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우리의 건축을 찾아서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지금, 큰돈 들여 해외까지 나가지 않아도 아이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이 지척에 있다. 문화와 역사의 총체인 건축 유산 답사가 그중 하나다. 옥석을 골라내듯 건축가가 엄선한 6개의 건축물이라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종친부를 다시 제자리에 복원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추천합니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을 이어주는 6개의 마당을 꼭 느껴보았으면 해요. 입구에 있는 큰 마당은 파빌리온과 같은 대형 설치 작품이 들어서기도 해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마당으로 이끌어요. 큰 마당 외에도 5개의 마당이 흩어져 있기도 하고 하나로 이어지기도 해 자연스럽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 여름 프로젝팀인 ‘문지방’이 현대카드 문화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붕감각 SOA’ 파빌리온을 선보일 예정이니 방학 때 방문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건축농장 최장원 소장 추천

꿈마루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위치한 ‘꿈마루’를 추천합니다. 선유도공원과 이응노기념관을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가 새롭게 설계했어요. 꿈마루는 어린이대공원이 조성되기 몇 년 전에 한국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설계로 완공된 작품입니다. 처음엔 골프장 내 편의 공간으로 쓰이다가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뀌면서 내부 공간을 개조해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전시 공간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여 2011년 조성룡 건축가에 의해 새롭게 탈바꿈했어요. 시간과 기억을 보존한다는 취지 아래 기존의 건물이 가지고 있던 형태와 구조를 유지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을 적절히 변형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쉽게 헐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에 익숙한 요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지키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느끼고 공감했으면 합니다.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플레인웍스 권경민 소장 추천

종묘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으로 장엄한 건축물 중 하나이죠. 첫 조상의 신주를 모신 이후 하나씩 증축을 해 지금의 모습이 된 순리에 맞고 기능적인 건축입니다. 또한 ‘일획의 건축’으로 마치 구름 위에 지어진 듯 땅과 하늘을 경험하게 하는 건축입니다. 장중한 검은 지붕은 고요한 하늘을 느끼게 하고, 월대와 앞마당에 깔린 돌들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 보이지만 고개를 숙여 바닥을 봐야 하는 신하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바닥을 내려보다가 반사된 햇빛에 시력이 상하는 것을 막고자 했던 세심함이 돋보이죠. 또한 그 모양은 돌로 만든 구름을 보는 듯도 합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훈정동 1
이도건축 김개천 소장 추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다양한 곡면이 특징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출신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 Alvaro Siza가 설계했습니다.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사용자를 배려하고 기능을 추구한 건축가로 유명하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다양한 크기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합니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공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국내외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내 건축으로도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499-3
숨비 김수영 소장 추천

덕포진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김포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역사 유적지가 있습니다. 사적 제292호 ‘덕포진’이랍니다. 조선시대 한성으로 통하는 바닷길의 전략적 요충지로 19세기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격전을 벌였던 장소입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땅속에 묻혀 있는 포대들과 그것을 둘러싼 자연이 너무나 잘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은 자연 속에 있으면서도 인위적으로 자연을 바꾸거나 거스르지 않는 형상을 취하는데, 덕포진 포대는 역사적인 유적지이면서도 현대건축에서 주목하는 ‘경계 없는 건축’, ‘지형과 일체된 건축’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땅과 건축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 속에서 19세기 격변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길 바랍니다.
주소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 산 105
N.E.E.D 김성우 소장 추천

수풍석 미술관
건축가 이타미 준은 한국과 일본 양 쪽에서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받아온 고독한 건축가입니다. 그는 늘 우리의 백자를 곁에 두고,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자연미를 그대로 건축에 담고 싶어했어요. 이타미 준은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하면서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른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수풍석 미술관 또한 물, 바람, 돌을 주제로 한 세 개의 미술관이 무심한 듯해도 사색이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벽 틈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 소리를 꼭 들어봤으면 합니다. 또한 박물관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식물 ‘띠’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또한 아주 매력적인 곳이지요.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62-3
리빙엑시스 최시영 소장 추천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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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루이스 식구들

