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
100년 넘은 전통 독일식 구조를 커다란 캔버스로 삼았다. 세 식구의 색으로 물들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니아 김의 뮌헨 하우스.
“직접 사다리에 올라가 3m가 넘는 벽을 칠하는 과정이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독일에서는 페인트를 비롯해 어지간한 집 수리, 전기 설비, 조명 설치는 직접 해요.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방과 방 사이에 문이 있는 구조 덕분에 컬러로 레이어를 쌓는 재미가 있었어요.”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다이닝을 겸하는 홈 오피스다. 평일 낮에는 소니아의 홈 오피스로, 주말에는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고 밤에는 남편의 디제잉 스테이션으로도 변신한다. 아들 에단의 방도 범상치 않았다. 한창 자기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에단이 직접 벽의 색과 베딩, 의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 삼인조를 위한 고유의 팔레트를 입은 컬러풀 하우스가 완성됐다. “시각적으로 넓어 보여야 한다는 등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컬러를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편이에요. 공간마다 평화로운 긴장감을 만들고 때때로 경쾌한 충돌과 조화를 일으키는 걸 즐깁니다.” 가구 역시 대체로 선이 굵고 심플하지만, 크리스털 샹들리에나 곡선이 도드라지는 화병과 오브제의 조합으로 여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저는 살짝 삐딱한 균형감, 클리셰를 비껴간 재미라고 할까요. 짙고 모던한 테이블 위에 으레 있을 법한 펜던트를 달고 싶진 않았어요. 홈 오피스에 웬 핑크를 끼얹는 재미, 거기에 빈티지 녹색 바로크장을 두고 벨벳 커튼까지 달며 킥킥거렸죠. 저만 웃을 수 있는 맥락이 있어요.”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설명했다.
그녀에게 집이란 가정을 돌보는 동시에 커리어를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기에 더욱 의미가 클 터. 평일에는 생산성 본부인 홈 오피스로, 주말에는 친구들과의 만남과 남편의 디제잉 세션이 열리는 가변적인 다이닝 겸 오피스 공간을 가장 애정한다는 소니아 김. 세 식구는 시간을 축으로 영역을 나눠 쓰며 누구보다 집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유럽에서 삶의 터전을 일군 이들에게는 가장 부러운 점이 하나 있다. 짜맞춘 듯한 네모난 한국식 아파트에서 벗어나 세월의 흔적이 멋스러운 클래식한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를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의 감도 높은 안목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흉내 낼 수 없는 오랜 연식의 무게감을 인테리어 요소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독일 뮌헨에서 살고 있는 소니아 김의 집이 딱 그러했다. 서울과 뮌헨을 오가며 프리랜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기업의 광고 기획과 브랜딩, 상품 기획을 도맡는 소니아 웍스 Works와 개인 프로젝트인 소니아 미츠 Meets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 PR 포지션으로 독일계 회사에서 일했어요. 퇴사 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작업을 지속해왔고 독립적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 소니아 웍스의 시작입니다. 승효상 건축가의 가구 ‘이로재 오브젝트’의 브랜딩 디렉터로도 활동했고요. 개인 프로젝트인 소니아 미츠는 말 그대로 작가들을 만나 작업을 기획하고, 아트피스를 기획 및 전시하는 프로젝트예요”라며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늘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마주할 때면 가장 먼저 이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어김없이 가족 구성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이돌 그룹 같은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T.S.E가 저희 삼인조의 약자예요. 토마스 Thomas, 소니아 Sonia, 에단 Edan 이렇게 세 명입니다. 2018년, 주니어 에단이 합류했고요.” 이들 가족의 단란한 보금자리는 뮌헨의 프렌치 지역으로도 불리는 하이드하우젠에 위치한다. 이곳은 공원과 강가, 아름다운 공공구역이 촘촘히 도보권에 자리하고 있어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이 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문으로 인해 생겨난 흥미로운 시퀀스 때문이었다. 커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 공간이 분할된 구조인데, 그로 인해 벽이 많아 ‘소니아 미츠’의 갤러리로 더없이 완벽했다.
“100여 년 된 이야기가 있는 집이에요. 뮌헨의 역사가 기록된 흑백사진집에서 이 건물의 외관을 본 적 있는데, 몇 번의 리노베이션을 거쳤지만 전면적인 구조나 큰 틀을 흔들지 않아 전통적인 독일식 모습을 간직하고 있죠.” 커다란 복도를 기준으로 좌우로 총 여덟 개의 문이 있는데, 왼쪽 세 개의 문은 마로니에 나무와 거대한 분수대가 있는 남향을 향해 있으며, 안쪽부터 거실, 오피스를 겸하는 다이닝 그리고 아이 방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세 개의 방 사이에 서로 연결할 수도, 단절할 수도 있는 문이 존재한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시퀀스가 바로 이 집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주인공인 셈이다. 반대쪽으로는 안뜰을 바라보고 창이 있는 침실과 부엌, 작은 발코니, 욕실, 게스트 화장실이 위치한다. 서로 연결되어 자칫 미로처럼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들은 컬러를 칠해 시각적으로 분리 효과를 줬다. 흔히 볼 수 없는 과감한 컬러 벽을 시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