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은 집

옷을 입은 집

옷을 입은 집
패브릭 전문 브랜드 현우디자인이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와 손잡고 패브릭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펼쳐낸 세컨하우스를 공개했다.  
거실에 있는 가구는 모두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의 긴자 Ginza 컬렉션. 캐시미어와 리넨 등으로 제작된 쿠션은 사이즈, 원단 선택이 가능하다. 캐시미어 카펫은 원 스텝 투 헤븐의 카샤 Kasha 컬러를 선택했다.
  한국 아파트에서 벽체를 마감하는 데 쓰이는 시공 방식은 주로 도배다. 취향에 따라 도장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었지만 여전히 도배지로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각종 오염에 취약한 패브릭보다 관리가 쉬운 가죽 소파나 원목 가구 등으로 쉬운 길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 왜 이토록 패브릭 사용은 어렵게만 느껴질까. 패브릭 전문 브랜드 현우디자인의 김민정 대표는 집에 있어 패브릭이란, 우리가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부피가 큰 가구보다도 변화를 주기에 용이하며 계절감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 문이다. 현우디자인은 패브릭이 가진 마력을 입증하기 위해 실제 생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패브릭 하우스를 열었다. 지난 10년 간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의 감도 높은 패브릭을 전개해온 현우디자인이 김민정 대표의 한남동 세컨하우스를 로로피아나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 로로피아나 인테리어와 현우디자인은 서로 간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집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과 더불어 다재다능한 직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울 패브릭으로 감싼 침대 헤드보드. 쿠션은 젠 컬러의 아타카마 울 캐시미어.
 
방염 소재의 월페이퍼 맨해튼 비앙코레 위에 김지혜 작가의 도자 오브제를 장식했다.
  논현동에 위치한 현우디자인 스튜디오가 조금 더 실질적인 패브릭 쇼핑을 위한 장소였다면 새롭게 오픈한 한남동 세컨하우스는 로로피아나 인테리어가 전개하고자 하는 직물에 대한 이해와 일상에서 진정한 패브릭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조선 시대 병풍에서나 볼 법한 동양화풍의 벽화가 그려진 다이닝이다. 10년도 더 전, 이 집을 구입했을 당시 김남규 작가가 직접 그린 이 그림이 멋스러워 이를 기점으로 동양의 고즈넉함과 현대적인 세련미를 가미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커튼, 러그, 가구뿐 아니라 화장대와 의자 등 가구의 일부분과 벽, 장롱, 건식 욕실의 거울 프레임, 세면대까지도 패브릭을 적용한 모습이다. “패션 패브릭이 아닌 인테리어 홈 패브릭으로써 수만 번의 보풀 방지 테스트를 거치고 물과 오염에 강한 레인 시스템을 갖춘 아웃도어 패브릭을 비롯해 캐시미어도 집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예요. 어렵게만 여겨지는 패브릭의 한계점을 풀어내고 무궁 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요.” 현우디자인의 김민정 대표가 설명했 다. 아쉽지만 현재로서 이 세컨하우스는 현우디자인의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으로만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분명 현우디자인의 세컨하우스는 그간 패브릭의 한계에 부딪혀 도전을 망설던 이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방염 소재의 맨해튼 월페이퍼로 벽을 마감했다. 둥글게 굴려 벽의 모서리 부분까지 꼼꼼하게 마감한 것이 특징.
 
벨기에 브랜드 JNL의 가구로 완성한 다이닝 공간.
 
김남규 작가의 벽화가 멋스러운 미니 다이닝. 스타토 Stato 다이닝 체어와 스툴의 뚜껑을 열어 트레이로 활용할 수 있는 스몰 스툴을 두었다. 붙박이 소파와 테이블은 자체 제작한 것.
   
화장대는 자체 제작한 것. 오른쪽 하부장은 까사 컬러, 왼쪽 하부장은 그린 블루 컬러의 타이폴로 울 패브릭으로 마감했으며 스툴은 로즈 컬렉션의 까사 그린 블루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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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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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의 귀환

아이콘의 귀환

아이콘의 귀환
흥미진진한 역사와 함께하는 더 호텔 첼시에서의 하룻밤.  

