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빌라의 매력

개성 강한 신혼 부부의 집

개성 강한 신혼 부부의 집
  남들과 다른 개성 강한 색을 내고 싶었던 안효상, 이선하 부부의 바람을 담은 성북동 빌라를 찾았다.  
오래된 크림색 중문과 거실을 채운 빈티지 가구가 조화를 이룬다. 까사알렉시스에서 구입한 클라우드 소파는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유일하게 새로 들인 가구다. 인형이라 착각할 만큼 앙증맞은 부부의 반려견 보리밥.
   
주방과 거실이 일자로 쭉 뻗어 있는 독특한 복도식 구조에 이끌려 이 집을 선택했다.
  오래된 저택과 한옥이 혼재된 성북동을 찾을 때면 언제나 기대를 품게 된다. 운 좋게 장맛비를 빗겨간 그날 역시 개성 강한 집을 마주했다. 경사진 골목길의 틈새에 굳건히 뿌리 내린 이 오래된 빌라는 이제 갓 신혼 6개월 차에 접어 든 안효상, 이선하 씨의 첫 번째 보금자리다. 통상 신혼부부는 깔끔한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이들 부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2년 반 정도의 연애 끝에 올 초 거창한 결혼식도, 그 흔한 웨딩 사진 하나 남기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채 이 집으로 살림을 합쳤다. “워낙 기념일도 잘 안 챙기는 편이에요. 둘 다 그런 거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허례 허식을 뒤로하고 집만 8개월 정도를 보러 다녔어요. 정형화된 아파트는 애초에 배제하고 빌라를 주로 찾아 다녔어요. 저희 부부가 부암동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처음에는 그 주변을 알아봤는데, 그 동네는 너무 낡거나 둘이 살기에는 규모가 큰 집만 있더라고요. 그렇게 흘러 흘러 성북동까지 오게 되었어요.” 부부가 입을 열었다.  
MMK의 메탈 타입으로 특색 있는 주방을 완성했다.
  각자 의류 브랜드와 빈티지 렌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이들 부부에게 위치는 크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동네와는 살짝 빗겨 있어 아쉬움도 있었지만, 10년의 세월을 머금은 독특한 구조의 이 빌라를 보는 순간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계약하고 8일 만 에 들어왔어요. 열흘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주 낡은 원목 나무 바닥을 교체하고 주방을 뜯어 필요한 곳만 보수했어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크림 톤 중문마저 멋스럽게 느껴지는 이 집은 양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복도식 구조가 특징이다. 현관문을 기점으로 왼쪽으로는 화장실과 안방이 자리하며 그 앞으로 주방, 거실, 옷 방 그리고 큰 방 순으로 길게 뻗어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선하 씨가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아이템을 깔끔하게 수납했다.
 
단조로운 침실에 르 코르뷔지에 디자인의 조명이 감각을 더한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빈티지 가구와 디자인 조명이 한데 어우러진 거실과 매력적인 스테인리스 주방이 한눈에 담겼다. 남편이 오래전부터 수집해온 빈티지 가구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특별히 신혼집을 위해 구입한 가구는 거실 소파와 가전 정도다. 아내 역시 그간 사 모은 가구와 소품이 넘쳐났기에 서로의 취향이 묻어나면서도 함께 두었을 때 어우러질 수 있는 중간점을 찾아 각자의 아이템을 들다. “오히려 혼자 살 때는 창고에 묵혀두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들이 이 집에 와서 빛을 보게 되었어요.” 아내가 설명했다. 별도의 구조 변경 없이 필요한 곳만 손보고 들어온 이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공들인 공간은 바로 주방이다. “어느 집에서나 볼 법한 흔한 스타일을 정말 싫어해요.  
부부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소품.
  부잣집이 아닌 이상 이런 스틸 주방을 시도하는 게 힘든데, MMK의 메탈 타입 주방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생각대로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사실 이들 부부의 집은 아직은 미완성 상태이다. 조명을 채 달지 못한 곳도 있고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살면서 조금씩 고쳐 나갈 계획. “다음에 살 집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 패턴을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살림을 합친 거 잖아요.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꾸미다 보니 아쉬운 점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10분 거리에 벌써 찜해둔 집이 있어요. 언젠가는 그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어요. 정원이 딸린 집인데, 1년 정도는 공사해서 제대로 고치고 들어갈 계획이에요”라며 부부가 입을 모아 들뜬 목소 리로 이야기했다. 그럴듯한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한들 첫 번째 집은 뜻하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인 법.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하나씩 맞춰 나갈 이들 부부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세컨드 거실로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방. 부부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죽 소파는 볼리아. 펜던트 조명은 에토레 소트사스 디자인으로 아르떼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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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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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수영장이 있는 전원주택

