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나만의 가든을 만들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아쿠아스케이핑의 세계. JTK LAB의 강정태 소장이 알려주는 초보 물생활을 위한 지침서와 글로벌 디자이너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조 디자인 네 가지.
ADA의 아쿠아스케이핑 © Aqua Design Amano
우드 베이스와 조명이 결합된 마그넷 라이트 마운팅 암.
작은 난초와 이끼 등을 키울 수 있는 테라 베이스. 모두 ADA에 새롭게 만든 브랜드 두아 DOOA 제품.
어느 날 취미로 물고기를 기르는 한 연예인을 보고서 덜컥 ‘이거야!’를 외치며 수족관 용품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하프문베타 한 마리와 작은 수조, 여과기, 먹이만 달랑 구입해와서 키운 지 이제 7개월차. 최소한의 준비물만 갖췄지만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어엿하게 멋진 지느러미를 가진 푸른 물고기가 됐다. ‘물멍’이 하고 싶어 충동적으로 데려온 상황이라 물생활이 이렇게 어려운 고급 취미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 중이다. 물생활의 기본인 필수 행위를 잘 숙지하고 나면 물속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쿠아스케이프로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게 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JTK LAB을 이끌고 있는 공간 디자이너 강정태 소장에게는 본업 외에 두 가지 ‘부캐’가 있다. 하나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오디오 애호가, 또 다른 하나는 아쿠아스케이프 덕후. 아쿠아스케이프는 ‘아쿠아’와 ‘랜드스케이프’의 합성어로 수초, 돌, 유목 등을 활용해 수족관 안에 나만의 수중 정원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활동이다. 누구보다도 디자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강 소장에게 아름다운 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 브랜드에 대해 묻자,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일본 수초어항 전문업체 ‘아쿠아 디자인 아마노(ADA)’를 추천했다.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쿠아스케이핑을 위한 제품과 물생활을 위한 팁을 알려줬다.
JTK LAB 강정태 소장 추천 아이템
10년 전, 사무실을 좀 더 창의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고민하다 ‘그린’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미니멀한 가든 이미지를 보면서 이게 바로 우리가 하는 일과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와구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구미는 일본어로 돌을 꾸미는 예술이다. 돌과 수초를 활용한 가든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와구미의 핵심이다. 랜드스케이핑과 가든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수초를 이용한 가드닝과 그것에 사용되는 장비들이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이 모든 과정이 본업인 건축 디자인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또 다른 장점은 사색적인 면이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취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장비다.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ADA 장비는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일본의 이와구미를 전 세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회사다. ADA사의 ‘슈퍼 제트 Super Jet’ 여과기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마감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재질의 하우징과 노출된 이와키사의 모터로 직관적인 디자인이 매우 멋진 제품이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디자인 컬렉션 중 하나일 정도. 개인적으로 ADA 제품을 너무 좋아해서 일본에 전시 보러 갈 때마다 긴자에 있는 수족관에 들렀고, 결국 멤버십 카드까지 만들었다. 현재는 해수로 취미를 바꿨지만, 당시에는 이와구미를 위한 돌을 찾아 다니느라 4~5시간을 운전해서 간 적도 있었다. 수초 관리는 햇빛 양과 비료 투입, 트리밍으로 쉽게 유지할 수 있다. 해수든 민물이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레이아웃을 결정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조 위치를 신중히 선택해야 하며,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자연광 아래에서는 이끼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동호회나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면서 천천히 준비한다면, 멋진 수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Super Jet Filter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여과기다. 모터계의 최고라 불리는 이와키 모터를 사용해 신뢰도가 높다. 실험실 장비 같은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몸통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으며 마감도 좋아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Pro-Scissors Wave 프로시저스 웨이브 수초 가위. 수초 취미를 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트리밍해야 자라나는 수초를 관리할 수 있다. 수술 장비처럼 아름답다.
AP Glass 먹이를 보관하고 윗부분을 눌러 일정량을 급여하는 유리통이다. 갖고 있기만 해도 뿌듯할 정도로 아름답다.
Cube Garden Superior 수조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국산도 많이 좋아졌는데, ADA의 마감은 여전히 일등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로고에 집착하기도 한다. 보통 실리콘으로 마감을 하는데, 이 수조는 실리콘을 쓰지 않고 유리를 접합해서 만들어 모서리가 느껴지지 않는 궁극의 수조이다. 이 때문에 매우 고가인 제품이다.
