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위크로니아의 원더랜드

프랑스 디자인계의 악동 위크로니아 대표, 줄리앙 세반의 세계.

‘혜성처럼 등장한’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이 있다. 2019년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불과 2~3년 만에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 내 메이저 위치로 올라온 위크로니아 Uchronia가 그렇다. 원색 컬러들을 자유롭게 적용하는 대담함, 재활용 재료만으로 가구와 소품을 위트 있게 제작하는 방식은 현재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카페, 리테일 매장들로부터 러브콜을 이끌어내면서 독보적 정체성을 확립시키게 됐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 위크로니아의 대표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은 기성 세대들이 쌓아놓은 전통적 프랑스 디자인 미학을 따르는 대신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론을 찾아 다름의 매력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미학이 반영된 자신의 집을 아시아 최초로 메종에 공개했다. 파리 18구 위크로니아 사무실 옆에 위치한 컬러의 기운이 넘치는 곳. 줄리앙 세반과 그의 파트너인메종 로이에 Maison Royère의 아티스틱 디렉터 조나단 레이 Jonathan Wray가 함께 생활하는 개구쟁이 악동들의 원더랜드로 들어가보자.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색 게스트룸에서 포즈를 취한 줄리앙 세반과 조나단 레이. 줄리앙이 앉아 있는 의자는 위크로니아 디자인의 써니 Sunny 체어.

이곳에 입장하면 오렌지, 실버, 노랑, 파랑 등이 동시에 펼쳐진다. 놀랍게 도 흰색 벽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신발을 벗는 일이다. 웨이브 패턴의 연두색 레진으로 마무리된 바닥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오면 오염도 되겠지만, 본래 이유는 맨발로 걷기 편한 감촉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잔잔한 연두색과 상반되는 쨍한 오렌지색이 공간 전체에 밝은 기운을 발산한다. “집에 사용된 메인 컬러는 오렌지예요. 그리고 프라이빗 공간에는 노란색 천장을, 거실에는 하늘색 천장을 볼 수 있어요. 전부 래커를 칠해 광택 효과와 함께 자연광을 잘 받아들이면서 디스코볼이 연상되는 은색 타일을 깔아 빛이 반사되는 드라마틱함을 살리도록 했어요.” 넒은 거실 한쪽에 마련된 주방에는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아일랜드와 커스텀 제작한 레진 도어의 수납 시스템이 전부다. 마치 마법사의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하는데, 냉장고를 포함한 모든 주방 기기를 보라색 수납장 안으로 숨기면서 전형적인 주방의 이미지를 탈피했고, 원하는 디자인으로 타일을 따로 제작해 장식장을 마련했다.

1950년대 이탈리아 조명과 위크로니아 해초 Seaweed 램프를 매치한 주방.

“네덜란드 업체인 스튜디오 지디비 Studio GdB에서 제작한 타일이에요. 원하는 디자인을 제공하면 약 2주 후에 결과물이 나와요. 시중에 나와 있는 타일이 아닌 나만의 디자인을 원한다면 이곳을 추천해요. 보라색 수납장은 이케아 가구로 내부 틀을 완성한 후 위크로니아의 레진 테이블을 제작하는 공방에 의뢰해 문만 따로 제작한 거예요. 여기 앞에 놓인 웨이브 모양의 식탁과 동일한 재료이다 보니 통일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레진과 오닉스로 제작된 식탁은 컬러 레이어 효과와 재질도 특별하지만 구불구불한 형태가 재미있다. 디자인과 제작에만 6개월이 걸렸다는 이 모델은 물결 모양 덕에 15명이 동시에 다양한 각도로 앉아서 식사가 가능하다. 친구들을 자주 초대해 파티를 여는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다이닝 테이블이다. 일 년간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가벽을 모두 부수고 공용부를 넓게 사용하는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넓은 벽에 그림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스트룸인 오렌지색 방의 선반에 작은 액자 두 점이 놓인 것이 전부다. 다양한 색과 소품이 산재할 경우 눈높이에 위치한 공간은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앉아 있을 때와 서 있을 때의 공간이 주는 느낌이 달라요. 앉아서는 모든 오브제에 시각적, 물리적 접근이 쉽죠. 하지만 서 있을 때는 조명을 제외하고는 오브제로 인한 시각적 노이즈를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우리 둘 다 그림을 꽤 갖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집이 아닌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죠.”

