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낮과 밤

시카고의 낮과 밤

시카고의 낮과 밤

레정뤼미뉘르 갤러리의 산드라 힌드만 대표의 집은 미시간 호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고층에 위치한다.
그녀는 고미술 전문가이지만 건축과 인테리어는 현대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앤드루 심 Andrew Sim의 ‘머리 없는 두 마리의 늑대 인간들 2 Werewolves Without Hair(2022)’이 중앙에 걸려 있는 거실 전경. Photo by Bob. © Courtesy of Andrew Sim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레정뤼미뉘르 LesEnluminures 갤러리를 기억하는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중세 시대의 채색 필사본 Auscript Ilumination과 앤티크 주얼리를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아름다운 고미술 갤러리를 운영하는 산드라 힌드만 Sandra Hindman 대표의 시카고 집을 소개한다.

 

왕쯔지에 Wang Zhijie의 ‘소녀’가 걸린 리빙룸. 그 아래 작품은 켈리 림츤 Kelly Reemtsen의 작품 ‘Tighten up(2017)’과 ‘The Break out(2017)’.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왼쪽 작품은 ‘디에릭 바우트의 추종자 -침례자 성 요한 Follower of Dieric Bouts-St. John the Baptist(16세기)’, 산드라 힌드만 대표 뒤에는 켈리 림츤의 작품 두 점이 걸려 있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산드라 대표는 올해도 프리즈 서울에 참여할 예정이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서울의 매력에 반해 얼마 전 여름에도 서울을 찾은 바 있다. “서울과 서울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로 도시의 활기와 에너지, 문화와 산업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과 현대 건축물이 나란히 존재하는 풍경은 독특하고, 중세 고미술이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도 프리즈 서울에 참가할 수 있을 만한 영감을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서재다.

 

많은 사람이 그녀가 다루는 중세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는 고미술이 21세기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세에서부터 영향받은 게임만 봐도 현대가 과거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많은 이가 열광하는 오브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펜티먼트’, 야자 게임즈의 ‘인쿨리나티, 웨더 팩토리의 ‘시간의 책’ 등 중세 시대의 테마가 게임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 우리는 여전히 고미술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이를 탐구하고 있다. 올해는 산드라 힌드만 대표가 갤러리를 운영한 지 33주년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지난 33년간 고미술의 가치는 어떻게 변했을까?

 

피터 제네스 Pieter Jennes의 작품 ‘An Apple Can’t Be Tired(2022)’, 윌리엄 콩거 William Conger의 ‘Out Loud(2018)’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 Courtesy of William Conger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중세 시대는 훨씬 더 과거로 여겨지고, 우리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현대적일 수 있고, 채색 필사본은 ‘가치의 시대’를 나타내며, 고미술 작품은 집에서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컬렉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세 예술을 수집하는 것이 현대의 생활 방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요.”

 

14세기, 16세기의 중세 유산과 21세기 현대미술 작품이 나란히 걸린 거실.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 Courtesy of Andrew Sim

 

그녀는 여전히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는데, 고미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대중과 나누고 싶어 33년 전 갤러리를 개관한 것. 이제 그녀의 고객은 개인 수집가와 박물관, 도서관 등 세계 각국에 분포되어 있다. 그녀는 시카고, 파리, 뉴욕에 각각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그녀의 집은 시카고의 고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취향은 지극히 현대적입니다. 미드센트리 모던과 이탤리언 모던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집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집에는 내가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고미술 작품보다 근대 미술과 현대 작품이 가득하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시카고에 있는 집은 미시간 호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복층 구조입니다.”

 

도라 마르와 피카소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는 서재. 왼쪽 첫 번째 그림과 두 번째 그림은 도라 마르의 ‘The Chair in Ménerbes(c. 1950~55)’, 파블로 피카소의 ‘The Bedroom of Picasso and Dora Maar in Ménerbes(1945)’. Photo by Bob.

