집성목의 합성 구조, 친환경 시설의 도입 등으로 인해 설계부터 준공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9년, 그렇게 국내 최초의 한옥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귀빈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사용하는 공간. 정면에 걸린 작품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의 부조.
    대사관은 주변 풍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장인이 만든 듯한 저층의 편자 모양 건물은 병풍처럼 에워싼 고층 아파트 숲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변과 고립되는 것을 경계하며 건물 주위로 소나무와 은행나무를 둘러 심었다. 덕분에 길 건너 자리한 경희궁 공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소 차가워 보이는 콘크리트 담장을 지나면 중정을 품은 ㄷ자 모양의 목 구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와 한옥이 동시에 연상되는 따뜻한 느낌.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뤄진 건물에는 대사의 관저와 사무 공간, 회의실, 카페테리아, 다목적실 등이 자리한다. 관저 옆에는 귀빈 방문 시 사용하는 응접실과 회의실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대사관에 있는 가구의 컨설팅은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가 맡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천장에 걸린 퓨전 Fusion 조명, 종이를 접어 만든 혼미노시 가든 Honminoshi Garden, 포이 Poi 암체어 등 아틀리에 오이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이유다.  
대사관 직원들을 위한 카페테리아. 오른쪽 벽면에 책장을 배치해 작은 도서관 역할도 함께한다.
  스위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 이는 스위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위치한 정부 건물과 시설에도 적용된다. 대사관에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과 지속가능성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 전지판을 통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도 사용 중이고요. 무엇보다 마당에 설치한 워터 커넥션이 집수 시설과 연결돼 빗물을 이용한 청소와 정원 관리가 가능합니다.” 윤서영 문화공보담당관의 설명이다. 마당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세 개의 돌이 처마와 체인으로 연결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 레나 마리아 튀링 Lena Maria Thüring의 작품으로 비가 내리면 물이 체인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난 홈을 따라 한곳으로 모이게 되는 구조다. 물길은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했으며, 바닥에 놓인 세 개의 돌은 각각 라인 강, 론 강, 티치노 강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섬세한 부분에서도 느껴지는 한국과 스위스 양국의 교류 덕분에 올해로 수교 6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간을 맞이했다. 그동안 주한 스위스 대사관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폐쇄성과 높은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개관 2주년을 기념하며 2021년에 개최한 사진전 <숨쉬는 벽>, 2022년에 개최한 <스페이스리스 Spaceless> 사진전 등이 바로 그 예.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주한 스위스 대사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INTERVIEW

아틀리에 오이_패트릭 레이몽 Patrick Reymond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서 60주년 기념 행사가 있어 참석차 왔다.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각 나라가 지닌 문화의 차이를 느끼는 것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이번에는 비록 짧은 방문이지만 9월경 다시 방문해 좀 더 오래 머물 예정이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곳곳에 아틀리에 오이의 작업이 있는데, 첫인상은 어떠했나?

이번이 처음 방문했지만 수많은 미팅을 했기에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형적인 스위스와 한국 전통 가옥의 모습이 동시에 느껴져서 매우 흥미로웠다. 동서양의 조화가 잘 나타나는 것 같다.  

스위스라는 국가의 정체성이나 자연환경이 당신의 디자인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스위스의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은 작품 활동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스튜디오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라 누베빌 La Neuveville에 위치한다. 유럽의 북부와 남부의 중간 지점이자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이다. 호수와 산 등 자연환경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으며, 그 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디자인은 사랑에 빠지는 감정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제품을 사용할 때 드는 감정과 분위기,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이는 굉장히 전형적인 스위스스러움이다.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까렌다쉬 펜슬이 그렇다. 나는 지금도 1968년에 생산된 올드카를 타는데, 굉장히 흔한 일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왔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나?

2006년 포스카리니와 함께 작업했던 조명 디자인 전시다. 밀라노에서 전시를 진행했는데, 조명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를 이용해 전시했다. 전시장 분위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분야에 제약이 없다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디자인 영역이 있나?

호텔을 꼽고 싶다. 교토와 프라하에서 호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호텔을 디자인하는 일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일반적인 건축이나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을 넘어 스토리와 장면, 분위기, 총체적인 경험을 아울러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인물), 이예린(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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