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 미녀의 대명사이자 패션 아이콘인 바비 인형. 70여 년의 역사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미국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니콜 사스맨이 창업주가 소유했던 집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예상치 못한 시각적 재미를 안기는 현대판 바비 펜트하우스를 소개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난감 회사 마텔 Mattel의 공동 창업자인 루스 핸들러와 엘리엇 핸들러가 자녀들의 이름인 바바라와 케네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바로 바비와 켄이다. 늘씬한 몸매에 탐스러운 금발을 지닌 바비는 등장만으로도 단숨에 소녀 감성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연령 불문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바비가 올여름, 실사 버전의 영화로 컴백해 다시 한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핑크빛 세계관으로 설렘을 담뿍 안기는 바비를 탄생시킨 이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몇 해 전 바바라가 바비와 관련된 판권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으면서 창업주가 소유하고 실제 거주했던 미국 비벌리 힐스 아파트를 인테리어 디자이너 니콜 사스맨 Nicole Sassaman에게 판매했고, 그녀가 이곳의 차세대 주인이 되었다. 할리우드의 부동산 전문가이자 셀러브리티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니콜은 단순 아파트의 소유권뿐 아니라 이곳을 브랜딩할 수 있는 권한과 상표권까지 인수했으며, 전 세계에서 ‘바비 펜트하우스’라고 이름 붙여 공간을 구성하거나 상업적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상상했던 핑크빛 궁전 같은 공간이 아닌 현실판 바비 펜트하우스를 디자인한 니콜에게 궁금증을 물었다.
마돈나, 제니퍼 애니스톤, 자넷 잭슨 등 유명 인사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대표적인 업적에 대해 소개해달라.
로스앤젤레스에서 100채가 넘는 주택을 매입해 새롭게 개조하고 디자인했다. 바비의 설립자인 루스와 엘리엇 핸들러를 비롯해 배우 그레타 가르보, 가수이자 배우 탭 헌터, 지휘자 레오촐드 스토코프스키, 방송 작가이자 CSI 제작자인 안소니 E. 주커 등 수많은 유명인이 내가 디자인한 집을 구매했다. 덕분에 부동산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었고, 내게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디자인한 집을 거쳐간 이들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안목 높기로 유명한 셀럽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강점을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모던&웜이다. 항상 시대적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예상을 빗겨가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 때문인지 나의 작업은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고객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바비 펜트하우스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바바라에게서 펜트하우스를 구매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내가 출간한 책 에도 나와 있는데, 인테리어 작업을 마치고 주최한 파티에서 그녀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현대건축을 좋아하는 부모님 역시 이 프로젝트를 봤다면 매우 감동했을 거라는 아주 아름다운 메모를 남겼다.
펜트하우스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탁 트인 공간감과 웅장한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재구성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더욱 ‘바비스럽게’ 리뉴얼하기 위해 신경 썼다. 굉장히 오래된 집이라 많은 요소가 그 당시 디자인에 갇혀 있었다. 우선 시대와 어긋나는 요소를 전부 바꾸는 작업을 했다. 부엌이 다이닝과 리빙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재구성했다. 사실 전체를 핑크 궁전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바비 역사에 얽힌 이곳을 존중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썼다. 현대적인 시크한 스타일로 바비를 진화시켰고 섬세한 터치를 더했다. 우아하고 차분하면서도 풍부하고 화려한, 시대적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메탈릭한 소재와 패브릭 가구, 콘크리트 마감 등 상반되는 소재의 조합으로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마감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공간을 완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단순함은 항상 기품이 있기 마련이다. 독특한 타일과 벽지 같은 아이템을 즐겨 사용하지만 전체 디자인에서 취향이 통일되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주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납장이 눈길을 끈다. 주방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펜트리 수납장이자 냉장고의 역할을 동시에 해결했다. 시야에서 가전을 숨기기 좋아한다면, 스타일로 꾸미는 것은 왜 안 되겠는가!
전체적인 구조는 강한 직선과 면이 주를 이루지만, 그 반면 소품은 아기자기한 편이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핑크빛 소품, 동화적인 그림을 배치했다. 그게 바로 ‘바비스러움’을 기발하게 표현하는 나만의 재미있는 방법이었다.
미국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한다. 최근 미국의 인테리어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사실 미국에서도 트렌드를 좇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러한 경향이 문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나 디자인 산업에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디자인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부담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트렌드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려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지 않으려는 것은 단지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다. 세계를 여행하며 대중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공간에 왔을 때 “와, 이런 건 본 적이 없어!”라고 할 때, 일을 잘했다고 느낀다.
앞으로 예정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공개해달라.
신나는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LA 매장에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사람과 영감을 나누고자 한다. 할리우드와 비벌리 힐스에서 아주 특별한 집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불가능’한 것을 거짓말같이 멋지게 변신시키길 고대하고 있다.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