존 루이스 식구들

존 루이스 식구들
존 루이스의 S/S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앤디 스트리트 대표와 바잉&브랜드 디렉터인 폴라 니콜즈를 만났다. ↑ 존 루이스의 대표 앤디 스트리트(왼쪽)와 바잉&브랜드 디렉터 폴라 니콜즈(오른쪽)

존 루이스의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
Andy(이하 A) 존 루이스는 1864년 영국의 작은 직물 가게에서 시작해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John Lewis Partnership’ 창립자인 스페단 루이스는 직원이 회사를 소유하는 ‘존 루이스 파트너십’을 적용해 모든 직원에게 회사 이익을 분배하고 보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백화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이기도 하다. 생활, 패션, 가전 등 생활 전반의 제품을 영국에서는 43개의 지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사업은 물론 한국에서는 신세계백화점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존 루이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 존 루이스는 생활용품부터 패션까지 자체 브랜드인 PB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수건, 베드 리넨, 속통 제품은 오래도록 사용 가능한 높은 품질로 영국에서 일부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또 우리의 핵심 경쟁력은 ‘파트너십’이다. 존 루이스에서 근무하는 모든 임직원이 존 루이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업체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영국 국민들에게 존 루이스는 어떤 의미인가?
A 존 루이스는 훌륭한 고객 서비스와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약속으로 영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존 루이스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편인데 이는 존 루이스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고객들은 결혼이나 자녀들의 대학 입학 등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에 존 루이스에서 상품을 구매하곤 한다. 특히 가전은 고객들이 믿고 구매하는 제품 중 하나이며 영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PB 생활용품도 유명하다.

이번 S/S 컬렉션의 특징은 무엇인가?
Paula(이하 P) 존 루이스 디자인팀은 주요 트렌드를 반영한 모던한 컨셉트에 어울리는 감도 있는 S/S 시즌 컬렉션을 기획했다. ‘퓨전’, ‘스칸디’, ‘릴렉스 컨트리’ ‘엘레강스 타운하우스’ 컬렉션이 이에 해당된다. 퓨전 라인은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여 전 세계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 스칸디 라인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세련되고 정제된 컬렉션이다. 우아하고 정제된 엘레강스 타운하우스 라인은 톤 다운된 그레이, 퍼플 컬러를 활용한 매끈하고 모던한 컬렉션이다. 마지막으로 릴렉스 컨트리 라인은 꽃의 색깔을 담은 부드러운 컬렉션으로 자연 소재와 전통적인 장인 정신이 결합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존 루이스 제품은 무엇인가?
P 한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침구 커버를 포함해 헝가리안 구스 이불솜, 커트러리 및 글라스 웨어가 베스트셀러 품목이다. 특히 구스 이불솜과 일부 베개솜은 영국 랭커셔 지역에 위치한 존 루이스 자체 공장인 허버튼 파키슨에서 직접 생산해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존 루이스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친환경 프로젝트 이슈가 있는가?
A 사업적인 성공은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존 루이스는 늘 진실되게 행동하며 공동 소유권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보상한다. 좋은 예로 존 루이스 재단을 통해 ‘코튼 커넥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인도의 지역 농민들과 협력해 존 루이스 자체 브랜드의 수건과 욕실 매트, 커튼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재단을 통해 해당 지역의 새로운 학교에 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5년에도 지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것이다.