 

집에는 중세 미술 작품 컬렉션을 중점적으로 설치하지 않았지만, 로비에는 돌로 만든 한 쌍의 천사 조각상이 매일 그녀를 반겨준다. 15세기 후반 북유럽에서 만든 이 조각상은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악기를 들고 있다. 중세 미술 작품은 유리 장식장에 넣어두고 보기만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녀는 15세기에 만든 반지를 매일 끼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앤(성모 마리아의 어머니)과 마리아의 이미지가 새겨진 영국 앤티크다. 산드라의 상상 속에서 이 반지는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준 것으로, 그녀는 중세 미술과 결혼했기 때문에 이것을 일종의 결혼반지라고 여긴다.

 

중국 미술가 왕쯔지에의 ‘소녀’ 그림들. Photo by Bob.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두 곳의 서재입니다. 큰 서재는 중세 필사본 도서들로 가득하지만, 이탈리아 가구와 조명은 현대적 디자인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창문에서 미시간 호수의 광활한 풍경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책상 옆에는 벨기에 미술가 피터 제네스의 매력적이고 장난기 많은 예술 작품 두 점과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박제된 거위 조각 그리고 시카고의 상상가 윌리엄 콩거의 인상적인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피터 제네스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거위의 게임’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재에 설치되어 있는 피터 제네스와 윌리엄 콩거의 작품.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 Courtesy of William Conger

 

서재는 생각하고, 쓰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또 다른 곳은 침실에 있는 서재다. 앤드루 심의 그림 두 점이 걸려 있고, 창문을 통해 왕쯔지에의 그림과 켈리 림츤의 프린트가 있는 거실이 보인다. 그녀는 근대, 현대 미술 컬렉션 중에서 편애하는 세 가지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도라 마르의 것이다. 도라 마르가 피카소와 함께 살았던 시기에 그린 작품 중 가장 큰 것을 가지고 있다. 도라 마르와 관련되어 같은 시기에 제작된 피카소 작품도 나란히 걸려 있다. 피카소는 사진을 예술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사진가인 도라에게 “진짜 예술가가 되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도라 마르의 작품은 사실 원래부터 진짜 예술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서재에는 피터 제네스의 두 작품 ‘An Apple Can’t Be Tired(J)(2023)’, ‘An Apple Can’t Be Tired(F)(2022)’가 있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품은 중국 현대 화가 왕쯔지에의 커다란 그림입니다. 이 복층집으로 이사했을 때, 나는 침실과 거실 등 모든 곳에서 그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2006년, 2007년에 그려진 큰 눈을 가진 어린 소녀의 연작으로,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은 채색 필사본에 대한 나의 애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15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천사 조각 한 쌍과 세자르 코르도바 Cesar Cordoba의 토끼 작품이 매일 그녀를 반긴다. Photo by Bob.

 

마지막으로 그녀가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모던 인스티튜트에서 구입한 스코틀랜드 미술가 앤드루 심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노란색 매니큐어로 장식된 손을 맞잡고 있는 두 명의 늑대 인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녀는 자신의 갤러리 부스 반대편 현대미술 섹션에서 이 그림을 발견하곤 한눈에 반했다. 그리하여 아트 페어 오픈 시간에는 절대 부스를 떠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다른 사람이 구매할까 걱정되어 오픈하자마자 급히 달려가 구매했을 정도다.

 

주방에 걸린 요엘 케르마렉 Joël Kermarrec의 세 개의 작품. Photo by Bob.

 

“늑대 인간들은 나를 미소 짓게 합니다. 웃기는 이야기를 고백하자면, 어느 날 저녁에 나가서 그림 속 늑대 인간과 똑같은 색깔의 가짜 분홍색 털 코트를 사고 노란색으로 손톱을 다듬어서 그들 옆에 서본 적도 있었답니다.” 그녀가 얼마나 이 그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그녀는 고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을 사랑한다. 예술은 삶을 변화시켰고,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 예술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고, 중세 시대의 예술은 더욱 특별하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 삶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1300년경의 <로맨 드 라 로즈>. 프랑스어로 쓰인 최초의 우화적인 로맨스 책이다.

