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트라이베카의 역사적 건축물을 단 6주 만에 리노베이션했다. 과거의 흔적과 현대적 미학이 어우러진 아티스틱한 펜트하우스다.
멕시코에서 태어나 뉴욕에 살고 있는 아티스트 클라우디아 도링 바에즈 Claudia Doring Baez는 프리즈 뉴욕 참여를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열기 로 했다. 그리고 행사 오픈하기 6주 전, 남편 알렉스와 함께 사는 집을 새롭게 바꾸기로 결심했다. 2001년 이사해 20년 넘게 살고 있는 그녀의 집은 1890년 지어진 뉴욕의 대표적인 역사적 건축물 ‘아메리카 스레드 빌딩 America Thread Building’의 펜트하우스다. 당시 뉴욕은 영국 신사 클럽에서 영감을 받은 우아한 업타운 사교 클럽을 한창 짓던 시기다. 클라우디아 집 역시 빌딩의 클럽 룸으로 지어서 과거의 웅장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공간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현대적 미학을 불어넣어줄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기까지 단 6주 만이 남아 있었다. 도전적인 과제에 부응해준 이는 그녀의 친구이자 건축가 크리나 아기레스쿠 로가드 Crina Arghirescu Rogard다. 크리나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Politecnico di Milano 건축학부에서 공부한 후, 파리에서 일하다가 뉴욕에 정착했다. 국제적인 배경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앤티크 마켓과 디자인 페어를 함께 다니며 예술적 다양성에 대한 열정을 나누는 사이다. 짧은 시간에 클라우디아의 의도와 취향을 이해해 인테리어에 적용해줄 완벽한 파트너다.
“아메리카 스레드 빌딩에 들어가는 것은 마치 역사를 거니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애정하는, 그래서 꼭 보존하고자 한 디테일이 많아요. 특히 입구 홀에 있는 기존의 모자이크 바닥과 아파트에 빛을 선사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흔적들입니다.” 이 집에 대한 첫인상을 묻자 크리나가 말했다. 그녀는 집의 역사적인 요소들을 배경으로 현대적 조각을 도입하며 대비와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구조적인 리노베이션은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아파트 내 기능적인 동선을 재구성하고, 가족 모임과 부부가 즐기는 파티를 위해 중요한 공간인 거실에 집중했다. 르네상스 리바이벌 시대의 기둥과 몰딩, 짙은 호두나무 패널과 벽난로 등 과거의 요소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 이것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소파, 커피 테이블, 안락의자 등 모든 가구를 맞춤형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거실 중앙에 위치한 좁은 기둥에는 미스터 리즈 홉킨스 Mr. Liz Hopkins의 바게트 조명을 걸었다.
집 안 곳곳에 전시된 방대한 예술품과 오브제 컬렉션도 중요했다. 로즈 와일리 Rose Wylie, 로이 옥슬레이드 Roy Oxlade,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로버트 마더웰 Robert Motherwell 등의 작품이 일상 오브제와 어우러져 있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작품과 함께 화가인 어머니 루세로 곤잘레스 Lucero Gonzales, 영화감독인 남동생 아돌포 도링 Adolfo Doring, 딸 알렉산드라 젤만 Alexandra Zelman의 그림, 사진, 조각품이 가득했다. “아파트의 모든 요소는 저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숨기고 있지만, 저는 언제나 복도 문 뒤에서 힐끔 쳐다보는 초상화에 끌렸습니다.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그림의 제목을 알게 되었어요. 자신과 마찬가지로 화가인 어머니를 그린 클라우디아의 작품이었죠. 이처럼 집은 풍부한 예술적 유산을 담고 있습니다.” 크리나는 이러한 예술적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구상해나갔다. 거실에 걸어둔 로즈 와일리의 대형 딥디크(두 패널로 구성된 작품)가 핵심이다. 자유롭고 대담한 형태와 색상 팔레트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아티스트들과 오직 이 집을 위한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 앞에 놓인 테이블은 리즈 홉킨스가 맞춤 제작한 테이블로 작품과 어우러지도록 청회색을 사용했고, 함께 놓인 의자는 아티스트 리즈 콜린스 Liz Collins가 제작했다. 역시나 푸른 빛의 패브릭을 사용했는데, 두 개의 의자를 솔처럼 묶은 것이 특징이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과 예술적 대화를 통해 완성된 작품의 의미를 담아 ‘대화 Convers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6주라는 짧은 기간에 진행된 리노베이션은 대화의 장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다양한 시기의 작품이 한데 모여 서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처럼 시적이고 신선한 대화가 만들어낸 장면들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적인 멋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