레진과 오닉스를 사용해 커스텀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의자를 매치했다.

거실 한쪽에 마련된 오렌지색을 전부 사용한 작은 사무실 겸 게스트 룸, 조금 차분한 그린과 핑크가 조합된 침실, 핑크색 콘크리트가 지배하는 욕실 등 공간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창조물을 위해 다양한 공방, 그리고 예술가들과 협업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집을 방문하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1901년 시작된 파리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핸드메이드 태슬 공방인 파스멘트리 베리에 Passementerie Verrier와 협업한 사이트 테이블, 200년 전통의 프랑스 고급 패브릭 제작 회사 프렐 Prelle에서 제작한 쿠션과 커스텀 패브릭의 커튼 등 프랑스의 오랜 장인정신과 젊은 디자이너 줄리앙의 비전 결합을 발견하면서, 동료 디자이너 라마르셰-오비제 Lamarche-Ovize에게 의뢰해 만든 타일과 소품, 경매를 통해 구입한 영국 디자이너 찰스 젱크스 Charles Jencks의 희귀한 디자인 데이베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다이닝 의자부터 프랑스 지방의 빈티지 시장을 돌며 수집한 오브제까지 수많은 시대와 스타일이 위크로니아의 무드 속에 난무하고 있다.

핑크색 벽 앞에는 오렌지색의 캔디 케인 Candy Cane 램프, 천장에는 파란색의 빈티지 샹들리에를 걸었다.

이 모든 것을 최대한 조화롭게 보이기 위해 기존 나무 기둥을 은색 알루미늄으로 덮은 수고까지 발휘했다. “우리는 작업할 때 함께 일하는 장인들부터 클라이언트까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프렐이나 파스멘트리 베리에의 장인들과는 이제 친구 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도 마찬가지예요. 카페 뉘앙스 Café Nuances의 경우 당시 23세 젊은 오너들이 나를 찾아와 가이드라인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실내 디자인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현재 네 번째 매장을 준비할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가 됐어요. 포레스트 Forest 레스토랑은 파리시에서 운영하는 현대 미술관 내부에 위치한 식당이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톤과 무드가 적용됐고, 2020년 오픈할 때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위크로니아의 스타일을 지키되 공간을 사용하는 실제 주인의 퍼스털리티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방침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기간 내에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핑크색 콘크리트의 욕실에 어울리는 구름 모양의 핑크색 대리석 세면대와 거울을 제작했다.

4월에는 밀라노에서 씨씨 타피스 CC Tapis와 함께 뜨개질 기법이 적용된 새로운 카펫이 공개되고, 파리에서는 첫 번째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남프랑스에서는 나이트클럽 실내 디자인도 진행하고 있다니 우리는 위크로니아의 발랄함을 더 자주 즐길 일만 남았다. ‘위크로니아의 디자인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줄리앙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목표는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이나 비싸 보이는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에요. 공간을 즐겁게 창조하는 것 Make Space Fun, 이것이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바 아닐까요.”

둘이 함께 수집한 디자인소품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정현

Writer

양윤정

TAGS
예술이 깃든 집

예술이 깃든 집

예술이 깃든 집

집을 커다란 캔버스 삼아 직접 만든 가구와 예술 작품으로 차곡차곡 채웠다. 이정배, 이진주 작가 부부는 집이라는 무대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예술혼을 펼치며 살아간다.

갤러리나 쇼룸을 떠올리게 하는 3층은 부부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박공지붕을 선택해 넓은 개방감이 느껴지며 가구들을 벽에 붙이지 않고 자유로이 배치한 점이 재미있다.

입체적으로 동양화를 구현해내는 이정배 작가와 화가이자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주 작가는 부부이자 예술적 동지다.

직접 수집한 돌과 나무를 조합해 만든 조명. 망에 담긴 돌이 스탠드 조명의 추 역할을 한다.

나무 조각으로 인천의 해안선을 표현한 작품.

