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랩 520’이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이촌동에서 한남동으로 온 데에는 새로운 사업 분야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랩 520은 프렌치 스타일을 기본으로 모던한 어레인지먼트를 소개하는 꽃집이다. 대학 시절 랩실에서 연구했던 추억이 있는 노현정 플로리스트는 실험을 뜻하는 랩을 이름에 꼭 넣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숍에서 꽃을 판매하지 않았고 예약 주문이나 스타일링에 치중했다면 새로 이전한 한남동에서는 로드숍 개념으로 꽃을 구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꽃집을 통과하면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맥줏집이 이어진다. 불어로 ‘여기’를 뜻하는 ‘ Ici 이씨’라는 이름의 맥줏집에서는 간단한 안주와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으며 꽃집을 들어와야만 들어갈 수 있어서 지나가는 이들도 편하게 들어와서 꽃을 구경할 수 있다. 이름처럼 색다른 시도를 한 랩 520의 실험적인 행보를 응원한다. 문의
<어포더블 아트 페어 서울 2015>
일시 9월 11일(금)~13일(일)
장소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알림 1,2관
관람시간 11일(금) · 13일(일) 오전 11시~오후 6시, 12일(토) 오전 11시~오후 8시
국내외 8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 작가 450여 명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남녀노소 예술의 높은 문턱을 허물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아트 토크, 아트 투어,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이 전시 기간에 진행될 예정이다. 아트 페어가 시작되는 첫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트 브레이킹 이브닝 파티 Art Breaking Evening Party’도 진행될 예정이다. 단순히 작품의 감상과 구매뿐만 아니라 워크숍, 큐레이터 토크, 전시회 투어 등 예술과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알아두자. 아직 신진이지만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영 탤런트 프로그램’, 아이들은 미술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고 부모들은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키즈 프로그램’, 80여 개의 국내외 대표 갤러리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갤러리 스피드 데이팅’, 무료로 참여해 나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아트 워크숍’ 등이 준비되어 있다.<어포더블 아트 페어 서울 2015> 참여 작품 리스트
1 사람들이 해변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작품이다. 사진작가 클라우스 레이도르프가 직접 경비행기를 타고 독일의 도시, 시골, 공장 등을 다니며 하늘에서 스냅사진을 찍어 완성한 ‘Aerial Archaeology: 2014 Photography Edition’의 15점의 작품 중 하나다. 그의 항공 사진 작품들은 인간의 손에 의해 변형되고 만들어진 자연 풍경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무겁게 다가온다. (갤러리 Contempop Expression Gallery 작가 Klaus Leidorf 유형 Photography 작품명 Remember Summertime 가격 5백만원)
2 변경수의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로움과 고독함이 느껴진다. 이 작품들을 작가가 탄생시킨 새로운 ‘생명체’로 보았을 때, 그들의 감정을 유추할 만한 단서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객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데, 이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하나의 공동체임에도 소통하지 않는, 마치 현재의 우리들처럼 고립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갤러리 조선 작가 변경수 유형 F.R.P 자동차 도색 작품명 Space boy 가격 1백만원)
‘말과 글’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오브제를 바탕으로 은유적인 의미를 풀어내는 작가 유선태의 작품. 언제나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자전거 타는 남자의 뒷모습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벽면을 노랗게 칠한 방에는 책, 이젤, 화분, 축음기 등 그가 즐겨 그리는 그림 요소가 놓여 있거나 떠다니고, 출구는 그가 그려온 풍경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봐왔던 것들을 병렬시키고 그리면서 예술이란 무엇인가 고민해온 것들을 퍼즐처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엮었다. (갤러리 프린트베이커리 작가 유선태 유형 Pigment Print 작품명 말과글, 나의 아뜰리에, ed175 가격 1백58만원)
뉴욕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 아티스트 Niemand의 대표작. 그는 음악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항상 레코드판과 음악 컬렉션에 둘러싸여 있었다. 음악과 미술을 사랑한 아티스트답게 레코드의 각기 다른 색과 모양에 빠졌고, 그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면 전혀 다른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가진 하나의 컬렉션이 완성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33RPM Record Series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수집한 레코드가 주는 시각 효과는 개인의 추억과 감정에 따라 각기 다른 몽타주를 만들어낸다. (갤러리 Artered Gallery 작가 Niemand 유형 Photocomposition 작품명 The Diary of a Band 가격 1백46만원)