  1880년 오픈 이래 수많은 예술가가 머무르며 한 세기 동안 뉴욕의 아이콘으로 자리한 더 호텔 첼시 The Hotel Chelsea. 뉴욕을 대표하는 장소였던 만큼 그 안에 담긴 역사 또한 흥미롭다. 앤디 워홀은 이 호텔에서 영화 <첼시 걸즈>를 촬영했으며 딜런 토마스는 이곳에 머물면서 여러 편의 시를 짓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마크 트웨인, 밥 딜런, 밥 말리, 지미 헨드릭스 등 이곳을 거쳐간 예술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2011년, 더 호텔 첼시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시설의 노화 등을 이유로 10년간 문을 굳게 닫았다. 올해 드디어 긴 보수공사 끝에 본연의 보헤미안적인 정신은 보존하되 인테리어를 다듬고 객실 시스템을 최신식으로 재정비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특히 호텔 외벽에 달린 커다란 네온사인 간판은 100년 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여전히 호텔을 화려하게 비추고 있으며, 그 당시 사용했던 스테인드라스와 붉은 벽돌 장식을 그대로 보존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변화도 물론 있다. 호텔의 약자인 CH를 로고로 형상화한 문양을 호텔 바닥에 각인했으며, 과거 객실 요금 대신 예술가들에게 받았던 작품을 호텔 곳곳에 걸었다. 또한 1930년에 운영했던 스페인 레스토랑 엘 키호테의 문을 다시 열었으며 프렌치 아메리칸 다이닝인 카페 첼시와 바도 새롭게 단장했다. 10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뉴욕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더 호텔 첼시의 귀환이 반갑기만 하다.

ADD 222 West Twenty-Third Street, New York, N.Y. 10011

TEL 212 483 1010 WEB hotelchels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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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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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낮과 밤