“시각적으로 예민한 예술가들에겐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가 어쩌면 고통 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공간이든 물건이든 더없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어야 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배, 이진주 작가 부부의 집은 매일같이 살결에 닿고 매만지는 것들을 직접 만든 합동 작품 같았다. “언젠가 집을 지어야겠다고 늘 꿈꿔왔어요. 6년 전, 파주에 421㎡의 목조 주택을 지었어요. 우리는 둘 다 지독하게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거든요.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집 안에 작업실이 따로 있어야 했어요. 일과 생활, 혹은 노동과 여가의 구분이 뒤섞여 있는 우리의 생활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우리에겐 작업 또한 놀이이기에 작업실 딸린 집을 만들기로 했어요.” 부부는 일심동체로 세운 규칙들이 있었다. 커다란 작품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1층은 무조건 작업실이어야 할 것. 그리고 2층은 가족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넓은 거실이 딸린 생활 공간으로 만들 것. 마지막으로 3층은 오롯이 부부만을 위한 놀이터로 계획했다. “각 층마다 개성이 있었으면 했어요. 주인이 모두 다른 아파트처럼 각 층을 오갈 때 다른 집에 온 것 같은 재미를 줬음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일과 삶이 얽혀 있지만 그 안에서 공간 구분을 확실하게 해줘야 좀 더 효율적이고 분명해질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이정배 작가가 말했다.

의자를 제외하곤 모두 이정배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다. 특히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꽂아 만든 책꽂이의 형태가 매우 조형적이다.

부부의 집은 일반적인 집의 모습보다는 갤러리나 작가의 쇼룸 같은 느낌이 강하다. 곳곳에 범상치 않은 가구와 작품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턱이나 몰딩 등 시각적으로 거슬리는 요소가 하나 없는 화이트 큐브 갤러리 같다. 마치 새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넣듯 가구와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갤러리에 익숙한 우리 부부에게 하얀 벽은 아주 일상적인 것이었어요. 벽은 온통 하얗게 칠하고 직접 만든 가구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밝은 나무 바닥을 깔았어요. 덕분에 구조와 조형적인 것들이 더 잘 보이죠.” 이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구들은 모두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배 작가가 독학해 직접 만든 것이다. 이진주 작가가 첫아이(지금은 중학생이 되었다)를 임신했을 때, 배가 불러 의자에 앉아 책 읽기가 어려워지자 남편 이정배 작가에게 낮은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집 근처 목공소에서 가구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지 몰랐어요. 현대미술을 작업하다 보면 몸에 좋지 않은 물성을 많이 다루게 되잖아요. 가구 공방에선 자연적인 나무의 물성을 만지고 다루어내는 게 좋았나 봐요.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나무를 만지며 얻는 정서적 안정감 혹은 향이 이정배 작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진주 작가는 그때 느낀 설렘을 되새기며 말했다.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이진주 작가의 작품.

인견을 씌운 조명은 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정배 작가는 가구를 하나의 조각이라 여기며 작업한다. 조형적 아름다움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예술가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탁자 다리를 동그랗게 마감해 버선을 신긴다든지, 용마루의 양 끝 장식인 치미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대들보, 한복 저고리, 팔각 등 동양적인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또 삼베, 인견, 한지 같은 소재를 즐겨 쓰며 나무와 돌의 궁합도 즐긴다. “동시대 미감으로 옛것을 끌어낸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 부분을 연구하는 것이 예술인의 숙명이기도 하고요.” 이정배 작가가 만든 가구에서 탁자의 아래나 뒤 부분, 끝선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히 신경 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뻔하지 않은 미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한 것. “북유럽풍하면 가구나 분위기가 단번에 읽히잖아요. 그런데 과연 외국인이 한국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국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한국 전통의 것들을 계속해서 적용하고 발견하고 싶어요. 기성 제품도 좋지만 우리 생활에 맞춰 공간을 만들어나가면서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성격과 방향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아직 부부 침실의 침대와 화장대도, 3층에 달 조명도 만들지 못했다. 이 집에 산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군데군데 손봐야 할 곳이 남아 있다. 부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집이라는 무대 안에서 정성을 다해 진정으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고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이정배 작가의 작품.

아내를 위해 직접 만든 테이블. 이진주 작가는 이 자리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을 즐긴다.