 

“21세기 우리의 위치와 이 순간이 역사 속에서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는 방법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그러니 고미술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서양의 중세 유산은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매혹적인 한국의 문화 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스트 베드룸에서는 홀리스 시글러 Hollis Sigler의 수채화 ‘Living with Anticipation for Living’, ‘Hollis Sigler-The Party’s Over’를 만날 수 있다. Photo by Bob.

 

불과 40년 전, 가장 비싸게 팔린 예술 작품은 중세 유물인 헨리 라이언의 복음서였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호황과 서양 미술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인상주의 미술의 기록적인 가격으로 이어졌고, 반 고흐가 헨리 라이언의 복음서를 대체하게 됐다. 산드라 힌드만 대표는 중세 시대의 예술 작품이 자코메티나 앤디 워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본다. 위대한 중세 예술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15세기에 제작된 제단 조각 패널과 미국 미술가 돈 바움의 작품 ‘For Ira and Janine(1988)’. Photo by Bob.

 

이번 프리즈 서울의 레정뤼미뉘르 갤러리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1507년 기욤 몰레 2세 Guillaume II Molé의 개인 기도서다. 그는 소금과 무기 거래에 특화된 당시 성공한 상인이자 프랑스 트루아 Troyes 지역의 시의원이었으며, 샴페인 지역 출신의 저명한 서적 상인 가문의 일원이었다. 채색 필사본의 장인 로젠버그 마스터가 그린 이 기도서는 13장의 전면 세밀화와 34개의 삽화 이니셜이 그려져 있다.

 

산드라 대표가 항상 착용하고 있는 15세기 영국 반지.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와 마리아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아마도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인 장미 이야기 Roman de la Rose도 놓치지 마시라. 1230년경 고대 프랑스어로 쓰인 이 시는 기욤 드 로리스 Guillaume de Lorris에 의해 처음으로 쓰였다. 이 장미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이름을 알리게 된 플랑드르의 삽화가 장 세몽 Jean Semont의 아름다운 책이다. 프리즈 서울 부스에서 산드라 힌드만 대표를 만나면 작품 설명을 부탁해도 좋을 것. 그녀는 한국 고객과 다시 만나기를 오랫동안 기대해왔다.

CREDIT

에디터

writer

이소영

photographer

Bob.(Robert Chase Heishman, Robert Salazar)

TAGS
마음을 읽는 집

마음을 읽는 집

마음을 읽는 집

오래 두고 볼수록 깊은 우물처럼 그 멋과 맛을 길어 올리는 집.
크리에이터 정지욱 대표의 집 이야기.

 

서울숲 전망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거실. 창가에 있는 붉은색 설치작품 ‘소년’은 옥현숙 작가가 정지욱 대표를 형상화해 제작한 것이다. TV 위에 걸린 금색 작품은 강준영 작가. 소파는 이탈리아 명품 소파 브랜드 페리 Ferri 1956 제품으로 덴스크.

 

20년간 인테리어 회사 그루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정지욱 대표의 활동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범위는 한없이 넓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서울시립 미술관 전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대전 복합터미널의 외부 광장 디자인, 금호 미술관의 바우하우스(유토피아전) 전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트 페어 ‘디자인 메이드’, 파리 메종&오브제의 한국관 전시 공간 기획, 한남 더 힐의 커뮤니티 센터 리노베이션 등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무수히 많다. 공공 디자인부터 기업 프로젝트, 전시 기획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그는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자는 굳은 결심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우손갤러리의 김은아 관장이 일본에서 구입한 쿠사마 아요이 엽서를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그 앞에 놓인 그릇은 조선 시대 도자기.

