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 다양한 선인장과 화분이 있는 베란다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의 세컨드 브랜드 ‘에피그램’의 팝업 스토어 ‘올모스트 홈’의 공간이다.

 

나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언제부턴가 거창한 환경을 찾아 취하는 휴식보다는 일상에서 즐기는 짧은 쉼이 나에게 맞는 처방전임을 깨달았다. 초록이 넘실대는 공원 산책이나 작은 화분들이 있는 베란다에 앉아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다 보면 휴식은 곧 치유가 된다. 소소하지만 강렬한 휴식의 힘을 주는 자연은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마법의 알약과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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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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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깨어나는 시간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
독창적성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껴지는 조명 브랜드 보치 Bocci의 제품은 어느 공간이라도 압도하는 힘을 지녔다.

↑ ‘57 시리즈’는 세포 같은 모양이 독특한 인상을 준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메종&오브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디자인 박람회에서 공간을 압도하는 힘으로 주목을 받은 조명 브랜드가 있다. 마치 조각가가 만든 듯한 예술적인 위엄을 뽐내는 제품을 선보이는 ‘보치 Bocci’다. 2005년 이스라엘 태생의 캐나다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 Omer Arbel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한 브랜드로, 건초 들판에 둘러싸인 빨간색 헛간에서 ‘14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14 시리즈는 LED 램프가 유리구 안에 들어 있는 형태로 두꺼운 얼음에 불빛을 가둔 듯한 모습으로 공간에 따라 1개부터 36개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해진 보치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을 줄지어 선보였다. 그중 ‘28 시리즈’는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구슬을 이은 것으로 지름이 13~28cm이며 크기와 색상이 다양하다. 보치의 모든 조명 제품이 그렇듯 28 시리즈도 모듈화되어 있는데 하나의 펜던트 조명부터 61개의 구슬이 달린 샹들리에까지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1 패브릭과 유리를 결합해 제작한 ‘73 시리즈’. 2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설치하며 화제를 모은 ‘28. 280’.



1 조명과 플랜트를 결합한 독특한 외형의 ‘38 시리즈’. 2 녹인 황동을 거푸집에 넣어 만든 쟁반 모양의 장식 오브제 ‘19’.  

   

1 보치의 첫 제품이자 베스트셀러인 ‘14 시리즈’. 2 부품을 조립해 다양한 나뭇가지 모양을 완성할 수 있는 ‘16 시리즈’.  

 

28 시리즈가 더욱 주목받은 것은 201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였다. 그해에 설립 28주년을 맞은 보치는 이를 기념해 28 시리즈의 280개 버전을 길이 30m로 제작해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에 설치했다. 1층 미술관 천장부터 메인 홀까지 관통하는 거대한 샹들리에는 붉은 구리선에 유리 조명이 자유로이 달려 있는 형태로 기이한 식물을 연상케 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이는 공간에 맞게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조명을 디자인한 보치의 강점이 잘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유닛 형태로 어떤 공간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제작하고 공간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보치가 예술적인 조명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데에는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오메르 아르벨의 역할이 컸다. 그는 재료가 가진 고유의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 특성을 탐구하고 형태를 완성하는 데 있어 공예, 조각, 발명 등 여러 학문과 문화, 경제적인 맥락에 걸쳐 다양하게 접근한다. 또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갖췄으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 1월 메종&오브제에서 공개된 ‘73 시리즈’는 보치의 예술성과 혁신적인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내열성이 강한 패브릭 안에 유리를 녹여 만든 73 시리즈는 울퉁불퉁한 텍스처를 통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같은 형상을 뽐내는데, 유리이면서 패브릭이기도 한 새로운 소재로 묘한 매력의 조명을 탄생시켰다. 보치는 단순히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조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때문에 타협을 하기보다 제작이 어려울지라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엄격한 품질 기준 을 만족시키는 조명을 만들고 있다. 불을 끄고 켰을 때의 모습, 주변에 생기는 빛 그림자 등 모든 것을 고려하며 특별한 오브제를 선사하고자 하는 노력은 10년 만에 세계적인 조명 브랜드로 이끌었다. 독창성을 뛰어넘은 예술적인 디자인과 신기술 개발, 효율적인 유통 구조까지 모두 갖춘 보치는 혁신과 차별화를 상징하는 조명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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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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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의 집