시카고의 낮과 밤

시카고의 낮과 밤

레정뤼미뉘르 갤러리의 산드라 힌드만 대표의 집은 미시간 호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고층에 위치한다.
그녀는 고미술 전문가이지만 건축과 인테리어는 현대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앤드루 심 Andrew Sim의 ‘머리 없는 두 마리의 늑대 인간들 2 Werewolves Without Hair(2022)’이 중앙에 걸려 있는 거실 전경. Photo by Bob. © Courtesy of Andrew Sim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레정뤼미뉘르 LesEnluminures 갤러리를 기억하는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중세 시대의 채색 필사본 Auscript Ilumination과 앤티크 주얼리를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아름다운 고미술 갤러리를 운영하는 산드라 힌드만 Sandra Hindman 대표의 시카고 집을 소개한다.  
왕쯔지에 Wang Zhijie의 ‘소녀’가 걸린 리빙룸. 그 아래 작품은 켈리 림츤 Kelly Reemtsen의 작품 ‘Tighten up(2017)’과 ‘The Break out(2017)’.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왼쪽 작품은 ‘디에릭 바우트의 추종자 -침례자 성 요한 Follower of Dieric Bouts-St. John the Baptist(16세기)’, 산드라 힌드만 대표 뒤에는 켈리 림츤의 작품 두 점이 걸려 있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산드라 대표는 올해도 프리즈 서울에 참여할 예정이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서울의 매력에 반해 얼마 전 여름에도 서울을 찾은 바 있다. “서울과 서울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로 도시의 활기와 에너지, 문화와 산업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화유산과 현대 건축물이 나란히 존재하는 풍경은 독특하고, 중세 고미술이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도 프리즈 서울에 참가할 수 있을 만한 영감을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서재다.
  많은 사람이 그녀가 다루는 중세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는 고미술이 21세기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세에서부터 영향받은 게임만 봐도 현대가 과거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많은 이가 열광하는 오브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펜티먼트’, 야자 게임즈의 ‘인쿨리나티, 웨더 팩토리의 ‘시간의 책’ 등 중세 시대의 테마가 게임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 우리는 여전히 고미술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이를 탐구하고 있다. 올해는 산드라 힌드만 대표가 갤러리를 운영한 지 33주년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지난 33년간 고미술의 가치는 어떻게 변했을까?  
피터 제네스 Pieter Jennes의 작품 ‘An Apple Can’t Be Tired(2022)’, 윌리엄 콩거 William Conger의 ‘Out Loud(2018)’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 Courtesy of William Conger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중세 시대는 훨씬 더 과거로 여겨지고, 우리가 전혀 접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현대적일 수 있고, 채색 필사본은 ‘가치의 시대’를 나타내며, 고미술 작품은 집에서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컬렉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중세 예술을 수집하는 것이 현대의 생활 방식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요.”  
14세기, 16세기의 중세 유산과 21세기 현대미술 작품이 나란히 걸린 거실. Photo by Bob. © Courtesy of Kelly Reemtsen and Advanced Graphics London © Courtesy of Andrew Sim
  그녀는 여전히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는데, 고미술에 대한 지식과 열정을 대중과 나누고 싶어 33년 전 갤러리를 개관한 것. 이제 그녀의 고객은 개인 수집가와 박물관, 도서관 등 세계 각국에 분포되어 있다. 그녀는 시카고, 파리, 뉴욕에 각각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그녀의 집은 시카고의 고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대한 취향은 지극히 현대적입니다. 미드센트리 모던과 이탤리언 모던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집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집에는 내가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고미술 작품보다 근대 미술과 현대 작품이 가득하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시카고에 있는 집은 미시간 호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복층 구조입니다.”  
도라 마르와 피카소의 작품이 나란히 걸려 있는 서재. 왼쪽 첫 번째 그림과 두 번째 그림은 도라 마르의 ‘The Chair in Ménerbes(c. 1950~55)’, 파블로 피카소의 ‘The Bedroom of Picasso and Dora Maar in Ménerbes(1945)’. Photo by Bob.
  집에는 중세 미술 작품 컬렉션을 중점적으로 설치하지 않았지만, 로비에는 돌로 만든 한 쌍의 천사 조각상이 매일 그녀를 반겨준다. 15세기 후반 북유럽에서 만든 이 조각상은 달콤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악기를 들고 있다. 중세 미술 작품은 유리 장식장에 넣어두고 보기만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녀는 15세기에 만든 반지를 매일 끼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앤(성모 마리아의 어머니)과 마리아의 이미지가 새겨진 영국 앤티크다. 산드라의 상상 속에서 이 반지는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준 것으로, 그녀는 중세 미술과 결혼했기 때문에 이것을 일종의 결혼반지라고 여긴다.  