1 1995년부터 현재까지 잉크 드로잉 작가로 활동하는 베이징 출신의 탕 멍의 작품. 그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우로, 특별히 숫자를 좋아하여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주변의 모든 종이에 숫자를 그려나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했다. 한국의 김환기 화백의 초기 드로잉 작품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탕 멍의 드로잉은 추상적인 감각이 신비롭게 녹아 있다. 그는 현재 Itang 갤러리의 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 Itang Time 작가 Tang meng 유형 The Pen on the Paper 작품명 No.54 가격 1천만원)
2 일본의 유명한 현대 추상 미술 작가 시노다 토코의 석판화 작품. 주로 먹물과 브러시를 사용해 작업하며 캘리그래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톨맨 컬렉션 Tolman Collection은 작가의 1970년대 이후 320점의 작품과 한정판 석판화를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노다 토코는 판화 제작자로 오랜 기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2007년 이후부터 그림에만 전념하기 위해 석판화 제작을 중단했기에 더욱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갤러리 The Tolman Collection Tokyo 작가 Shinoda Toko 유형 Lithograph 작품명 Beneath the Peak 가격 7백만원)
아니쉬 카푸어의 대표작 ‘에칭 Etching’ 시리즈 중 하나. 에칭 시리즈는 카푸어의 조각 작품에 대한 그림과 예비 스케치에서 표현 기법을 고안해냈다. 붉은색으로 어두운 형태를 표현하고, 가급적 순수한 색 안료를 사용하여 형광성이 없는 강렬한 색감을 만들어내면서 작가 특유의 순도 높은 작품을 완성했다. 2002년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에서 전시한 그의 유명한 설치 작품 ‘Marsyas’의 유기적 형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카푸어는 이차원적인 미디어인 에칭에 색상과 깊이감을 더해 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에 집중했다. (갤러리 Manifold Editions 작가 Anish Kapoor 유형 Etching 작품명 12 Etchings No.9 가격 1천만원)
1 영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인 데미언 허스트는 ‘죽음’을 관통하는 자신의 예술관을 보여주는 기괴하면서도 괴팍한 행보로 센세이셔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본능에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시각적인 도전을 성취함으로써 허스트는 동시대 미술가들 중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은 아티스트이다. 그의 설치 및 조각들과 더불어 ‘Spot’ 그림과 나비 그림은 허스트의 대표작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의 회화 작품들은 대부분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계적인 제작 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추상 표현주의의 ‘액션 페인팅’에 가깝다.(갤러리 Manifold Editions 작가 Damien Hirst 유형 Polymer Gravure Block Print 작품명 Its a Beautiful Day(Edition of 55) 가격 1천만원)
2 전정은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은 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이미지를 재조합하여 자전적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현실 그대로가 아닌 사람의 내면이 반영된 풍경이다. 여러 감정과 이야기를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을 찍고 이어 붙여 만든 작품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고, 실재와 허상 속에 관람자를 부유하도록 유도한다. (갤러리 아트스페이스J 작가 전정은 유형 C-Print 작품명 Landscape of strangely familiar #09 가격 50만원)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 YAP2014(Young Power Artist) 공모에 당선된 바 있는 작가 김동욱의 작품.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주요 매개는 도시다. 지하철 역사나 카페, 명동 거리, 한강다리 등에서 그가 보는 것은 도시의 기하학적 선이 이루어내는 딱딱함이 아니라 그 속에서의 유기적인 빛과 공간이 어우러져 순간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로서의 도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군중 속 자유로움으로 인해 오히려 발생하는 고독, 도시의 화려함과 생동감은 묘한 멜랑콜리로 전치된다. (갤러리 SUN Gallery 작가 김동욱 유형 Oil on Canvas 작품명 이야기 소리 가격 5백만원)