 

“묘목처럼 심어야 하는 분도 있고 수형을 잡아 멋지게 심어야 하는 분도 있죠. 또 어떤 이에게는 그늘이 되게끔 심어야 해요. 사람과 공간의 특성에 맞춰 완성하자는 마음으로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정지욱 대표는 아픈 곳을 진단하는 의사처럼 클라이언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브로콜리를 커다란 나무처럼 묘사한 이 그림은 대학 졸업 작품전에서 구입한 것.

 

사람의 마음을 읽고 올바른 진단을 내리는 이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204㎡의 이 집에는 따스한 기운이 가득했다. 흔히 큰 평수대의 집에서 볼 법한 화려하고 커다란 가구 없이도 잔잔한 힘이 느껴졌다. 분명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수십여 점의 작품이 걸려 있는 데도 말이다.

 

 

감성을 울리는 클래식 음악과 코끝을 스치는 기분 좋은 향에 빠져들던 차 정지욱 대표가 집 안 곳곳을 채우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30대 초반부터 수집을 시작했어요. 가장 처음 구입한 게 권대섭 도예가의 달항아리예요. 이걸 받치고 있는 작은 책장도 권 선생님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 시대 사랑방 책장이에요.”

 

30대 초반 처음으로 구입한 권대섭 도예가의 달항아리와 조선 시대 사랑방 책장.

 

일찍이 백자와 고가구를 구입할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이유는 그의 어린 시절이 한몫했다. 섬유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가 남미, 유럽, 일본, 미국 등지에서 수집한 천을 모아둔 보물 창고가 그에게는 놀이터였던 것. “당시 대여섯 살 정도였죠 아마. 크리스챤 디올 손수건, 디즈니 캐릭터가 새겨진 손수건 등 정말 다양했어요. 그것들을 모아 직접 패치워크처럼 이어 붙이며 놀았어요. 그 자투리 천들이 제게는 최고의 놀잇감이었던 거죠.”

 

진지한 모습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을 담은 김홍식 작가의 작품. 무게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관람객의 의상 태그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왠지 우스꽝스러워 구입했다. 다양한 컬러로 패치워크한 이불은 강금성 작가의 여름 이불.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인생에는 늘 예술이 함께했다. 그루 스튜디오의 첫 출발은 통의동의 예술복합문화공간인 ‘브레인 팩토리’의 2층이었고, 덕분에 그 당시 유망한 젊은 작가들과 자연스레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몇 해 전 유명을 달리한 옥인 콜렉티브의 진시우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입을 열었다. “아주 작은 사각형의 캔버스에 ‘이 작품을 10년 뒤에 가져오시면 이 금액의 20배가 되는 작품으로 돌려주겠습니다’라고 쓰여있었어요. 실제로 10년이 지난 뒤 찾아갔고, 복도에 걸린 이 작품이 바로 교환 받아온 거예요.”

 

간결하고 얇은 라인이 돋보이는 한스 베그너의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

 

또 현관을 열자마자 보이는 김희원 작가의 사진 작품 역시 협업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들이게 된 것. 그렇게 이 집에 걸린 모든 작품은 정지욱 대표와 작가가 함께 쌓아온 이야기와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 “작품을 고를 때 작가의 성향도, 인품도 중요하거든요. 작가의 인생을 내 공간에 들이는 일이잖아요. 나이가 젊든 경력이 많든 적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의 모습과 인생관이 작품에 담겨 있는지 봐요.”

 

숲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안방 욕실.

