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사색
일과 쉼에서 균형을 찾고자 한 공통된 염원을 담아 두 가족이 뭉쳤다. 때로는 프라이빗하게, 때로는 여럿이 함께하는 아지트 같은 양평 세컨하우스.
매일 생활하는 집이 아닌 주말마다 놀고, 쉬러 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1층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기를 바랐다. 때문에 보통 가정집이라면 있을 법한 방 하나 없이 거실과 주방, 게스트 화장실로만 1층을 완성했다. 단조로운 구조 덕분에 자유로운 동선과 답답함 없는 탁 트인 개방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콘크리트 담장을 높게 쌓았고 비가 올 때에도 자유롭게 테라스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필로티 구조를 택하는 등 구조에 각별히 신경 썼다.
2층의 관전 포인트는 각 방마다 품고 있는 중정과 이 집에서 유일하게 차별을 둔 욕실이다. “대부분은 큰 이견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완성했지만,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은 욕실이라고 생각했어요. 침실가구는 전부 똑같거든요. 욕실에 못다 한 개인의 취향을 담아봤어요.”
아이가 있는 이자영 대표 부부의 욕실은 따뜻한 물로 수영할 수 있도록 조적 스타일의 욕조를 만들었다. 시크한 블랙 타일로 마감해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숲 뷰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모습. 반면 호텔 같은 욕실을 꿈꿨던 김민지 대표 부부의 욕실은 원목과 베이지 톤을 사용한 아늑한 건식 욕실을 완성했다. 집 안을 채우는 가구와 소품, 식기류를 아내들이 담당했다면 남편들의 역할을 조경이었다.
“건축 비용과 밖을 책임지는 것은 저희 남편들의 몫이었어요. 시각적으로도 멋스럽고 관리도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미국 서부의 사막 느낌을 내보고 싶었어요. 약 30톤 정도의 친모래를 깔고 돌과 식물을 직접 심고 수형을 잡는 것까지 인부를 쓰지 않고 저희가 직접 다 한 거예요.”
독학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 얼마만큼 고민하고 계획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여지는 멋스러움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건축 설계 단계부터 집 안 곳곳을 직접 가꾸는 모습에서 두 가족이 얼마만큼 세컨하우스에 진심인지가 느껴졌다.
“여기선 일 얘기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사실 일 얘기를 꺼낼 바이브가 아니에요. 직접 디제잉하며 풀 파티를 열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운동도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이곳에서만큼은 오롯이 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요.” 매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아가는 두 가족은 어김없이 금요일이 되면 양평으로 향한다.
주말 아침,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서서히 푸른 산과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짐작할 즈음, 언덕 높은 곳에서 집주인이 손을 흔들며 반겼다. 덩치 큰 강아지 뒤로 쫄래쫄래 따라 나오는 소형견들,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여쁜 아이와 어른 네 명이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홍보대행사 비엔비엔을 이끌고 있는 이자영, 김민지 대표 부부의 세컨하우스다. 주인들은 물론 지인들까지도 해시태그 #양평사색을 붙여 SNS에 사진을 업로드한 탓인지 숙소로 오해한 사람들이 종종 예약 문의를 해오는 해프닝도 있다며 두 대표가 입을 열었다.
“매주 금요일 밤에 이곳으로 와요. 가끔 지인들을 초대해 놀기도 하는데, 여기를 펜션으로 착각하는 분도 있더라고요(웃음).” 두 가족이 세컨하우스를 짓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행복하고 싶어서. 회사 선후배로 만나 현재 사업 파트너가 되기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이자영, 김민지 대표는 주말이면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다닐 만큼 각별한 사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갈 곳을 잃은 이들 부부는 주말에 함께 쉴 수 있는 곳을 물색했고,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여기가 조성된 지 10년 정도 됐다고 해요. 파3 골프장, 수영장 등이 차례로 들어서 있는 전원주택 단지예요. 부대시설에 대한 매력도 있고 너무 고요해서 휴식하기 참 좋겠다 싶었어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정감도 들고요.” 이자영 대표가 설명했다.
적절한 위치에 적당히 매력적인 인프라를 갖춘 이 땅에 네 명이 저마다 머릿속에 그린 꿈의 집을 지어줄 전문가가 필요했다. 때마침 눈여겨보던 건축사 사무소 봄의 김유홍 건축가로 의견이 모였고, 4인의 색깔과 사시사철 사색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양평 사색’의 건축을 의뢰했다.
“조밀조밀하기보다는 매스가 큰 시원한 컨셉트를 원했어요. 공간감이 크고 덩어리감 있는 건축을 원했죠. 첫 미팅 때 저희의 요구 사항은 딱 두 가지였어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경기도 건축상을 받게 해달라는 것(웃음). 물론 진담 반 농담 반이었지만요.” 김민지 대표의 남편 박기준씨가 마치 반장님처럼 나서서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