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성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껴지는 조명 브랜드 보치 Bocci의 제품은 어느 공간이라도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 ‘57 시리즈’는 세포 같은 모양이 독특한 인상을 준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메종&오브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디자인 박람회에서 공간을 압도하는 힘으로 주목을 받은 조명 브랜드가 있다. 마치 조각가가 만든 듯한 예술적인 위엄을 뽐내는 제품을 선보이는 ‘보치 Bocci’다. 2005년 이스라엘 태생의 캐나다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 Omer Arbel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한 브랜드로, 건초 들판에 둘러싸인 빨간색 헛간에서 ‘14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14 시리즈는 LED 램프가 유리구 안에 들어 있는 형태로 두꺼운 얼음에 불빛을 가둔 듯한 모습으로 공간에 따라 1개부터 36개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진 보치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을 줄지어 선보였다. 그중 ‘28 시리즈’는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구슬을 이은 것으로 지름이 13~28cm이며 크기와 색상이 다양하다. 보치의 모든 조명 제품이 그렇듯 28 시리즈도 모듈화되어 있는데 하나의 펜던트 조명부터 61개의 구슬이 달린 샹들리에까지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1 패브릭과 유리를 결합해 제작한 ‘73 시리즈’. 2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설치하며 화제를 모은 ‘28. 280’.
1 조명과 플랜트를 결합한 독특한 외형의 ‘38 시리즈’. 2 녹인 황동을 거푸집에 넣어 만든 쟁반 모양의 장식 오브제 ‘19’.
1 보치의 첫 제품이자 베스트셀러인 ‘14 시리즈’. 2 부품을 조립해 다양한 나뭇가지 모양을 완성할 수 있는 ‘16 시리즈’.
28 시리즈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201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였다. 그해에 설립 28주년을 맞은 보치는 이를 기념해 28 시리즈의 280개 버전을 길이 30m로 제작해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설치했다. 1층 미술관 천장부터 메인 홀까지 관통하는 거대한 샹들리에는 붉은 구리선에 유리 조명이 자유로이 달려 있는 형태로 기이한 식물을 연상케 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이는 공간에 맞게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조명을 디자인한 보치의 강점이 잘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유닛 형태로 어떤 공간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제작하고 공간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보치가 예술적인 조명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데에는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오메르 아르벨의 역할이 컸다. 그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 특성을 탐구하고 형태를 완성하는 데 있어 공예, 조각, 발명 등 여러 학문과 문화, 경제적인 맥락에 걸쳐 다양하게 접근한다. 또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갖췄으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 1월 메종&오브제에서 공개된 ‘73 시리즈’는 보치의 예술성과 혁신적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내열성이 강한 패브릭 안에 유리를 녹여 만든 73 시리즈는 울퉁불퉁한 텍스처를 통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형상을 뽐내는데, 유리이면서 패브릭이기도 한 새로운 소재로 묘한 매력의 조명을 탄생시켰다. 보치는 단순히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조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때문에 타협을 하기보다 제작이 어려울지라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엄격한 품질 기준 을 만족시키는 조명을 만들고 있다. 불을 끄고 켰을 때의 모습, 주변에 생기는 빛 그림자 등 모든 것을 고려하며 특별한 오브제를 선사하고자 하는 노력은 10년 만에 세계적인 조명 브랜드로 이끌었다. 독창성을 뛰어넘은 예술적인 디자인과 신기술 개발, 효율적인 유통 구조까지 모두 갖춘 보치는 혁신과 차별화를 상징하는 조명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