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그 Intg
송승원, 조윤경 공동대표
인테그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비롯해 타르틴 한남, 브라이튼 N40, 맹그로브 신촌, 파운드리 갤러리, 화이트 큐브 갤러리 등 다양한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오랜 리서치를 통해 도출해낸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공간에 새로운 언어와 문법을 불어넣으며,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딩을 함께하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WEB intgspace.com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꽤나 큰 규모의 사옥이다.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3층과 4층은 인테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3층에는 송승원 소장의 개인 사무실과 미팅룸, 주방 등 공용공간이 자리하고, 메자닌 구조로 계단을 올라가면 4층에 직원의 사무 공간과 조윤경 소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지하는 현재 자재와 소재들을 보관하고 테스트하는 장소로 사용하는데, 앞으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전시도 기획하려고 한다.
사무 공간이지만 왜인지 집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자닌 구조 때문에 포기하는 공간도 꽤나 많았을 것 같은데. 3층 공용부인 거실과 주방 구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느낀다. 아무래도 디자인 회사이다 보니 틀에 박힌 느낌보다는 좀 더 창의적인 공간이 되기 바랐다. 하루 중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데, 가장 좋은 공간을 직원들에게 내어주는 게 당연하지 않은지. 최대한 사무적인 분위기를 지양하고 싶었다. 3, 4층은 물론 지하층 바닥에도 전부 원목 마루와 온돌을 깐 이유도 그렇다. 직원들도 여러 층을 오가며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편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도 건물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이곳의 대지 모양이 굉장히 특이했다. 삼각형에 가까운데, 사거리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꽤 많은 편이다. 부동산 관점으로 봤을 때는 건물의 향을 사거리 쪽으로 트는 게 맞지만 되려 그 부분을 막고 공공을 위한 조경 공간으로 꾸몄다. 코너 부분의 벽을 곡선으로 만든 것도 자연과 함께 잘 어우러지기 위해 기와에서 따온 디테일 요소다. 머지않은 시일에 큰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종로구 재동이라니 디자인 스튜디오의 사옥이 있기에는 다소 의외의 위치다. 이전 사무실은 압구정동에 있었다. 이 건물이 지어진 땅은 조 소장의 아버지가 어릴 적 살던 한옥 집터였다. 두 사람 모두 외국 생활을 오래한 탓에 좀 더 한국적인 동네에서 정체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최대한 이곳이 지니고 있던 이야기를 살리고 싶어 한옥 해체 당시 나온 부재를 최대한 많이 보존해 공간 디테일 자재로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디테일이 숨어 있나? 공사할 때 나온 흙을 가지고 서울대 도예과 한정용 교수가 도자 편을 만들었다. 흙의 성질에 따라 텍스처와 색깔이 결정되는데, 이곳은 규소와 철분이 많아 어두운 색감이 나왔다. 처음에는 외장재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내구성과 제작 기간에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았다. 대신 아트 피스처럼 제작해 보관 중이다. 이 외에도 대들보와 서까래, 기와 등을 곳곳에 녹였다. 3층 회의실 앞 기둥목과 1층 카페의 툇마루도 옛집의 흔적이다.
사옥 1층의 카페 이오이 EOE 서울도 직접 기획했는데, 카페를 직접 오픈한 이유가 궁금하다. 모든 공간이 그렇지만 상공간은 특히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완전한 이방인이 된다. 바로 직전까지 밤낮으로 고민하고 매달려온 내 자식 같은 곳이었는데 말이다!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공간이 어떻게 진화돼가는지 늘 외부자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워 카페를 직접 운영해보면 어떨까 했다. 북촌이라는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숙성한 보리 우유를 사용한 시그니처 음료부터 청송 사과, 이천 쌀, 신안 소금 등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피낭시에를 선보인다. 모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넣은 2층 공간도 조만간 오픈할 계획이다.
그동안 진행한 공간 프로젝트를 보면 소재나 컬러감이 굉장히 다채로운 편인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 일단 조 소장이 색감과 재료 사용에 실험정신이 무척 강한 편이다. 또 프로젝트마다 공간의 개념을 재료로 풀어내기 때문에 늘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낸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직접 구현해야 하기에 매번 쉽지 않지만 이 부분만큼은 꼭 고수하는 편이다.