실내수영장이 있는 집 인테리어

실내수영장이 있는 집 인테리어
  거실에 수영장이 있다면? 상상이 현실이 된 건축가 부부의 실험적인 세컨하우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최장원, 손명민 부부의 세컨하우스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한여름의 더위를 가셔줄 실내 수영장은 물론 주택 면면에 놓인 통창으로 정원의 푸르름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포천으로 가는 길. 빼곡했던 도심의 빌딩이 하나둘 걷히니, 새삼 뭉글한 구름 모양에 눈길이 갔다. 부부의 세컨하우스를 방문했던 날은 여름의 절정인 듯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바람이 살랑 불어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왠지 모를 산뜻한 설렘을 안고 초인종을 눌렀다.  
한쪽 벽면에 걸린 사진은 이강혁 작가의 작품이다. 부부가 건물의 용도를 고민하는 동안 이강혁 작가는 이곳의 과거 모습을 기록했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 거울을 붙여 숲의 풍경을 식탁 위로 들인 것은 아내 송명민 씨의 아이디어다.
  약 1200㎡평 정도 되는 대지에는 같은 모양으로 지은 건물 두 채와 잘 가꿔진 정원이 있다. 이 건물들은 1990년대 지어 지난 30여 년간 음식점과 펜션으로 영업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지역 경제가 침체되며 상권이 예전 같지 않아졌고, 장기간 쓰임 없이 비워져 있었다. 최장원, 손명민 부부가 이곳에 온기를 불어넣기로 결정한 배경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때문이었다. “30년 넘게 애정으로 가꾸시던 곳이었어요. 연세가 드시고 건강도 쇠약해지셔서 이곳에 대한 안타까움만 갖고 계셨죠. 저희도 가끔 와서 일손을 돕긴 했지만 정원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어 아버지만큼 아름답게 관리할 자신이 없었어요.”  
건물 두 채 중 한 채는 남편 최장원 씨의 건축사무소로 사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된 대지와 건물 그리고 아버지가 가꾸시던 정원까지 부부는 건축가답게 공간을 통해 직면한 문제를 풀어갔다. 먼저 비어 있던 두 건물을 주택과 건축사무소로 만들기로 했다. 부부가 건축가이기에 자연스레 두 건물을 신축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실행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공간의 목적이 변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지에 대한 저희만의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이유도 있어요. 결론은 리노베이션하기로 했죠. 10년 정도 지내보며 대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뒤 신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최장원, 손명민 부부의 가족.
  “딸에게 삶을 오프 Off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주고 싶어요. 본인이 하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점차 학업 또는 그 외의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받을 수 있잖아요. 이곳을 서울의 집과는 완전히 반대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중과 주말의 생활을 전환할 수 있는 연습을 함께 해보려고요.” 공간에 목적을 부여하니 그 후의 일은 물 흐르듯 순탄했다. 집은 한 공간이 다양한 목적을 수반해야 하는 다목적 공간이 돼야 할 때가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서울 집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되, 한 가지 기능을 지닌 담백한 공간으로 설계의 방향을 잡았다. “철거하니 공간이 꽤 넓고, 층고도 높았어요.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죠. 지내보며 필요한 것을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게 공간에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자재를 최소한으로 사용한 것도,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의 출입문을 각각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책을 보다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며 만든 거실 풍경.
  세컨하우스는 대칭을 이루는 외형으로 공간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침실, 욕실, 놀이방 등이 있는 개인 공간으로, 나머지 반은 가족이나 지인이 모일 수 있는 주방, 거실이 있는 공용 공간으로 나뉜다. 두 공간은 수납과 문을 겸하는 흰 벽이 말끔하게 자리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개인 공간의 놀이방과 이어진 다락방은 딸의 아이디어다. “지금은 장난감들로 가득하지만, 딸이 크면 다른 물건들이 채워지겠죠? 다락방은 딸이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열중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거실 쪽으로 작은 창을 냈어요. 딸의 개인 시간은 존중하되, 아직 어리니 어느 공간에 있는지는 체크해야 하니까요(웃음).” 부부의 설명을 들으니 거실의 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실내 수영장, 정사각의 다이닝 테이블, 툭 놓인 선베드 등의 배치가 각각의 이유와 이야기를 갖는다. “책을 보다 문득 수영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했어요. 일반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바닥은 마루를 깔았고요. 관리 차원에서 모두가 마루 시공을 말렸지만, 쓰임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 집의 역할이 단순하고 명확했기에 밀어 부쳤죠.”  
단정하게 꾸민 가족의 침실.
    건축농장 건축사무소를 운영 중인 남편 최장원 소장은 이곳의 단장을 마치며 기존 약수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포천으로 출퇴근 중이다. 화이트와 나무가 주를 이루는 세컨하우스와는 반대로 사무소는 블랙을 과감하게 활용했다. 단 업무를 보는 오피스 공간은 천장을 만들고 나무로 마감해 아늑하게 연출했다. 전시 공간은 박공지붕을 그대로 노출해 답답함을 덜었는데, 덕분에 곳곳에 전시된 그간의 설치 작업과 건축 모형이 더욱 돋보였다.  
건축사무소 한 켠엔 그간 건축농장 최장원 소장이 설계한 작품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부부는 요즘 대지와 공간을 바탕으로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공간의 목적을 정하고 구현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기에, 아이디어의 실행 또한 쫓기듯 서두르지 않는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서로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이 일상인 듯 자연스럽다.   “짧은 기간 안에 이루려는 계획은 없어요. 일단 1년을 지냈지만 아직 이곳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요. 시도하고 싶은 아이디어 중 하나는 지인들이 저희 집을 방문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를 가져와 심는 거예요. 본인이 원하는 자리예요. 식물들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보물지도처럼 만들고 싶어요. 꽃이나 나무, 장소와 사람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건축가 필립 존슨처럼 대지에 여러 가지 작고 실험적인 건축도 하고 싶고요. 아내는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해요. 테니스장을 짓자고 장난으로 말하기도 하고요.”   삶의 온 On, 오프 Off를 공간을 통해 시도하고 실천하는 부부의 세컨하우스와 건축사무소. 건물의 단장을 마쳤으니, 자연스레 이들의 관심사는 아버지가 가꾸시던 정원으로 향한 듯하다. 과거의 5년이 그랬듯, 의견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5년 후, 이곳의 정원이 달라질 모습을 상상해본다.  
하얀 벽으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분리했다. 소재에 차이를 둬 화이트 컨셉트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큼지막한 욕조가 인상적인 가족의 욕실.
CREDIT
에디터

