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현실 사이를 저울질하는 파리 Z세대의 아파트.
가상 건축과 풍경을 다루는 NFT(Non-Fungible Token) 세계에서 앙토니 오티에 Anthony Authié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보르도 국립건축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 자신의 건축 사무실인 지바 스튜디오 Zyva Studio를 설립해 ‘트랜스디자인 Trans-design’이라는 개념을 개발하고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는 SNS에서도 팔로어가 4만여 명인 유명인이다. Z세대를 대표하는 화려한 이미지의 디자이너는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를 품고 만난 그는 스크린 속 화려한 이미지와 일맥상통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와 동일한 녹색과 파랑으로 염색한 외모는 2000년대에 성장한 자만의 특권처럼 보였고, 그런 자유로움과 젊음의 미학이 상대방한테는 짜릿하게 전달됐다. 일본 만화, 유치하다고 치부되는 리얼리티 TV쇼, 프렌치 팝음악을 보고 듣고 자란 배경 덕분일까. 이런 서브컬처가 가진 시각적 강렬함이 현재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로 재탄생되어 제품, 공간, 건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그가 실제 생활하는 공간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작년에 완성한 파리 19구와 맞닿은 바뇰레 Bagnolet에 위치한 복층 아파트는 시각적으로 실제와 허구를 줄다리기한다.
비디오게임의 아이템 같은 가구들이 무채색의 배경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자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가 추구하는 트랜스디자인의 세계로 한국의 독자들을 초대했다. 트렌스디자인이란, 정보와 물질, 가상과 실제, 가능성과 현실을 엮는 멀티태스킹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렇게 앙토니 오티에의 집을 보면 색상, 모티프 및 재료의 다양한 혼합이 실험적이며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저와 여자친구 아델 그리고 강아지 네팔이 함께 생활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구의 실용성이나 생활 동선 같은 측면을 고려하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 공간에 먼저 반영하고 특정 미학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렇게 우리만의 그래픽적인 우주를 완성했어요.” 아파트는 1980년대 지은 산업단지 내 마루 제작사 건물이 2000년대 들어 주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외부에서 보면 평범하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세대마다 개성 있는 구조다.
앙토니 오티에의 아파트는 55㎡로 아담하지만 4.2m의 높은 층고를 자랑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두 배나 높은 천장으로 인해 확보된 넓은 시야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컬러와 재질이다. 같은 회색이지만 매트한 벽, 글로시한 바닥, 메시한 커튼, 메탈릭한 주방의 조합과 천장의 양 끝을 직선으로 잇는 기다란 화이트 조명은 단순하면서 미래적이다. 그리고 그 회색 속에는 가위로 오려 붙인 듯한 형형색색의 가구와 소품이 놓여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자신이나 디자이너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한 제품이 많은데 비디오게임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예상할 수 있다.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파이프 터널은 스툴이 되었고, ‘쿠파 트루파 Koopa Troopa’라는 뾰족한 거북이 껍질은 커피 테이블과 주방 가구의 손잡이로 변신했다. “저의 기억을 기반으로 공간을 재창조했어요.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리한테 영향을 준 다양한 서브컬처를 발견했으면 해요. 예를 들어, 주방 캐비닛과 찬장의 금속은 <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하는 악당 미스터 프리즈 의상에 대한 찬사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조명은 테크노 클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트로브와 유사한 LED 스트립이고, 침실 커튼에서 보이는 화염 모티프는 자동차 튜닝의 세계에서 자주 쓰이는 그래픽이죠.”
차가운 회색의 1층과 반대로 노란색 벽과 타오르는 커튼의 에너지가 넘치는 침실로 올라가면 전면 유리를 통해 아파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마치 1970년대 플로리다 나이트클럽의 VIP 부스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앙토니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한다. 자동차 튜닝 문화에서 차용한 화염 모티프는 일종의 에로틱한 에너지를 의미하며, 3D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해 커튼 천에 따로 인쇄한 것이다. “이미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고 생각되는 오늘날 우리가 창조해야 할 것은 하이브리드화가 아닐까요. 예를 들어, 루이 16세 테이블에 파리 외곽의 차고에서 발견한 유압식 다리를 추가하는 것처럼요.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사용해 두 시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주는 것은 복합적인 현재의 삶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프랑스 유명 유튜버 스퀴지 Squeezie와 뮤지션 Myd의 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는 트랜스디자인에 대한 비전과 급진적인 미학을 필요로 하는 유희적 공간의 니즈를 빠르게 충족시키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의 캐릭터들이 2023년의 시대와 교감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외출하고 없을 때 가상의 인물과 가구들이 빈 집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고 말한다. 마치 <토이스토리>의 장난감처럼 말이다. 개인적인 삶과 일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이 밀접하게 얽혀 있는 2000년대 키즈다운 발상과 디자인, 삶의 방식은 4.2m 높이의 큰 상자에 2.1m 높이의 두 번째 상자를 넣어 완성한 레고 같은 집과 일맥상통한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에서 받은 젊음의 특권 같았던 첫인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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