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들여다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과 취향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남다른 취향을 지닌 6명의 인테리어 전문가에게 집과 일상에 관한 20가지 질문을 던졌다. 오랜 시간 동안 좋아하는 물건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완성된 보석 같은 집의 장면들.
단정하고 단순하게
이로디자인플래닝 육연희 대표
자기 소개와 하는 일 이로디자인플래닝의 대표로 공간 디자인을 하고 있다. 주거 및 상업 공간, 오피스 등의 공간 설계와 가구, 스타일링 작업을 한다. 이 집의 첫인상 이 건물은 여러 차례 인연이 있던 곳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지인이 살던 집. 단정하게 가꾼 집이라 느낌이 좋았고, 망설임 없이 이 곳에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직접 살아보니 더 마음에 든다.(웃음)
언제부터 살고 있는지 실제 거주는 2022년부터.
이 동네와 집을 선택한 이유 집과 일하는 곳이 한 건물이면 좋겠다고 고민 하던 차에 기회가 닿았다. 이 지역의 장소성과 적당히 독립적인 위치가 마음에 든다. 강남과 강북 어느 곳으로든 접근성이 편하고, 남산과 소월로의 기운도 좋다. 이전에 살던 곳은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뷰의 한강변이었는데, 산 옆으로 와보니 계절이 잘 보이는 점이 좋다. 어떤 풍경을 보고 사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인테리어 컨셉트 내가 살 집이라 인테리어 컨셉트를 딱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외부(풍경)와 실내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내 성향에 맞는 레이아웃, 좋은 마감재와 똑똑한 수납 등 기본에 충실한 집이다. 주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 다이닝. 애정하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집밥도 해먹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장 좋아하는 가구 혹은 소품 쓰임에 맞게 제작한 가구들. 아름다운 백동장과 관복장. 그리고 매일 골고루 사용하는 내 그릇들. 귀한 물건을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좋은 안목을 갖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컬러 흰색. 정확히 말하면 초크색. 다양한 감성을 갖게 한다.
애정하는 작가나 디자이너 좋아하는 분이 너무 많아 콕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그중 꼽아보면 윤형근, 서세옥, 이헌정 작가와 일본 유리공예 작가 츠지 카즈미 Tsuji Kazumi.
가장 좋아하는 리빙 브랜드 내겐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너무 좋고 잘하는 브랜드가 많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의 특징은 꼼꼼하고 대중적인 디자인을 풀어간다는 것.
집이 가장 예뻐 보이는 시간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이 특히 좋다. 조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밝은, 자연채광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한다. 집에서의 일상, 하루 루틴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되도록 집에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다. 어설프지만 난 내가 요리한 음식이 참 맛있다. 차분하게 앉아 차도 마시고, 좋아하는 당근주스도 내려 마신다. 읽고 싶은 책들은 침실에 모아두고, 여러 책을 한꺼번에 그때 기분에 따라 읽는 편이다. 주말이면 가까운 꽃집에서 꽃을 사와 집 안 곳곳에 꽂아두기도 한다. 나의 하루 루틴에 멋지게 ‘운동’을 외치고 싶은 것이 올해 목표다.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주방과 다이닝. 음식도 하고, 다이닝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일을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가구로 정리된 새하얀 내 침실. 정말 너무 편하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차분히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 이것저것 잘도 만들어 가족과 나눠 먹던 어릴 적 생각을 하면 지금쯤 요리 선수가 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어째 항상 신입인 기분이다. 집 안 정리도 많이 한다. 생활도, 생각도, 물건도 무엇이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물건이 제 자리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는 그때그때 하려고 한다.
집에서 요즘 즐겨 듣는 음악 음악 앱에 담아둔 내 플레이리스트. 국내 가요가 많은데 어릴 적 내 감성을 지배한 노래부터 요즘 노래까지 다양하지만, 좋아하는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가장 자주 해먹는 요리 예바라기 선생님에게 배운 경상도 음식과 어릴 적부터 먹고 자란 반찬들. 시골스러운 김치찌개를 아주 잘한다. 그리고 유학 시절 해먹던 소박한 집 파스타와 반주.
최근에 새로 들인 아이템 지난 3월 일본에서 사온 나무젓가락.
갖고 싶은 위시리스트 최근 박여숙 갤러리 전시에서 본 권대섭 작가의 다완. 10년 가까이 마음에 품고 있는 이헌정 작가의 벽 옷걸이 작품. 그리고 차렵이불. 침장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요즘은 이불 커버를 세팅하는 게 가끔 너무 힘들다.
요즘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 시대에 적응하며 일하는 방법. 시간에 순응하며 사는 방법.
나에게 집이란 내가 살아온 집이 나를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언젠가부터 무언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 듯하다. 내 취향에 담 은 단정한 집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삶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