중국 미술가 왕쯔지에의 ‘소녀’ 그림들. Photo by Bob.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두 곳의 서재입니다. 큰 서재는 중세 필사본 도서들로 가득하지만, 이탈리아 가구와 조명은 현대적 디자인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창문에서 미시간 호수의 광활한 풍경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책상 옆에는 벨기에 미술가 피터 제네스의 매력적이고 장난기 많은 예술 작품 두 점과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박제된 거위 조각 그리고 시카고의 상상가 윌리엄 콩거의 인상적인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피터 제네스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거위의 게임’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재에 설치되어 있는 피터 제네스와 윌리엄 콩거의 작품.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 Courtesy of William Conger
  서재는 생각하고, 쓰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또 다른 곳은 침실에 있는 서재다. 앤드루 심의 그림 두 점이 걸려 있고, 창문을 통해 왕쯔지에의 그림과 켈리 림츤의 프린트가 있는 거실이 보인다. 그녀는 근대, 현대 미술 컬렉션 중에서 편애하는 세 가지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도라 마르의 것이다. 도라 마르가 피카소와 함께 살았던 시기에 그린 작품 중 가장 큰 것을 가지고 있다. 도라 마르와 관련되어 같은 시기에 제작된 피카소 작품도 나란히 걸려 있다. 피카소는 사진을 예술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사진가인 도라에게 “진짜 예술가가 되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도라 마르의 작품은 사실 원래부터 진짜 예술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서재에는 피터 제네스의 두 작품 ‘An Apple Can’t Be Tired(J)(2023)’, ‘An Apple Can’t Be Tired(F)(2022)’가 있다. Photo by Bob. © Courtesy of Pieter Jennes and Nino Mier Gallery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품은 중국 현대 화가 왕쯔지에의 커다란 그림입니다. 이 복층집으로 이사했을 때, 나는 침실과 거실 등 모든 곳에서 그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2006년, 2007년에 그려진 큰 눈을 가진 어린 소녀의 연작으로,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은 채색 필사본에 대한 나의 애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15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천사 조각 한 쌍과 세자르 코르도바 Cesar Cordoba의 토끼 작품이 매일 그녀를 반긴다. Photo by Bob.
  마지막으로 그녀가 지난해 프리즈 서울의 모던 인스티튜트에서 구입한 스코틀랜드 미술가 앤드루 심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노란색 매니큐어로 장식된 손을 맞잡고 있는 두 명의 늑대 인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녀는 자신의 갤러리 부스 반대편 현대미술 섹션에서 이 그림을 발견하곤 한눈에 반했다. 그리하여 아트 페어 오픈 시간에는 절대 부스를 떠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다른 사람이 구매할까 걱정되어 오픈하자마자 급히 달려가 구매했을 정도다.  
주방에 걸린 요엘 케르마렉 Joël Kermarrec의 세 개의 작품. Photo by Bob.
  “늑대 인간들은 나를 미소 짓게 합니다. 웃기는 이야기를 고백하자면, 어느 날 저녁에 나가서 그림 속 늑대 인간과 똑같은 색깔의 가짜 분홍색 털 코트를 사고 노란색으로 손톱을 다듬어서 그들 옆에 서본 적도 있었답니다.” 그녀가 얼마나 이 그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그녀는 고미술뿐 아니라 모든 예술을 사랑한다. 예술은 삶을 변화시켰고, 그녀를 행복하게 한다. 예술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고, 중세 시대의 예술은 더욱 특별하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 삶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1300년경의 <로맨 드 라 로즈>. 프랑스어로 쓰인 최초의 우화적인 로맨스 책이다.
  “21세기 우리의 위치와 이 순간이 역사 속에서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는 방법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줍니다. 그러니 고미술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서양의 중세 유산은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매혹적인 한국의 문화 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스트 베드룸에서는 홀리스 시글러 Hollis Sigler의 수채화 ‘Living with Anticipation for Living’, ‘Hollis Sigler-The Party’s Over’를 만날 수 있다. Photo by Bob.
  불과 40년 전, 가장 비싸게 팔린 예술 작품은 중세 유물인 헨리 라이언의 복음서였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호황과 서양 미술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인상주의 미술의 기록적인 가격으로 이어졌고, 반 고흐가 헨리 라이언의 복음서를 대체하게 됐다. 산드라 힌드만 대표는 중세 시대의 예술 작품이 자코메티나 앤디 워홀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본다. 위대한 중세 예술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15세기에 제작된 제단 조각 패널과 미국 미술가 돈 바움의 작품 ‘For Ira and Janine(1988)’. Photo by Bob.
  이번 프리즈 서울의 레정뤼미뉘르 갤러리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1507년 기욤 몰레 2세 Guillaume II Molé의 개인 기도서다. 그는 소금과 무기 거래에 특화된 당시 성공한 상인이자 프랑스 트루아 Troyes 지역의 시의원이었으며, 샴페인 지역 출신의 저명한 서적 상인 가문의 일원이었다. 채색 필사본의 장인 로젠버그 마스터가 그린 이 기도서는 13장의 전면 세밀화와 34개의 삽화 이니셜이 그려져 있다.  
산드라 대표가 항상 착용하고 있는 15세기 영국 반지.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와 마리아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아마도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인 장미 이야기 Roman de la Rose도 놓치지 마시라. 1230년경 고대 프랑스어로 쓰인 이 시는 기욤 드 로리스 Guillaume de Lorris에 의해 처음으로 쓰였다. 이 장미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이름을 알리게 된 플랑드르의 삽화가 장 세몽 Jean Semont의 아름다운 책이다. 프리즈 서울 부스에서 산드라 힌드만 대표를 만나면 작품 설명을 부탁해도 좋을 것. 그녀는 한국 고객과 다시 만나기를 오랫동안 기대해왔다.
CREDIT
에디터

writer 이소영
photographer Bob.(Robert Chase Heishman, Robert Sal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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