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을 갖춘 소형 주택에 대한 실험적인 이야기를 담은 건축 다큐멘터리 <마이크로토피아>는 주택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매년 EBS에서 ‘국제다큐영화제’를 개최하는데 나는 작년에 이 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중 건축을 주제로 한 <마이크로토피아 Microtopia>의 패널로 초대되어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감독 예스페르 바트메이스테르 Jesper Wachtmeister의 작품인 마이크로토피아는 각기 다른 국적의 건축가, 사회운동가, 예술가 등 총 9명이 등장해 작은 건축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여러 작품이 등장하지만 그중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를 소개한다. 미국 아이오아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제이 셰퍼 Jay Shaffer는 어느 날 갑자기 복잡한 공간과 많은 물건에 신경 쓰기 싫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작은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가 지은 ‘타이니 하우스 Tiny house’는 지상 위의 집이 아닌 트레일러 위의 집으로 언제나 이동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아래층은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2.3×5m 크기의 다기능 거실과 작은 주방, 욕실이 있으면 위층은 침실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스몰하우스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대량생산과 소비, 물질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던 미국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위기와 집의 규모를 줄이는 주택 소형화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이 셰퍼가 제시한 스몰하우스 공간 유형은 표준화되어 대부분의 작은 집에 활용되고 있다. 그의 설계 방식은 ‘완벽한 디자인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뭔가가 없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법’이라고 이야기한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를 인용해 ‘뺄셈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현재 그는 ‘텀블위드 타이니 하우스 컴퍼니 Tumbleweed Tiny house company’를 운영하며 장소와 관계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집이 아닌 장소로부터 떨어진 자유로운 작은 집을 제시하고 있다.부엌 가구를 만드는 목수였던 리처트 소와 Richart Sowa는 어느 날 창의적인 일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하던 일까지 그만두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화가 생겨 가족들과 헤어지고 인생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진정한 인생의 종착지를 찾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고 유럽에서 몇 년 보내다 1996년 미국을 거쳐 꽤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 마지막 종착지로 멕시코에 오게 된다. 그는 아즈텍인들이 진흙을 퍼 올려 섬을 만들고 그 섬에서 채소를 경작하고 버드나무를 심어 영구 농경지가 된 역사적 유산인 ‘치남파스’를 본 후 페트병과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자신만의 인공 섬 ‘그린 아일랜드 Green Island’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첫 번째 그린 아일랜드를 산 페도르 포추틀라에 위치한 지폴리테 해변에 지었다. 속이 비고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모아 그물 안에 넣었고 합판과 함께 구조물을 만들어 작은 오두막을 완성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 섬을 지역민들이 좋아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3일 뒤 허리케인 ‘폴린’이 마을과 섬을 덮치게 되었는데 그는 다행이 목숨을 건졌지만 첫 번째 그린 아일랜드는 자연재해로 파괴되었다. 그 후 1998년, 리처트는 다시 빈 병을 수집하고 조립해 그물 안에 넣었다. 대나무와 합판 구조 위에 이번엔 모래를 쏟아부어 여러 가지 식물을 심기도 하였으며 야자 잎으로 집을 짓기 위해 계속 섬을 늘려갔다. 그러는 사이 지역 사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상황에서 섬을 만들게 되었으며 4년 동안 3개의 해변과 채소, 꽃이 있는 정원, 2층의 루프 테라스와 퇴비 처리가 되는 화장실, 태양열의 오븐이 있는 주거 공간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진정한 환경운동가로서 지속가능한 섬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두 번째 섬 역시 거주민들이 반대를 했고 또 다른 허리케인 ‘에밀리’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장소에 속박되지 않는 작은 집을 지으려 했던 리처트의 꿈은 현재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토피아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환경가와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작은 집, 특히 장소와 지역성에서 해방된 집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편적인 건축의 개념을 뛰어넘어 제한된 장소를 초월한 새로운 거주 방법에 주목하고 있으며 환경을 배려하기 위해 개인 공간을 최소한으로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은 집이란 결국 공간의 다양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email protected])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