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클래식 하우스
선혁 김용남 대표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클래식 하우스를 찾았다. 구석구석 이야기가 가득하다.
크게 거실 겸 주방과 마스터룸,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 구석구석에서 김용남 대표의 취향이 묻어난다. 신축이라는 특성상 크게 공사하지는 않았지만 두 부분에 손을 댔다. 거실을 향해 난 두 개의 안방 문 중 하나를 막고 드레스룸의 유리문에 벽지를 발라 마치 벽장 같은 느낌을 구현한 것. 문을 막아 생긴 벽과의 단차에 선반을 달고 직접 디자인한 고재 테이블을 배치하자 작은 서재 공간이 생겼다. 서해 바다를 벗삼아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 직접 제작한 침대 헤드 부분에는 샬롯 페리앙의 사진부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엔조 리의 회화, 루이스 부르주아의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걸려 있다. 공간은 하나의 스타일로 규정짓기 어렵다. 클래식하기도, 모던하기도, 미니멀하기도, 따뜻하기도 하지만 왜인지 조화롭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에르 샤포의 스툴, 지오 폰티의 테이블, 조지 나카시마의 다이닝 체어, 직접 디자인한 춘향목 고재 가구, 빈티지 조명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구와 소품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 주위에는 늘 골동이 있었다. 인사동에서 가구숍을 운영하셨던 아버지, 매일 걷던 안국동 풍문여고 등하굣길에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 자리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훈기에 마음이 동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저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세팅할 수 있는 그런 집에는 별 흥미를 못 느껴요. 옛날에 쓰던 물건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잖아요. 굉장히 클래식하죠?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이 촌스럽다고 잘못 인식되어 있어요. 대신 디테일과 퀄리티가 중요해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테일에 신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그 디테일만 잘 구현한다면 심플함이 따라오지 못하는 깊이가 생겨요. 몰딩의 깊이나 시공 방법에서 그 차이가 오거든요. 자칫 잘못 흉내내면 유치하고 마치 세트장 느낌처럼 졸부스러워지는 거죠.”
옛 물건에 대한 천착은 그의 작품 활동까지 가닿았다. 그는 옛 전통 2단장을 현대 물성인 유리로 표현한 작품으로 2년 전 광주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이력을 지닌 신생 작가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클라이언트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했어요. 완성품은 제 손을 떠났죠. 그게 그렇게 아쉽더라고요. 유리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오랜 꿈이었거든요. 저는 지금 너무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디자인하고 완성하는 그 과정이 아직도 설레요. 하루하루 경험도 쌓이고요. 설레지 않을 그날까지 일을 해나갈 거예요.”
건축가 에로 사리넨은 말했다. “신문, 잡지 기자처럼 토끼 단위의 시간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건축처럼 코끼리 단위로 시간을 재는 분야를 이해하기 힘들겠죠.” 그렇다. 매달 돌아오는 마감의 삶을 사는 이로서 1년에 한두 개의 마감을 쳐내는 이들의 삶을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하이엔드 주거&오피스 인테리어를 선도하고 파올라 렌티, 데지레, 포졸리 등 수입 가구 브랜드 전개하는 선혁의 김용남 대표의 삶이 꼭 그렇다. 그는 지금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26년 차 공간 디자이너. 신발장을 짜기 위해 클라이언트가 즐겨 신는 신발 종류까지 모조리 파악해야 하는 섬세함과 완벽주의는 지금의 선혁을 있게 한 토대가 되었다. 지난 4월 그가 약 1년간 공을 들인 공간이 문을 열었다.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새롭게 조성한 프리미엄 레지던스 더 헤븐 아일랜드 리조트다. “전체 인테리어 코디네이션과 디자인 컨설팅을 했어요. 카페 디자인, 펜트하우스, 로비,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의 세팅과 코디도 담당했고요. 여기가 제주보다 공기가 더 좋대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이곳에 오다 보니 결국 한 객실을 취향껏 꾸미게 됐어요. 클라이언트 미팅도 이곳에서 종종 하고요. 분양을 위한 평형대를 보여주는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저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그동안 컬렉션한 작품이나 소품, 제가 직접 디자인한 고재 가구들로 채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