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공예품과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었던 <공예가 맛있다> 전시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렸다. 우리의 공예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전시 속으로 들어가보자.
↑ 차분한 색감의 그릇들.
‘공예’라는 단어가 ‘작품’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여서일까. 공예는 생활 속에서 사용하기보다는 장식장에 넣고 바라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예부터 그릇, 잔, 수저 등 공예를 통해 태어난 따뜻한 손맛으로 완성된 제품들은 삶 속에 이미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예의 현재는 물론 나아갈 미래까지 엿볼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 <공예가 맛있다>전이 올해로 2회를 맞이하며 문화역서울 284에서 9일간 열렸다. 이번 전시는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로 우리의 공예품을 사용하는 전국의 이름난 맛집과 찻집을 비롯해 각 지역의 100여 개 팀과 300여 명의 작가와 장인이 참여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을 한자리에 선보였다. 전시는 주제관, 기획관, 작가관, 지역공예관 등으로 나눠 구성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관은 주제관으로 서울, 전라, 경상도의 맛집 중에서 우리의 공예품을 식기로 사용하는 ‘공예가 맛있는 집’ 5곳을 소개했다. 아름다운 그릇에 음식을 정성껏 담아냄으로써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집을 엄선해 그들의 상차림을 소개한 것. 한국의 발효 과학인 ‘장’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콩두’의 옹기 상차림, 매년 <버금이전>을 열어 신진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달개비’, 직접 만든 도자 그릇에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 ‘고두반’, 놋쇠를 두드려 만든 방짜유기에 궁중 음식을 담아내는 ‘궁’ 등이 ‘2015 제7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한 정상들을 위해 준비했던 우리의 전통 점심 상차림을 재현해 그릇과 음식의 조화에서 오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 작가 11인의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작가관.
1 카페처럼 꾸민 기획관의 모습. 2 질감이 살아 있는 배연식 작가의 옹이.
공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옹기’의 다양한 표정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마당에 있는 장독에서 꺼내 먹던 김장김치의 추억이 있던 터라 옹기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옹기는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숨구멍을 통한 우수한 통기성이 특징으로 곡식과 장, 김치, 젓갈 등을 저장하던 용기로 두루 사용되었다. 옹기관에서는 ‘옹기’의 발효 과학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함께 보여줘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유약이나 잿물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을 뿌려 방부성과 정화 기능을 갖춘 기능성 그릇 ‘푸레도기’의 맥을 잇는 배연식 옹기장과 600년 이상 가업을 이어 판뜨기 기법으로 옹기를 만들고 있는 정윤석 옹기장 등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한 손에 들 수 있는 작은 옹기부터 허리까지 오는 큰 옹기 등 작가의 작업 방식에 따른 다양한 옹기를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1 직접 빚은 도자 그릇을 사용한 ‘고두반’의 상차림. 2 김수영 작가의 다양한 크기의 놋그릇.
1 옻칠 기법을 적용한 김은학 작가의 사이드 테이블로 꾸민 공간. 2 문화역서울 284의 문과 어우러지는 공예품.
1 조선백자로 꾸민 상차림. 2 조선백자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이기조 작가의 함.
11인의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한 작가관도 인상 깊었다. 조선백자의 당당함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이기조 작가는 현대적으로 풀어낸 백자 그릇과 컵을, 이세용 작가는 새, 꽃, 나무, 산 등을 청화백자에 담은 그릇을, 김수영 작가는 다양한 크기의 놋그릇을 선보였다.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 또한 이기조 작가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신진 작가와 대학, 동호회 등 30여 곳에서 공예인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등, 접시 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한지 공예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를 모았다. 또한 공예품을 사용하는 커피집과 찻집이 참여한 기획관에서는 공예품에 담긴 커피와 차를 무료로 시음할 수도 있었다. 공예품으로 풍미를 더한 드립 커피, 제주도의 흙으로 빚은 찻잔을 사용하는 ‘담화헌’의 차. 유기 그릇으로 유명한 ‘놋그릇 가지런히’와 ‘길따라 인연따라’의 그릇에 마시는 따뜻한 차를 암체어, 스툴, 테이블 등으로 구성한 카페 같은 공간에서 편안히 시음할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공예품을 작품의 반열에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그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던 전시. 공예라는 단어 앞에 드리워졌던 벽이 소리 없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전시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