라유슬에게 가장 주목할 사항은 바로 색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추상적이기도 하고, 구상적이기도 하다. 형상만으로 정확한 형태가 뚜렷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색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고, 그 색들이 서로 어우러져 형태를 만들어낸다. 테러핀유를 계속 펴가며 투명하게 올라오는 색의 층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색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법이자, 색의 형태가 가장 잘 보이는 표현법이다. 겹겹이 쌓이는 다양한 색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상태와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갤러리 갤러리가비 작가 라유슬 유형 Oil, Acrylic, Anti UV Varnish on Canvas 작품명 우리는 왜 자연일 수 없는가 가격 1천만원)
사타의 작업은 유년 시절 키웠던 병아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병아리를 온전하게 성장시키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 견고하게 쌓아 올렸던 두려움의 벽을 허물어냈다. 사타의 기억 속의 닭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삶에서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닭은 치유와 성장의 표상으로 환원된다. 그리고 그는 작업에서 동물과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등장시키며 과거의 기억을 유희한다. (갤러리 갤러리룩스 작가 사타 유형 Archival Pigment Print 작품명 SaTAND ZOO #04 가격 3백만원)
ART MAISON
단 한 번이라도 그림을 사서 내 집에 거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곧 이런 기회를 통해 미술과 나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대량생산되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문화에만 익숙한 사람에게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나만의 공간에서 보고 누리는 경험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집,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를 담는 잡지 <메종>이 이번 어포더블 아트 페어 기간에 전시장 내에 직접 기획하고 꾸민 공간을 선보인다. 가상의 인물 M의 집으로 꾸며질 이 공간은 실제로 어포더블 아트 페어에서 판매되는 작품들이 설치돼 그림이 걸린 집은 어떤 느낌일지 관객들이 직접 체험해보도록 제안할 예정이다. 특히 이 공간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1백만원 이하 가격대의 작품들로 큰 부담 없이 현장에서 바로 구매 가능하다. <메종> 라운지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어포더블 아트 페어 기간 내내 운영된다.제주 한담해안 산책로에 선 요리사 김승민과 강길수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의 우승자로 알려진 김승민. 실은 서울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실력파 요리사로 이름을 떨쳤던 그다. 그런 김승민이 제주도로 삶을 터전을 옮겼고 일식집 ‘아루요’를 열었다. 제주도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식당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지만 요리사 김승민에겐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서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최상의 식재료가 지천에 깔린 제주가 김승민을 자극했다. 결국 매일 다른 식재료로 매일 다른 요리를 만드는, 프라이빗 일식당 ‘모리노 아루요’를 열었다. 그리고 여기 김승민을 똑 닮은 또 한 명의 요리사가 있다. 미국과 서울 유명 호텔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은 강길수. 호텔에서처럼 대량으로 공급 받는 대신 직접 가꾸고 재배한 식재료로 요리하고 싶어 ‘모리노 아루요’ 바로 옆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삐꼴라 쿠치나’를 열었다. 제주가 선물한 천혜의 식재료에 제주의 바람 한 숟갈, 바다내음 한 숟갈 그리고 이 둘이 빚어낸 땀으로 만들어지는 음식 이야기를 소개한다.1 모리노 아루요의 정강어튀김 2 삐꼴라 쿠치나의 모둠 채소구이
매일 다른 요리를 만드는 일식 요리사, 김승민
‘숲 속의 아루요’를 뜻하는 일식당 ‘모리노 아루요’. 점심에 30개의 도시락을, 저녁에는 15인분의 코스 요리를 만든다. 모두 하루 전날 혹은 매일 꼭두새벽에 공수한 재료로 구상하고 요리를 한다. 그래서 ‘모리노 아루요’에는 메뉴판이 없다. “어떤 음식이 나올지 모른 채 저만 믿고 오는 손님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매일이 도전이에요.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해산물과 고기류를 제외한 웬만한 채소와 향신채는 ‘모리노 아루요’ 바로 옆에 마련한 텃밭에서 얻는다. 얼핏 보기엔 수풀만 무성하니 과연 김승민의 말대로 시소, 오크라, 가지, 고추, 수수, 콩, 박하, 매실, 배, 앵두 등이 자라는 밭인가 의문이 든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영근 채소와 과일을 확인할 수 있는데 모두 그냥 유기농법도 아닌 자연순환 유기농법으로 기른 보물들이다. “늘 직접 가꾼 텃밭을 꿈꿔왔어요. 마침 제주에서 씨앗 도서관을 운영하고 자연순환 유기농법을 전파하는 김윤수에게 토종 씨앗을 받아 심었죠. 그의 가르침대로 밭을 갈거나 솎아내지 않고 비료도 주지 않아요. 자연이 지닌 생명력만으로 자란 것들이죠.”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저희들끼리 아등바등 경쟁하며 자란 수확물은 확연히 더 신선하고 더 맛있었다. 이런 식재료가 더욱 김승민을 자극했고 움직였다.
1 자연순환 유기농법으로 키우는 텃밭. 2 입구에 선 요리사 김승민과 아내이자 든든한 조력자 홍연주. 3 모리노 아루요를 찾은 김태웅 교수의 가족. 4 속까지 간이 고루 배인 대구살과 무조림. 5,6 제주에서 작업하는 가구 디자이너 이양선 작가와 김승민이 함께 만든 공간.