한국의 존 루이스 매장을 여러 번 방문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P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존 루이스 매장의 인테리어 및 매장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존 루이스의 모든 상품, 예를 들면 욕실 용품과 침구 용품, 테이블웨어, 홈데코 컬렉션이 서로 조화롭게 매장에 전개된 점이 훌륭했다. 가까운 시기에 한국의 존 루이스 매장을 다시 방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소비자만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소비 패턴이 있는가?
A 베드리넨, 이불솜, 베개솜이 한국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이는 존 루이스 PB 상품 및 영국에서 생산된 일부 상품들의 반응이 좋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 있는가?
A 신세계백화점과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현재 7개 점포에 존 루이스 매장을 전개하면서 많은 한국 고객들에게 존 루이스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규 시장인 아시아 지역 고객들에게 존 루이스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준 훌륭한 파트너다. 앞으로도 신세계와 지속적으로 비지니스 확장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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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예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예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예술
무심결에 지나간 건물 앞의 미술품, 여행차 들렀던 호텔 로비의 그림 등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곳곳에 예술은 존재한다.

↑ 에클라 호텔의 로비.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에서 볼 수 있는 가오샤오위 작품. 아래 밤이면 더욱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서울스퀘어 외관의 ‘걸어가는 사람들’. 지인을 만나기 위해 들른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멀리 높은 벽 위에 김창영의 모래 그림이, 로비에는 아르망의 조각과 가오샤오위의 인사하는 조각까지 곳곳에 미술품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는 지인은 “어머 저기에 저런 작품이 있었네! 저게 그때 아트 페어에서 본 작가의 작품이에요?”라는 놀라운 반응이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상의 사물을 빠르게 지나치며 관찰의 즐거움을 즐기기에 도시인들의 삶은 너무나 바쁘니 말이다. 하지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존재하는 예술품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역 앞의 서울스퀘어다. 예전에는 대우빌딩이었고 지금은 장그래 빌딩으로 불리는 곳. 전면을 모두 미디어 아트가 가능한 디지털 스크린으로 처리하여 밤이 되면 영상 작품이 빛나는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줄리앙 오피의 ‘걸어가는 사람들’ 영상이 서울역을 오가는 바쁜 도시민의 삶과 오버랩되는 즐거운 광경을 선사한다. 서울스퀘어 1층에도 건물의 내부와 외부에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걸스타인의 작품은 이곳뿐만 아니라 건대입구 스타시티 벽면에도 장식되어 있어 서울 시민에게 매우 친숙한 작가다. 한 번 공공 조각으로 선정되고 나면 곧 유명세를 타게 돼 작가의 명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로버트 인디아나의 ‘LOVE’ 조각이 대표적인 사례로, 뉴욕에 이어 아예 이스라엘어와 중국어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 설치 중이다. 아마도 단일 작품으로 가장 많은 도시에 설치된 미술 작품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비의 1%를 예술에 할애해야 하는 건축물미술작품 제도가 있어 대부분의 건물 외관에 미술품이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설치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장소는 바로 호텔과 백화점이다. 특히 신라 호텔은 박선기의 숯 샹들리에 프로젝트를 10년 가까이 진행해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백화점 내에 갤러리를 두었을 뿐 아니라 층마다 미술 작품을 설치하여 아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공공장소는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소재나 적나라한 표현의 작품이 아닌 무난하고 유쾌한 대중적인 작품을 선별하곤 한다. 반면 베이징의 파크뷰 쇼핑몰과 에클라 호텔은 이런 편견을 깨버리기라도 하듯 압도적인 컬렉션을 자랑한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쇼핑몰 곳곳에 작품이 즐비하고, 쇼핑몰 10층에는 황진화 회장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별도의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에클라 호텔은 복도는 물론 두세 개에 달하는 대형 스위트룸 내부에도 미술품을 걸어놓았다. 특히 수억대에 달하는 펑정지에의 회화 작품이 아크릴 액자도 없이 식탁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고 수영장 바로 옆에도 가오샤오위의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구색을 갖추기 위한 아트 마케팅이 아니라 미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공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서울 스퀘어 외부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오늘부터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우리 주변에 의외로 예술품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파리에서 살 때 한국에서 온 지인들이 “이 나무는 뭐야?” “이 건물은 여기 왜 있어?”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보이지도 않았던 나무가 보이고 수종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호기심이다. 바로 지금부터 이 도시를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그것이 예술이다.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 에디터 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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