꿈꾸는 나의 집

꿈꾸는 나의 집

이동성을 갖춘 소형 주택에 대한 실험적인 이야기를 담은 건축 다큐멘터리 <마이크로토피아>는 주택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매년 EBS에서 ‘국제다큐영화제’를 개최하는데 나는 작년에 이 영화제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중 건축을 주제로 한 <마이크로토피아 Microtopia>의 패널로 초대되어 작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감독 예스페르 바트메이스테르 Jesper Wachtmeister의 작품인 마이크로토피아는 각기 다른 국적의 건축가, 사회운동가, 예술가 등 총 9명이 등장해 작은 건축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여러 작품이 등장하지만 그중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를 소개한다. 미국 아이오아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제이 셰퍼 Jay Shaffer는 어느 날 갑자기 복잡한 공간과 많은 물건에 신경 쓰기 싫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작은 집을 짓기 시작한다. 그가 지은 ‘타이니 하우스 Tiny house’는 지상 위의 집이 아닌 트레일러 위의 집으로 언제나 이동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아래층은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2.3×5m 크기의 다기능 거실과 작은 주방, 욕실이 있으면 위층은 침실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스몰하우스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대량생산과 소비, 물질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던 미국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위기와 집의 규모를 줄이는 주택 소형화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이 셰퍼가 제시한 스몰하우스 공간 유형은 표준화되어 대부분의 작은 집에 활용되고 있다. 그의 설계 방식은 ‘완벽한 디자인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뭔가가 없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법’이라고 이야기한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를 인용해 ‘뺄셈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현재 그는 ‘텀블위드 타이니 하우스 컴퍼니 Tumbleweed Tiny house company’를 운영하며 장소와 관계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집이 아닌 장소로부터 떨어진 자유로운 작은 집을 제시하고 있다.  

부엌 가구를 만드는 목수였던 리처트 소와 Richart Sowa는 어느 날 창의적인 일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다 하던 일까지 그만두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화가 생겨 가족들과 헤어지고 인생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진정한 인생의 종착지를 찾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고 유럽에서 몇 년 보내다 1996년 미국을 거쳐 꽤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 마지막 종착지로 멕시코에 오게 된다. 그는 아즈텍인들이 진흙을 퍼 올려 섬을 만들고 그 섬에서 채소를 경작하고 버드나무를 심어 영구 농경지가 된 역사적 유산인 ‘치남파스’를 본 후 페트병과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자신만의 인공 섬 ‘그린 아일랜드 Green Island’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첫 번째 그린 아일랜드를 산 페도르 포추틀라에 위치한 지폴리테 해변에 지었다. 속이 비고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모아 그물 안에 넣었고 합판과 함께 구조물을 만들어 작은 오두막을 완성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 섬을 지역민들이 좋아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로부터 3일 뒤 허리케인 ‘폴린’이 마을과 섬을 덮치게 되었는데 그는 다행이 목숨을 건졌지만 첫 번째 그린 아일랜드는 자연재해로 파괴되었다. 그 후 1998년, 리처트는 다시 빈 병을 수집하고 조립해 그물 안에 넣었다. 대나무와 합판 구조 위에 이번엔 모래를 쏟아부어 여러 가지 식물을 심기도 하였으며 야자 잎으로 집을 짓기 위해 계속 섬을 늘려갔다. 그러는 사이 지역 사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합법적인 상황에서 섬을 만들게 되었으며 4년 동안 3개의 해변과 채소, 꽃이 있는 정원, 2층의 루프 테라스와 퇴비 처리가 되는 화장실, 태양열의 오븐이 있는 주거 공간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진정한 환경운동가로서 지속가능한 섬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두 번째 섬 역시 거주민들이 반대를 했고 또 다른 허리케인 ‘에밀리’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장소에 속박되지 않는 작은 집을 지으려 했던 리처트의 꿈은 현재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토피아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환경가와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작은 집, 특히 장소와 지역성에서 해방된 집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편적인 건축의 개념을 뛰어넘어 제한된 장소를 초월한 새로운 거주 방법에 주목하고 있으며 환경을 배려하기 위해 개인 공간을 최소한으로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은 집이란 결국 공간의 다양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을 최고은 기자([email protected]) 앞으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소의 집’에 대한 개념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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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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