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컬러와 기하학적 형태, 장난기 가득한 패턴이 가득한 디자인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의 발렌시아 집과 오피스.
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서슴지 않는 그들다운 공간이다.
“3년 전, 우리는 집을 마련하기로 결정했어요. 첫 후보는 발렌시아 도심에 자리한 아파트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발렌시아 주택과 깊은 사랑에 빠졌어요. 오랜 시간 집을 찾아 헤매다 1925년에 지어진 이 집을 극적으로 만났습니다. 격자 무늬 장식을 띤 외관과 나무 대문이 우리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죠.”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마스케스파시오 Masquespacio를 이끄는 아나 밀레나 에르난데스 팔라시오스 Ana Milena Hernández Palacios와 크리스토프 페나스 Christophe Penasse가 한 말이다. 2010년 스튜디오를 오픈한 두 사람은 스페인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이탈리아, 덴마크,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자인에 대한 독특하고 창의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접근 방식으로 뉴욕타임스, AD 등을 비롯한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는 3D 기술과 발렌시아 현지 장인들의 핸드메이드 기술을 접목시켜 가구와 소품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것. 다채로운 색감과 모양, 질감으로 공간에 재미를 더하는데, 새롭게 론칭한 컬렉션 브랜드인 마스 크리에이션 Mas Creations에서 그 재치를 엿볼 수 있다.
“100년 전 지어진 이 집이 지닌 아름다움을 존중하면서도 역사적 성격과 본질을 되도록 유지하고 싶었어요. 발렌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기존 유압 타일 바닥과 더불어 천장, 벽돌담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죠. 1층은 사무실 공간으로, 2층은 우리가 거주하는 주거 공간으로 꾸몄어요.” 사무실 공간에는 파사드와 비슷한 격자 무늬를 살린 탁자를 만들어 배치했다. 방마다 각기 다른 색감의 대비를 더해 활기를 더한 뒤 벽에는 여러 층의 주름 커튼을 달아 따뜻함을 불어넣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내부 마당이 자리하는데, 이곳은 다채로운 관엽 식물을 키우는 정원이자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점심을 먹기도 하는 다목적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계단을 통해 한 층 위로 올라가면 주방과 거실이 나타난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이다. 정사각형, 삼각형, 원, 반원 등 기하학 형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연한 하늘색 주방에는 큰 삼각형 모양이 돋보이는 알루미늄 찬장과 대리석 소재 상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치 피라미드를 떠올리게 하는 짙은 녹색의 다이닝 체어는 보석처럼 빛나는 유리 테이블과 함께 놓였다. “이런 형태는 예전에 우리가 그래픽 디자인 하던 때를 떠오르게 하지요. 기하학적 형태에 대리석과 알루미늄, 마이크로 시멘트, 수제 타일 등 정교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이곳에 놓인 가구들은 우리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한 마스 크리에이션 컬렉션의 일부예요. 매 순간 특별한 질감과 형태, 재료, 색상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죠. 강렬한 색감은 공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어요.” 주방, 거실을 지나 테라스와 연결된 복도를 거치면 노란색의 수제 타일로 꾸민 전통 지중해식 욕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친 시멘트로 벽을 마감해 다소 상업적인 1층의 모습과도 자연스럽게 연결감을 더했다. 가구 컬렉션을 배치한 복도 끝에는 침실이 자리한다. 연두색 돔 형태의 침대는 순식간에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다. 직접 디자인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곳에 누웠을 때 세상과 완전한 단절감을 느끼기 바랐다는 두 사람의 설명이 더해졌다.
침대 오른편에는 반원 형태의 핑크색 벽을 세우고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간단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커튼이 드리워진 반대쪽 벽면은 명상을 하는 방으로 꾸몄다.“우리는 10여 년간 뉴멤피스부터 아르데코, 미래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영향을 받았어요. 이 집은 그 모든 것과 기존 전통이 혼합 되고 집약되어 있는 공간이죠. 앞으로도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모색하려고 해요. 늘 새로운 경험과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젝트들을 시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