CO² Twist Counter 수초를 키우려면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 지금은 디자인이 바뀐 CO² 공급량을 관찰하기 위한 유닛 중 트위스트 버블 카운터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버블이 밑에서부터 위로 회전하면서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다.
Aquasky RGB II 60 건축 미학이 있는 조명이다. 현재 구형 제품을 쓰고 있는데 신형 역시 아름다워 추천하고 싶다.
물고기가 키우는 식물
벵자맹 그랭도르주 Benjamin Graindorge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산업디자인학교(ENSCI)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예술학교 에사드스 Esadse 교수다. 그는 지루함을 피하고자 새로운 것을 계속 탐험하며 디자인의 다양한 가치를 좇는다. 두엔데 스튜디오 Duende Studio와 함께 제작한 ‘플로팅 가든 Floating Garden’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뛰어난 아쿠아포닉스의 작동 원리가 적용되었다. 물고기 배설물은 탱크를 통해 흘러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식물 뿌리에 의해 여과된 깨끗한 물은 다시 어항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항의 수질 개선과 식물의 영양 공급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계가 돋보이며 미래 지향적 가치에 주목한 친환경적 시스템이 흥미롭다. WEB benjamingraindorge.fr
생명의 무한한 순환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결합을 즐기는 프랑스 디자이너 프랑수아 흐르토 Fraçois Hurtaud. 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 ‘에바 EVA’는 스마트 실내 농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정원과 어항이 결합된 아쿠아포닉이다. 아쿠아포닉이란 물고기와 식물을 동시에 재배하는 수직형 농업 시스템이다. 에바는 이러한 과학 원리를 활용해 호수의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어항과 식물, 꽃 등을 키울 수 있는 정원으로 설계되었다. 물고기 배설물이 식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식물이 물을 정화시켜 생명의 무한한 순환을 완성하게 된다. 정원과 어항은 제품의 중심에 자리한 조명을 공유한다. 조명 빛은 넓게 확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자연 환경을 모방해 빛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부드럽게 켜지고 꺼진다. 또한 스마트 전자 기기 기술을 활용해 작물과 어항 관리를 유지하며 온도, 습도, 수위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 WEB www.francoishurtaud.com
어항 속 피어난 화초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스튜디오 5.5는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 네 명이 뭉쳐 설립한 콜렉티브 디자인 스튜디오다. 건축, 공간, 그래픽,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무한한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그들의 자유롭고도 실험적인 아이디어는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탈리아 유리공예 브랜드 살비아티 Salviati를 위해 제작한 투명 유리병 ‘O’ et ‘O,O’는 무색의 단순한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어항 속 작은 꽃병이 숨겨져 있다. 마치 물방울을 떨어뜨린 듯한 유기적 형태가 특징. 제품명의 ‘O’는 무중력 상태의 물 분자를 의미한다. 5.5 디자이너들의 재치 있는 네이밍을 더하니 디자인이 더욱 돋보이는 듯하다. 디자인의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스튜디오 5.5의 도전적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WEB 5-5.paris
가정용 냉장고 수족관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등장한 ‘로카보레스 Locavores’는 자신을 ‘도시 주변 반경 100마일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는 요리 모험가 집단’으로 정의하며 식품의 추적 가능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송에 내재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르와뇌르 Mathieu Lehanneur는 이들의 영향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가정용 수족관 로컬 리버 Local River를 고안했다. 로컬 리버는 100% 추적 가능한 신선한 식품에 대한 일상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고안된 가정용 물고기 양식장이다. 많은 해산물이 과잉 어획으로 인해 점차 공급량이 감소함에 따라 생선 양식장에서 재배된 내수면 생선(송어, 장어, 뱀장어, 잉어 등)의 회복을 위해 제작한 것. 수족관 상단부에 설계된 작은 정원 속 식물은 질산염이 풍부한 물고기 배설물에서 영양소를 받는다. 식물은 물을 정화하고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 필터 역할을 한다. TV 수족관을 대체해 장식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냉장고-수족관’ 역할을 목표로 한다. WEB www.mathieulehanneur.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