writer 김수지
photographer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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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와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파리 Z세대의 서브컬처 인테리어

파리 Z세대의 서브컬처 인테리어
  허구와 현실 사이를 저울질하는 파리 Z세대의 아파트.  
거실 가구는 전부 자신이나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왼쪽 벽면에는 평범한 주방용 그릇 정리대가 근사한 메탈 선반으로 둔갑했다. 중앙 왼쪽의 일러스트 작업은 로뷔슈 Robuche(Javier Rodriguez and Lou Buche), 오른쪽은 옵아트의 거장 바자렐리 Vasarely의 작품.
    가상 건축과 풍경을 다루는 NFT(Non-Fungible Token) 세계에서 앙토니 오티에 Anthony Authié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보르도 국립건축학교를 졸업하고 20대에 자신의 건축 사무실인 지바 스튜디오 Zyva Studio를 설립해 ‘트랜스디자인 Trans-design’이라는 개념을 개발하고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는 SNS에서도 팔로어가 4만여 명인 유명인이다. Z세대를 대표하는 화려한 이미지의 디자이너는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를 품고 만난 그는 스크린 속 화려한 이미지와 일맥상통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자신이 디자인한 의자와 동일한 녹색과 파랑으로 염색한 외모는 2000년대에 성장한 자만의 특권처럼 보였고, 그런 자유로움과 젊음의 미학이 상대방한테는 짜릿하게 전달됐다. 일본 만화, 유치하다고 치부되는 리얼리티 TV쇼, 프렌치 팝음악을 보고 듣고 자란 배경 덕분일까. 이런 서브컬처가 가진 시각적 강렬함이 현재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로 재탄생되어 제품, 공간, 건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그가 실제 생활하는 공간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작년에 완성한 파리 19구와 맞닿은 바뇰레 Bagnolet에 위치한 복층 아파트는 시각적으로 실제와 허구를 줄다리기한다.  
회색 톤의 주방과 노란색의 침실의 대비가 경쾌하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손잡이. <슈퍼마리오> 게임에 등장하는 뾰족한 거북 껍질의 모습이다.
 