인테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디자인적인 취향과 미감을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에 대해 늘 날을 세워 바라본다. 그래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리서치를 굉장히 깊고 오래하는 편이다. 그 과정을 통해 가장 함축적인 내러티브를 세우고 그와 연관된 일관적인 디자인과 언어를 만들어낸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 Saladbowl Studio
구창민 대표
샐러드보울 스튜디오는 2015년부터 다양한 주거 공간을 비롯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레이어 청담, 디타워 스시 모리, 이윤, ACR 커피 등 다양한 상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화려한 장식 등의 시각적 아름다움보다는 촉감과 편안함 등 보이지 않는 감각을 공간에 녹여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구한다. WEB salad-bowl.co.kr
청계산 입구라니, 생각보다 굉장히 의외의 장소다. 지난 2월에 이사를 왔다. 이전 사무실은 청담동을 거쳐 양재동에 있었는데, 번잡스러운 도심에 사무실이 있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이곳은 아는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등산로 입구라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평일에는 굉장히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주변에 맛집도 많다.(웃음)
새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건물 자체 천고가 약 10m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처음 공간을 봤을 때 콘크리트 곡면 구조 같은 부분이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존에 있던 파티션들을 털어내고 공실로 만든 뒤 공간을 다시 구획했다. 공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입구가 있는 공간 쪽에는 작가들의 기물과 참고용 서적들을 두었다. 나중에는 이곳에서 전시도 열 계획이다. 안쪽은 실질적인 업무 공간이다. 중간에 벽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간 분리가 된다. 1층에는 회의실과 직원들의 사무 공간, 보조 주방, 자재실이 있다. 한 번도 개인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2층을 대표실로 만들었는데, 주로 1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아직 텅 비어 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큰 탁자 위에 놓인 공예품들이 인상적이었다. 10년 가까이 공간을 다루면서 결국 바닥과 벽, 천장을 제외하고는 남이 만든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넣게 된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한 번씩 들곤 했다.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단순한 시공 업자인 걸까?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를 조금 더 수고스럽게 하려는 방향성을 지니게 됐다. 요즘에는 되도록 가구와 조명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 탁자는 작가들과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서 작품뿐 아니라 함께 제작한 목업도 있다. 지난번 프로젝트에서는 윤여동 작가와 함께 킨츠키를 주제로 한 금속 문 손잡이를 제작했다.
회의실과 주방이 굉장히 아늑하다. 천장을 따로 만든 이유가 있나? 기둥에 지붕이 얹힌 단순한 구조지만 개인적으로 공간 속의 공간이 주는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천장은 새하얀데, 그 부분이 늘 못내 아쉬웠다. 요즘에는 바닥보다는 천장에 조금 더 힘을 쏟는 편이다.
샐러드보울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시간이 갈수록 주거 공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짐을 느낀다. 처음에는 단순히 깔끔하고 미니멀한 공간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집의 본질과 더 오래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집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중심에는 늘 집이라는 공간이 있다. 인테리어를 오래 하면 주거보다는 상업 공간을 선호하게 되는데, 샐러드보울은 끝까지 주거를 절대 놓지 않으려고 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샐러드보울만의 색깔을 고수해왔다. 많은 분이 샐러드보울 하면 우드 인테리어를 떠올리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우드 톤을 일부러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지 나무의 질감과 촉감이 좋고, 오래 사용해 찍히고 오염돼도 가장 이질적이지 않은 소재가 나무였을 뿐이다. 또 결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나무가 오크였을 뿐인 거다. 앞으로는 한국의 나무 소재도 사용해보고 싶은데, 생각보다 자재 수급이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는 편인가? 디자인할 때 컬러를 다양하게 쓰거나 가시적으로 화려한 것을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다. ‘뭔가 좋은데, 도통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공간을 추구한다. 상공간으로 예를 들면 테이블 위의 조명 위치나 다리의 틀어진 각도 등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들. 결국 섬세한 디테일의 승부다. 요즘은 오픈 소스의 시대 아닌가. 누구나 다 따라서 만들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고스러움을 일부러 넣으려고 하는 이유다.
이제 곧 10주년을 맞이하는데,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경하기도 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지금 한옥 두 채를 이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기존 한옥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좀 깨고 싶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중이다. 아마 올 연말쯤에는 준공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