 

놀랍게도 이 집은 갖고 있던 작품과 가구를 들인 것 외에는 3년 전 입주할 당시 그대로다. 신축 아파트여서 어디 한 곳도 손대지 않았다. 대신 확 트인 숲뷰와 높은 천고를 살리기 위해 아주 작은 소품 하나조차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저는 화려하기보다 깔끔하고 클래식한 걸 좋아해요. 가구의 높이가 낮아 시선에 거슬리지 않는 것을 선택해요. 조선 시대의 사랑방 가구를 제일 좋아하는데, 고가구의 형태를 보면 굉장히 모던해요. 과하지 않고 두께감도 얇아서 현대의 미니멀한 가구와도 잘 어우러지죠. 자세히 보면 작품의 액자 프레임도 전부 얇거든요.”

 

 

이 집의 또 다른 백미는 작은 테라스와 빛이 듬뿍 드는 식물 방이다. 몇 해 전 반려견을 잃은 슬픔을 대신하기 위해 식집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물을 주고 틈틈이 식물을 가꾸는 일이 그의 유일한 취미다.

“누군가는 한강 뷰가 펼쳐지는 모습에 ‘와 멋지다!’라고 감탄하겠지만 저는 시선 높이에서 보이는 걸 좋아해서 저층을 선택했어요. 좋은 분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와인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그 정도면 충분해요. 갇혀 있는 집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이 집을 떠나겠지만 사는 동안에는 같이 나누면서 지내길 바라요.”

 

서양화가 임동식 작가의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자처럼 표현된 사람이 풀숲에 앉아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내는 이헌정 도예가의 테이블.

CREDIT

에디터

photographer

임태준

TAGS
알록달록 키치한 아이템

알록달록 키치한 아이템

알록달록 키치한 아이템

무지갯빛으로 물든 키치한 아이템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공간에 경쾌한 리듬을 더한다.

 

JOYFUL AZIT

 

 

 

1 다채로운 컬러를 입은 디지털 프린트와 퍼 소재의 결합이 인상적인 파이프라인 월행잉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디자인으로 CC-타피스.

2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IXA 월 조명은 알렉산더 칼더의 조형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제품으로 아르떼미데.

3 이탈리아 남부의 빛나는 카프리 섬의 풍경을 담은 서적 <카프리 돌체 비타>는 애술린.

4 여러 개의 얼굴에 립스틱으로 낙서한 듯한 장난스러운 디자인의 화병 도라 마르 페데스탈은 조나단 애들러.

5 아이스크림 스크루바를 연상시키는 다리가 특징인 트위스터 사이드 테이블은 은은한 광택 마감으로 달콤함을 더했다. 폴스 포턴.

6 종이접기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형태의 루반 체어는 피에르 프레이.

 

 

 

7 익살스러운 페인팅으로 벽면에 포인트를 주는 미러 우드 프레임 텅거는 셀레티 제품으로 라이프앤스타일에서 판매.

8 단순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입은 체스터 문 소파는 파올라 나보네 디자인으로 박스터.

9 입체적인 질감이 독특한 와플 슬리퍼는 부드럽고 흡수력이 뛰어난 면 혼방 소재로 제작했다. 헤이 제품으로 루밍에서 판매.

10 대형 아크릴 조각품 그랜드 투어 갓 버스트는 신의 옆모습을 담은 디자인과 청량한 색감, 반짝이는 표면이 특징이다. 조나단 애들러.

11 기하학적 패턴이 눈길을 끄는 리니아 캐비닛은 알레산드로 멘디니 디자인으로 포로.

12 유연한 곡선이 돋보이는 금빛 컬러의 의자 레다는 살바도르 달리 디자인으로 BD 바르셀로나.

 

 

13 도톰한 도넛 모양으로 공간에 유쾌함을 더하는 보아 푸프는 사바인 마르셀리스 디자인으로 헴.

14 중세 시대 전사가 풍선을 부는 상상을 조명으로 구현한 버블검 조각상 램프는 셀레티.

15 다양한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이 인상적인 큐브 셰이프 푸프는 미쏘니 홈.

 

LIVELY TERRACE

 

 

 

1 새가 경례를 하고 있는 듯한 재치 있는 형태의 홉버드 스컵쳐 베일은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것으로 보사.