침실로 이동할 수 있는 주방 옆 대리석 계단.
    비디오게임의 아이템 같은 가구들이 무채색의 배경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잠자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가 추구하는 트랜스디자인의 세계로 한국의 독자들을 초대했다. 트렌스디자인이란, 정보와 물질, 가상과 실제, 가능성과 현실을 엮는 멀티태스킹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렇게 앙토니 오티에의 집을 보면 색상, 모티프 및 재료의 다양한 혼합이 실험적이며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저와 여자친구 아델 그리고 강아지 네팔이 함께 생활하는 이곳에서 우리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구의 실용성이나 생활 동선 같은 측면을 고려하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 공간에 먼저 반영하고 특정 미학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렇게 우리만의 그래픽적인 우주를 완성했어요.” 아파트는 1980년대 지은 산업단지 내 마루 제작사 건물이 2000년대 들어 주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외부에서 보면 평범하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세대마다 개성 있는 구조다.     앙토니 오티에의 아파트는 55㎡로 아담하지만 4.2m의 높은 층고를 자랑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두 배나 높은 천장으로 인해 확보된 넓은 시야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컬러와 재질이다. 같은 회색이지만 매트한 벽, 글로시한 바닥, 메시한 커튼, 메탈릭한 주방의 조합과 천장의 양 끝을 직선으로 잇는 기다란 화이트 조명은 단순하면서 미래적이다. 그리고 그 회색 속에는 가위로 오려 붙인 듯한 형형색색의 가구와 소품이 놓여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자신이나 디자이너 친구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한 제품이 많은데 비디오게임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예상할 수 있다.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파이프 터널은 스툴이 되었고, ‘쿠파 트루파 Koopa Troopa’라는 뾰족한 거북이 껍질은 커피 테이블과 주방 가구의 손잡이로 변신했다. “저의 기억을 기반으로 공간을 재창조했어요.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리한테 영향을 준 다양한 서브컬처를 발견했으면 해요. 예를 들어, 주방 캐비닛과 찬장의 금속은 <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하는 악당 미스터 프리즈 의상에 대한 찬사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조명은 테크노 클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트로브와 유사한 LED 스트립이고, 침실 커튼에서 보이는 화염 모티프는 자동차 튜닝의 세계에서 자주 쓰이는 그래픽이죠.”  
전면 유리에 화염 모티프의 붉은 커튼을 단 2층의 침실에서는 1층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차가운 회색의 1층과 반대로 노란색 벽과 타오르는 커튼의 에너지가 넘치는 침실로 올라가면 전면 유리를 통해 아파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마치 1970년대 플로리다 나이트클럽의 VIP 부스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앙토니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한다. 자동차 튜닝 문화에서 차용한 화염 모티프는 일종의 에로틱한 에너지를 의미하며, 3D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해 커튼 천에 따로 인쇄한 것이다. “이미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고 생각되는 오늘날 우리가 창조해야 할 것은 하이브리드화가 아닐까요. 예를 들어, 루이 16세 테이블에 파리 외곽의 차고에서 발견한 유압식 다리를 추가하는 것처럼요.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사용해 두 시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주는 것은 복합적인 현재의 삶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프랑스 유명 유튜버 스퀴지 Squeezie와 뮤지션 Myd의 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는 트랜스디자인에 대한 비전과 급진적인 미학을 필요로 하는 유희적 공간의 니즈를 빠르게 충족시키고 있다.  
전체가 노란색인 침실에 회색 베딩을 매칭했다. 침대 위 그래픽 작품은 수주크&브라트부르스트 Sucuk&Bratwurst의 작품.
 
욕실 바닥과 벽은 거실과 동일한 회색 대리석을 사용했지만 녹색 페인트를 천장에 시공해 차별화를 주었다. 조명과 욕실 소품은 3D 프린터로 자체 제작한 것. 스툴은 위크로니아Uchronia 제품.
  1990년대 후반의 캐릭터들이 2023년의 시대와 교감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외출하고 없을 때 가상의 인물과 가구들이 빈 집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상을 한다고 말한다. 마치 <토이스토리>의 장난감처럼 말이다. 개인적인 삶과 일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이 밀접하게 얽혀 있는 2000년대 키즈다운 발상과 디자인, 삶의 방식은 4.2m 높이의 큰 상자에 2.1m 높이의 두 번째 상자를 넣어 완성한 레고 같은 집과 일맥상통한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에서 받은 젊음의 특권 같았던 첫인상처럼 말이다.  
욕실과 연결된 녹색 수납장에는 노란색의 손잡이를 달았다. 스툴은 빅토리아 마니앙 Victoria Magniant의 다이쿠 Daiku.
 

WEB www.zyvastudio.com

CREDIT
에디터

writer 양윤정
photographer Yohann Font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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