한지를 덧댄 문과 나무 손잡이 모두 이정배 작가가 직접 만든 것.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예린(로우그라피)

TAGS
Aqua Life

Aqua Life

Aqua Life

물속에 나만의 가든을 만들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아쿠아스케이핑의 세계. JTK LAB의 강정태 소장이 알려주는 초보 물생활을 위한 지침서와 글로벌 디자이너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조 디자인 네 가지.

ADA의 아쿠아스케이핑 © Aqua Design Amano

어느 날 취미로 물고기를 기르는 한 연예인을 보고서 덜컥 ‘이거야!’를 외치며 수족관 용품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하프문베타 한 마리와 작은 수조, 여과기, 먹이만 달랑 구입해와서 키운 지 이제 7개월차. 최소한의 준비물만 갖췄지만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어엿하게 멋진 지느러미를 가진 푸른 물고기가 됐다. ‘물멍’이 하고 싶어 충동적으로 데려온 상황이라 물생활이 이렇게 어려운 고급 취미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 중이다. 물생활의 기본인 필수 행위를 잘 숙지하고 나면 물속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쿠아스케이프로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게 된다. 디자인 스튜디오 JTK LAB을 이끌고 있는 공간 디자이너 강정태 소장에게는 본업 외에 두 가지 ‘부캐’가 있다. 하나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오디오 애호가, 또 다른 하나는 아쿠아스케이프 덕후. 아쿠아스케이프는 ‘아쿠아’와 ‘랜드스케이프’의 합성어로 수초, 돌, 유목 등을 활용해 수족관 안에 나만의 수중 정원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활동이다. 누구보다도 디자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강 소장에게 아름다운 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 브랜드에 대해 묻자,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일본 수초어항 전문업체 ‘아쿠아 디자인 아마노(ADA)’를 추천했다.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쿠아스케이핑을 위한 제품과 물생활을 위한 팁을 알려줬다.

 

JTK LAB 강정태 소장 추천 아이템

10년 전, 사무실을 좀 더 창의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고민하다 ‘그린’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미니멀한 가든 이미지를 보면서 이게 바로 우리가 하는 일과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와구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구미는 일본어로 돌을 꾸미는 예술이다. 돌과 수초를 활용한 가든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와구미의 핵심이다. 랜드스케이핑과 가든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수초를 이용한 가드닝과 그것에 사용되는 장비들이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이 모든 과정이 본업인 건축 디자인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또 다른 장점은 사색적인 면이다.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취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장비다.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ADA 장비는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일본의 이와구미를 전 세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회사다. ADA사의 ‘슈퍼 제트 Super Jet’ 여과기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마감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재질의 하우징과 노출된 이와키사의 모터로 직관적인 디자인이 매우 멋진 제품이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디자인 컬렉션 중 하나일 정도. 개인적으로 ADA 제품을 너무 좋아해서 일본에 전시 보러 갈 때마다 긴자에 있는 수족관에 들렀고, 결국 멤버십 카드까지 만들었다. 현재는 해수로 취미를 바꿨지만, 당시에는 이와구미를 위한 돌을 찾아 다니느라 4~5시간을 운전해서 간 적도 있었다. 수초 관리는 햇빛 양과 비료 투입, 트리밍으로 쉽게 유지할 수 있다. 해수든 민물이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레이아웃을 결정하고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조 위치를 신중히 선택해야 하며,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자연광 아래에서는 이끼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동호회나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면서 천천히 준비한다면, 멋진 수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Super Jet Filter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여과기다. 모터계의 최고라 불리는 이와키 모터를 사용해 신뢰도가 높다. 실험실 장비 같은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몸통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으며 마감도 좋아 1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

Pro-Scissors Wave 프로시저스 웨이브 수초 가위. 수초 취미를 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트리밍해야 자라나는 수초를 관리할 수 있다. 수술 장비처럼 아름답다.

AP Glass 먹이를 보관하고 윗부분을 눌러 일정량을 급여하는 유리통이다. 갖고 있기만 해도 뿌듯할 정도로 아름답다.

Cube Garden Superior 수조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국산도 많이 좋아졌는데, ADA의 마감은 여전히 일등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로고에 집착하기도 한다. 보통 실리콘으로 마감을 하는데, 이 수조는 실리콘을 쓰지 않고 유리를 접합해서 만들어 모서리가 느껴지지 않는 궁극의 수조이다. 이 때문에 매우 고가인 제품이다.