2 널찍한 등받이로 편안하게 몸을 받쳐주는 아웃도어 라운지 체어 임바 체이스 롱은 모로소.

3 재생 판지에 식물성 잉크를 입혀 제작한 친환경적인 꽃다발 서머 재즈는 양면 가운데 원하는 방향으로 장식할 수 있다. 스튜디오루프.

4 진한 보랏빛이 인상적인 반줄리 로우 테이블은 모로소.

5 자연의 싱그러운 초록 빛깔을 머금은 파라솔 모감보는 파올라 렌티.

6 여러 개의 라임을 포착한 듯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아웃도어 러그 시트러스는 간.

 

 

 

7 화려한 그래픽 패턴과 색감을 지닌 새 장식품 디럭스 니아스 버드는 얇은 압정이나 핀으로 벽에 고정해 장식할 수 있다. 스튜디오 루프.

8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아웃도어 라운지 체어 MR01은 구비와 패션 브랜드 노아의 협업으로 탄생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비.

9 선인장을 떠올리게 하는 피쿠스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두 개의 모듈로 구성되며 잎과 과일 같은 다양한 장식을 추가할 수 있다. EMU.

10 푹신한 쿠션감과 기다란 형태로 온몸을 편안하게 지지해주는 아웃도어 선베드 웨이브는 파올라 렌티.

11 거꾸로 뒤집은 모자에 초록 사과를 얹은 듯한 초현실적인 디자인의 마그리타 푸프는 그 자체로 공간에 유쾌함을 불어넣는다. 구프람.

12 멀티컬러 스트라이프 장식이 특징인 스트라이프 우븐 과일 바스켓은 마르니.

 

PLAYFUL DINING

 

 

 

1 베르너 팬톤이 디자인한 웨이브 러그는 오렌지색 그러데이션과 물결무늬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한다. 베르판.

2 귀여운 물고기 일러스트와 파도를 연상시키는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가 인상적인 피시 컬렉션 디너 접시는 레 오토만.

3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접시 레더 플래터는 가운데가 오목한 형태로 제작되어 액세서리 등의 소품을 보관하기 좋다. 자크뮈스.

4 원숭이가 초를 받치고 있는 형상의 캔들홀더 몽키는 꼬리가 안정감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해 쓰러질 걱정이 없다. 파올라씨.

5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샹들리에 칸은 고급스러운 크롬 마감으로 테이블 위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카르텔.

6 장 프루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EM 테이블 프루베 벨 버트는 비트라 제품으로 비블리오떼끄에서 판매.

 

 

 

7 화려한 광택이 눈길을 끄는 플럼 칵테일 셰이커는 홈 바의 분위기를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톰 딕슨.

8 곡선의 아름다움을 담은 웨이브 테이블은 트렌디한 디자인은 물론 잡지나 각종 서적을 보관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커넥토리얼.

9 블록 장난감을 조립해 만든 듯 앙증맞은 디자인의 몰리노 그라인더는 상큼한 색상으로 테이블에 생기를 더한다. 헴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10 전원을 켜면 입술의 가장자리를 따라 밝은 네온사인이 들어오는 스튜디오잡 블로우 네온 램프는 셀레티 제품으로 라이프앤스타일에서 판매.

11 파스텔 톤의 색감과 종 모양 디자인으로 공간에 아늑함을 더하는 팬탑 펜던트 조명은 베르판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12 오렌지와 커틀러리, 편지 일러스트가 새겨진 세라믹 플레이트는 그 자체로 오브제 역할을 한다. 포르나세티.

13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금속 소재의 몽코스 캔들홀더의 익살스러운 원숭이 얼굴이 재미있다. 파올라씨.

14 엄지를 치켜든 형상의 피스트 체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가볍고 단단하며 엄지손가락이 등을 지지해줘 편안하다. 폴스 포턴.

CREDIT

에디터

assistant

강성엽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