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싱글하우스
내게 완벽하게 맞춘 공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강 뷰. 최혁우씨가 사는 144.77㎡ 집은 혼자 사는 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그런 곳이다.
먼저 안방으로 사용하던 가장 큰 방과 거실 사이 벽을 허물었다. 키친과 다이닝, 거실까지 이어지는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요리하면서 다이닝 공간과 거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주방 스탠드 장은 체르너 체어와 월넛으로 색을 맞추고, 중앙에는 길이가 2m에 달하는 사리넨 테이블을 배치했다. 오랜 시간 천천히 만들어온 퍼즐이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입구에 나란히 있던 방 두 개도 하나로 튼 뒤 한쪽은 프라이빗한 욕실과 드레스룸을, 한쪽은 아늑한 침실로 꾸몄다. 침실을 거쳐 드레스룸과 욕실로 들어가는 디귿(ㄷ)자형 구조인데, 그 사이에는 공간 구분을 위해 미닫이 간살문을 달았다. 깔끔한 화이트 톤의 타일을 선택한 거실과 달리 안방에는 따뜻한 분위기의 마룻바닥을 선택했다. 결국 이 집에는 방이 정말 하나인 셈이다.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는 그는 오래전부터 작품을 수집해온 컬렉터이기도 하다. 마이클 스코긴스와 조지 몰튼 클락, 이우환, 이배 등의 러프한 만화 같은 작품부터 단색화 작품까지 넘나든다. 거실에 걸린 100호짜리 이배 작가 작품은 조현화랑에서 1년을 기다린 끝에 손에 넣었다. 집의 전반적인 컬러를 깔끔한 오프화이트 컬러 도장으로 선택한 이유다. 현관부터 거실 사이에 난 화장실 문은 벽과의 단차를 최소화해 깔끔한 느낌의 복도를 완성했다.
“제가 정말 오래 살고 싶은 집을 만들기 위해 까다롭게 선택했어요. 수전도 코쿤 Cocoon 제품을 꼭 사용하고 싶어서 고집했고, 화장실 세면대 쪽에 사용한 대리석도 직접 보러 이천을 왔다 갔다 했을 정도니까요. 국내에서 더 이상 수급이 안 되는 패턴을 고르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죠. 그래서 그만큼 만족스러운 집이 완성된 것 같아요.”
주말이 되면 반려견 ‘호두’와 함께 한강을 산책하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는 안온한 일상이 이곳에서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공사하기 전에는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이렇게 방을 다 없애버리면 나중에 매물로 내놨을 때 팔리겠느냐면서. 방이 세 개 였는데, 지금은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지 이제 갓 두 달 차를 맞이한 최혁우씨의 말이다. 한강변을 면한 자양동의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그가 이 지역 대학교를 입학하고 조교수가 된 시간만큼이나 오래도록 눈여겨보던 곳이다.
처음 매물을 마주하던 날, 2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은 의외로 컸다. 하지만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거실에서 장애물 하나 없이 청담대교와 영동대교, 성수대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런 뷰는 흔치 않으니. ‘나에게 꼭 맞는 집으로 새 단장을 하고 오래도록 살리라.’
최혁우씨가 꿈꾸던 집의 모습은 구체적이었다. 큰 아일랜드 조리대가 있는 오픈형 주방과 여럿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 호텔처럼 아늑한 침실. 다만, 1인을 위할 것.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상상의 집을 현실화하기 위해 업체 선정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다이닝 공간 한쪽에 서재를 제안한 스튜디오 안도의 손을 잡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직접 집을 짓고 고치면서 사시는 과정을 봐왔어요. 논현동 가구거리도 자주 따라다녀서 익숙하고요.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졌죠. 집을 계약하자마자 두오모에서 놀 Knoll의 사리넨 타원 테이블을 주문했어요. 이전부터 모아온 체르너 체어도 개수에 맞게 더 주문을 넣었고요. 이렇게 제가 가지고 있던 가구와 작품 리스트를 넘기고 나서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