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집
건축과 인테리어,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랑스 디자이너 부부의 실험실 같은 리스본 하우스.
“우리에게 집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곳이에요. 단순한 보금자리를 넘어 예술과 디자인을 홍보하는 플랫폼이죠.” 예술과 건축적 요소, 빈티지 가구를 혼합해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이는 프랑스 디자인 듀오 올리비에 가체 Olivier Garcé와 클리오 디모프스키 Clio Dimofski. 2021년 뉴욕에서 활동하던 부부는 갑작스런 코로나19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래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수 없는 지역 아티스트들을 위해 자신의 뉴욕 레지던스를 오픈했다. 아파트 구석 자투리 공간조차 놓치지 않고 공예품을 두며 생활 깊숙이 스며든 예술과 집의 역할에 주목한 이들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포르투갈 리스본.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며 여유로운 삶 자체를 즐기는 포르투갈에 매료되어 이주를 결심했다.
“처음 이 집을 봤을 때, 19세기 흔적에 매료되었어요. 폼발린 시대(18세기 포르투갈 건축 양식)에 지어진 건물인데, 천장 장식과 몰딩 데커레이션 등 신고전주의 양식이 흥미로웠죠.” 부부의 집이 위치한 아로이오스 지역은 리스본의 오래된 동네이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활기를 띠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곳이라 전통을 고수하는 오랜 노하우의 수리공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구조적 제약이 많았지만 부부 역시 이 지역의 역사를 존중하며 과거 흔적을 최대한 많이 보존하고 싶었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보강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천장 몰딩도 최대한 복원하고 싶어 파손된 부분은 새로 만들어 과거의 것과 연결했죠. 보수 과정 자체가 우리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여정 같았어요.” 솜씨 좋은 포르투갈의 장인과 협업하고 현지 재료를 사용하며, 집을 채워나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르투갈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세라믹에 집중한 점이다. 건물 외관에는 리스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아줄레주(포르투갈 타일 장식)를 보존했고, 안쪽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대리석을 베이스로 한 회화 타일을 붙여 액자처럼 연출했다.
거실에 놓인 헬리오스 Helios 소파와 미미 Mimi 커피 테이블은 부부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포르투갈 현지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유약 처리한 세라믹 다리를 사용했다. 거실과 다이닝 벽면의 걸레받이도 타일로 만드는 현지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욕실에는 오묘한 보라색이 매력적인 세라믹 욕조를 두었다. 장인정신을 담은 맞춤형 가구와 시대를 초월한 공예품으로 가득한 리스본 하우스는 그들의 철학과 예술적 감성을 가득 담은 새로운 실험실이 되었다.
가장 사적 공간인 집을 예술과 디자인 가구를 선보이는 무대로 만들기까지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건축과 예술, 가구 디자인까지 폭넓은 디자인을 하기에 상상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경계를 그려가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순간이든 절충안을 찾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이 장소가 가진 시간의 유산과 현 시대의 감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했죠. 집이 갖는 특유의 편안함과 그곳에서 숨쉬는 우리만의 이야기 속에 포르투갈의 예술을 담고 싶어요. 그 경계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 집의 존재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