‘모리노 아루요’는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으레 식당이라 하면 많은 손님과 빠른 테이블 회전율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지사.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김승민이 만든 ‘콩밥’을 보니 금세 수긍이 간다. 3일간 수시로 물을 갈아가며 비린 맛을 빼고 주름이 지지 않게 불린 콩을 다시 간장 양념장에 장장 9시간을 졸인다. 이러한 콩을 넣고 밥을 짓는데 알알이 살아 있는 콩의 식감과 달착지근한 맛에 반찬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소금에 재워 하루 한 번씩 뒤적여 한 달 만에 완성한 배추 절임, 64℃에서 삶은 달걀의 노른자를 된장이나 간장에 일주일간 절인 달걀노른자 절임 등 모두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참 전부터 예약한 손님에겐 더욱 진귀한 음식을 내놓고 싶어요. 신선할 때 수확해 정성과 시간을 들인 음식을요. 그래서 예약제를 고수하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밥과 반찬에 오랜 시간 양념을 끼얹어 만든 생선조림, 육즙이 풍부한 커틀릿 혹은 햄버그스테이크 등이 더해진다. 저녁 영업이 시작되고 이웃이자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서 연극 연출을 가르치는 김태웅 교수가 가족을 이끌고 왔다. 가깝다고 예외는 없다. 그 역시 예약을 한 손님이다. 어른을 위해서는 나토 콩밥, 대구조림, 생선튀김, 햄버그스테이크를 채운 한 상을, 이것저것 먹기보다는 한 그릇째 먹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다시마 국물의 우동과 감자 고로케를 준비했다. 이유 있는 고집이 채운 맛있는 밥상에 행복했던 제주의 어느 날이 저물었다. 다음 날 ‘모리노 아루요’의 주방은 다시 새벽같이 붉을 밝힐 것이다.
갓 구운 포르케타를 써는 요리사 강길수.
1 직접 깎아 만든 아일랜드 식탁과 프랑스에서 공수한 몰테니 가스레인지 오븐이 있는 주방. 2 해 질 녘이면 멋스런 자연 채광이 쏟아지는 삐꼴라 쿠치나. 3 이웃이자 웹툰 작가인 심형섭 부부와 지인을 위한 파티 상차림. 4 신혼 1년 차의 요리사 강길수와 소믈리에 신혜원. 5 유럽을 돌며 모은 빈티지 그릇과 액자.
재료가 곧 요리라는 이탤리언 요리사, 강길수
‘모리노 아루요’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삐꼴라 쿠치나’. 이탈리아어로 작은 부엌을 뜻한다. 작은 부엌에서부터 큰 가정이 시작한다는, 우리나라로 치면 가화만사성에 가까운 이탈리아의 고어이기도 하다.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건강한 가정식을 표방하는 이탤리언 요리사 강길수와 소믈리에인 아내 이혜원이 함께 지은 이름이다. 요리를 만드는 남자와 와인 쫌 안다는 여자가 합심해서 만든 ‘삐꼴라 쿠치나’에 들어서면 탁 트인 개방형 주방과 빈티지풍으로 꾸민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강길수가 직접 제주산 삼나무를 이어 붙이고 깎아 만든 아일랜드 식탁, 제주도 전통 가옥에서 얻은 고재로 만든 그릇장과 와인장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아내 이혜원이 네덜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에서 오래도록 모은 빈티지 아이템으로 채웠다. 오래된 그릇부터 닭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크고 작은 액자 등이 텅 빈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다. 시간이 지나 빛바랜 물건들이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곳에서 강길수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고기와 해산물 외에 웬만한 건 직접 키워 요리해요. 도시에서 일할 때 가장 절실했던 게 바로 식재료였어요. 대고 쓰는 재료가 아닌 직접 길러 믿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요. 그래서 제주에 오자마자 농장과 텃밭을 만들고 하나 둘씩 채소와 허브를 심기 시작했어요.” 직접 기른 채소와 딜, 타임, 바질, 민트 등의 허브를 수확한다. 마당에 자란 푸성귀도 식재료가 된다. 제주도산 제철 식재료도 놓칠 수 없다. 제주산 문어는 화이트 와인, 레몬, 양파, 셀러리를 넣고 약한 불에서 4시간 동안 졸인다. 제주산 통삼겹살은 허브 소금을 발라 오븐에서 3시간 동안 구우면 이탈리아식 돼지구이인 포르케타가 된다. 생선은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채소가 가진 수분과 약간의 화이트 와인만으로 쪄서 진한 바다의 풍미가 일품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갖은 허브로 만든 스페인식 살사 베르데, 아르헨티나식 치미추리 등의 소스가 요리에 풍미를 더한다. 맛있는 음식은 식재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철학으로 만든 강길수의 요리는 어디 하는 튀는 구석이 없이 담백하고 신선하다. 매일 자라는 텃밭과 함께 강길수의 주방은 오늘도 바삐 돌아간다. 서울에 이어 가장 핫한 곳이 제주도라 할 정도로 요즘 제주는 뜨겁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찾고 더불어 많은 상업 공간이 생기고 있다. 서울을 떠나 제주로 내려간 요리사도 꽤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장사보다는 참된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는 김승민과 강길수. 오래도록 이 둘의 요리를 맛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