 

 

CO² Twist Counter 수초를 키우려면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 지금은 디자인이 바뀐 CO² 공급량을 관찰하기 위한 유닛 중 트위스트 버블 카운터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버블이 밑에서부터 위로 회전하면서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다.

Aquasky RGB II 60 건축 미학이 있는 조명이다. 현재 구형 제품을 쓰고 있는데 신형 역시 아름다워 추천하고 싶다.

 

물고기가 키우는 식물

벵자맹 그랭도르주 Benjamin Graindorge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산업디자인학교(ENSCI)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예술학교 에사드스 Esadse 교수다. 그는 지루함을 피하고자 새로운 것을 계속 탐험하며 디자인의 다양한 가치를 좇는다. 두엔데 스튜디오 Duende Studio와 함께 제작한 ‘플로팅 가든 Floating Garden’은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뛰어난 아쿠아포닉스의 작동 원리가 적용되었다. 물고기 배설물은 탱크를 통해 흘러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식물 뿌리에 의해 여과된 깨끗한 물은 다시 어항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항의 수질 개선과 식물의 영양 공급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계가 돋보이며 미래 지향적 가치에 주목한 친환경적 시스템이 흥미롭다. WEB benjamingraindorge.fr

 

생명의 무한한 순환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결합을 즐기는 프랑스 디자이너 프랑수아 흐르토 Fraçois Hurtaud. 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 ‘에바 EVA’는 스마트 실내 농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정원과 어항이 결합된 아쿠아포닉이다. 아쿠아포닉이란 물고기와 식물을 동시에 재배하는 수직형 농업 시스템이다. 에바는 이러한 과학 원리를 활용해 호수의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어항과 식물, 꽃 등을 키울 수 있는 정원으로 설계되었다. 물고기 배설물이 식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하고, 식물이 물을 정화시켜 생명의 무한한 순환을 완성하게 된다. 정원과 어항은 제품의 중심에 자리한 조명을 공유한다. 조명 빛은 넓게 확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자연 환경을 모방해 빛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부드럽게 켜지고 꺼진다. 또한 스마트 전자 기기 기술을 활용해 작물과 어항 관리를 유지하며 온도, 습도, 수위 등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 WEB www.francoishurtaud.com

 

 

어항 속 피어난 화초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스튜디오 5.5는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 네 명이 뭉쳐 설립한 콜렉티브 디자인 스튜디오다. 건축, 공간, 그래픽,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무한한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그들의 자유롭고도 실험적인 아이디어는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탈리아 유리공예 브랜드 살비아티 Salviati를 위해 제작한 투명 유리병 ‘O’ et ‘O,O’는 무색의 단순한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어항 속 작은 꽃병이 숨겨져 있다. 마치 물방울을 떨어뜨린 듯한 유기적 형태가 특징. 제품명의 ‘O’는 무중력 상태의 물 분자를 의미한다. 5.5 디자이너들의 재치 있는 네이밍을 더하니 디자인이 더욱 돋보이는 듯하다. 디자인의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스튜디오 5.5의 도전적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WEB 5-5.paris

 

가정용 냉장고 수족관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등장한 ‘로카보레스 Locavores’는 자신을 ‘도시 주변 반경 100마일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는 요리 모험가 집단’으로 정의하며 식품의 추적 가능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송에 내재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티외 르와뇌르 Mathieu Lehanneur는 이들의 영향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가정용 수족관 로컬 리버 Local River를 고안했다. 로컬 리버는 100% 추적 가능한 신선한 식품에 대한 일상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고안된 가정용 물고기 양식장이다. 많은 해산물이 과잉 어획으로 인해 점차 공급량이 감소함에 따라 생선 양식장에서 재배된 내수면 생선(송어, 장어, 뱀장어, 잉어 등)의 회복을 위해 제작한 것. 수족관 상단부에 설계된 작은 정원 속 식물은 질산염이 풍부한 물고기 배설물에서 영양소를 받는다. 식물은 물을 정화하고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자연 필터 역할을 한다. TV 수족관을 대체해 장식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냉장고-수족관’ 역할을 목표로 한다. WEB www.mathieulehanneur.fr

 

CREDIT

에디터

assistant editor

채민정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