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스크래치 기법을 기억하는지. 색색의 크레파스로 종이를 채우고 검정 크레파스로 뒤덮은 다음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는 방법이다. 보통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흰색 기물에 물감으로 채색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이번에 소개할 컬러 슬립 카빙 Colored Slip Carving 기법은 스크래치와 흡사하다. 컬러 슬립 카빙은 성형을 마친 후 반건조된 도자 기물 표면에 색화장토를 바른 후 원하는 이미지나 무늬를 상감 칼이나 나무 칼로 긁어내는 방식. 색화장토는 도예 재료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색색의 안료를 섞어 필요한 색상을 만들어도 되지만 크레파스만큼이나 다양한 색이 시중에 출시되어 있으니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색화장토는 백자토로 만든 기물에 바를 때 색이 가장 잘 드러나지만 생활 자기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조합토에 칠해도 무방하다. 색화장토는 한 겹만 발라도 되지만 여러 겹 덧바른 후 긁어내면 힘의 세기에 따라 다양한 색상 조합과 표현이 가능하다.물레와 가마가 없는 집에서 도자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점토를 둥글고 길게 만 후 한 줄씩 쌓아가며 모양을 만드는 가래 성형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집에서 제작한 기물은 가까운 도예 공방에 가마 소성을 맡길 수 있으며 비용은 1kg당 1만원대다. 조합토와 색화장토는 대원도재, 석산요업 같은 도예 재료상에서 구할 수 있고 색화장토는 250ml에 7천원, 조합토는 10kg에 1만원 선이다.
준비물 1 볼 2 해면 스펀지 3 색화장토 4 붓 5 조각 도구 6 칼 7 밀대 8 헤라 9 조합토
만드는 법
1 점토를 잘 반죽한 다음 판판한 곳에 놓은 후 밀대로 민다.
2 원하는 크기만큼 칼로 둥글게 오려 밑동을 만든다.
3 가래 성형(점토를 길게 만 다음 한 줄씩 붙여가는 방법)을 하며 화병의 모양을 잡는다. 점토를 이을 때는 서로 잘 붙도록 사이에 물을 묻히면서 한다.
4 어느 정도 모양을 잡았으면 견고해지도록 헤라로 빗거나 손으로 문질러가며 면과 면 사이의 경계를 없앤다.
5 다 빚었다면 스펀지에 물을 묻혀 기물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다.
6 기물이 반건조되었을 때 붓으로 색화장토를 바른다. 가루 안료는 물을 타서 잘 개고, 액체 안료는 물을 탈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 또 색을 덧바를 때는 먼저 칠했던 색화장토가 완전히 마르고 나서 바르는데 너무 두껍지 않게 여러 번 바른다.
7 2~3시간 정도 표면이 적당히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8 표면이 말랐다면 연필로 가볍게 밑그림을 그린다.
연필 자국은 가마에 넣고 소성하면 사라진다.
9 밑그림을 따라 칼, 송곳 등 날카로운 도구로 무늬를 낸다.
10 색감이 잘 보이도록 투명유를 바른다.
11 유약을 바르고 1250℃의 가마에서 구우면 완성.
만든이 김유순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김유순 작가는 삼성동에 있는 도자 공방 ‘스튜디오 콘텐 studio cone10’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제작한 작품을 판매하며 마블링, 컬러 슬립 카빙 등 다양한 도자 기법을 활용한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한다. 수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blog.naver.com/studiocone1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