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제작소 호호당의 양정은 대표는 트렌드에 무심하고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참맛 있는 물건만 곁에 두는 심미안을 지녔기에 그녀의 집에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물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긴 시간을 나와 함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결혼 이후 이사도 몇 차례 하고, 올해 초엔 심지어 남편이 루마니아 지사로 발령이 나 많은 물건을 정리해야 했는데 그 후 소비에 보다 신중해졌어요. 가격을 떠나 10년이고, 20년이고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것을 선택하려고 노력해요. 또한 ‘내게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내 눈에 예쁘고, 내 삶에 잘 어울릴 제품은 누군가 뜯어말려도 사요. 경험상 그런 물건은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 주더라고요.
정갈하고 야무진 선물 요리와 포장 솜씨는 어디에서 온 건가요? 엄마에게 참 많은 것을 배우며 컸어요. 뚝딱뚝딱 차려내는 근사한 식탁도 그렇고, 땅콩 한 줌을 선물해도 예쁘게 포장해 건네는 마음씨도 그렇고요. 그래서인지 나만의 주방을 가지는 순간을 늘 꿈꿨고, 요리나 설거지가 ‘일’이라기보단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보자기 포장은 딱히 배웠다기보단 어려서부터 많이 접하면서 자랐어요. 할머니와 아버지가 사극이나 오페라의 특수 의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셨거든요. 제가 결혼할 때 엄마가 주신 보자기는 엄마가 결혼하실 때 할머니께서 손바느질로 만들어주신 것이었대요. 저 역시 아이에게 물려주려고 해요.
요리가 직업이니 그릇에 대한 관심도 남다를 것 같아요. 남대문, 반포상가, 황학동의 중고 시장과 업소용 식기 업체, 다이소 등에서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그릇을 찾아내요. 한식기는 광주요와 우일요, 이도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놋그릇은 호호당과 무형문화재 김선익의 제품을 애용해요. 여행지에 가서도 그릇과 냉장고 자석은 꼭 사는데, 그 나라나 지역의 색과 느낌이 담긴 제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요. 여행지에서 사모은 그릇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담긴 식탁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옷이나 액세서리 등은 어떤 기준으로 구입하나요?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제니(앨리 맥그로)처럼 10년 후, 20년 후에 다시 보아도 아름다운 스타일이 좋아요.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지루할 정도의 클래식함이 좋거든요. 옷이나 액세서리를 고를 땐 자연스러우면서도 클래식한 멋이 담겨 있는지, 오래 입을 수 있는소재인지 따져봐요. 랄프로렌, 제이크루, 브룩스 브라더스를 좋아하고 소재가 좋은 유니클로와 세컨스킨 제품도 즐겨 구입해요.
평소 화장품은 어떤 것을 사용하나요? 특별히 트러블이 있는 피부가 아니어서인지 화장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은 아니었는데, 임신 소식을 알고 나서는 되도록 순한 화장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 브랜드 제품을 써보던 중 임신 축하 선물로 친구에게 다비 세트를 선물 받고 무척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특히 세럼과 크림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 외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리빙 제품은 무지에서 많이 사요. 그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마음에 들어요. 무덤덤한 듯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모든 제품에 제 색이 담겨 있거든요. 스타우브도 좋아해요. 단단한 무쇠 냄비와 그릴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고 100년을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투박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요.
1 도자기 화병은 엄마가 만들어주신 것. 돈궤 안에는 결혼 때 엄마께서 챙겨주신 보자기와 양정은 대표가 어릴 때부터 입던 한복들이 들어 있다. 달력은 툴프레스 제품으로, 손으로 하나하나 찍는 레터프레스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 다식틀은 할머니께 물려받았다.
2 그녀의 찬장에는 광주요와 이도의 한식기, 호호당의 놋그릇, 선물 받았거나 국내외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식기들이 있다.
3 대학교 1학년 때 엄마께 선물 받은 진주 목걸이,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에서 남편에게 선물 받은 나호쿠의 컬러 스톤 목걸이, 파리 여행 중 메르시에서 구입한 팔찌, 결혼반지를 비롯한 몇 가지 반지들,
결혼 전 남편과 맞춘 커플링, 시어머니께 선물 받은 진주 귀고리, 남편에게 선물 받은 프레데릭 콘스탄트 시계. 세례를 받은 뒤 엄마에게 선물 받은 목걸이.
4 화병은 지승민의 공기 제품으로 작가에게 선물 받아 더 아끼고 있다. 페퍼밀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 피부의 항산화를 돕는 다비의 ‘비노 바디 모이스처라이저’와 ‘비노 바디 크림 샤워’. 피부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가꿔준다. 디퓨저는 애프터 아워 스튜디오에서 구입했다.
1 일등석 크림으로 유명한 다비의 ‘르 그랑크뤼 크림’은 건조한 가을에 사용하기 좋다. ‘하이드라 글로우 미라클 로즈’ 라인은 은은한 장미 향이 일품이며 보습력도 뛰어나다.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안티에이징 효과는 물론 심신의 안정까지 주는 편안한 향의 ‘버건디 세럼’. 테라리움은 보타라보 제품이다.
2 호호당 대표 양정은.
3 집에서도 전문 에스테틱 관리를 받는 듯한 케어를 할 수 있어 애용하는 다비의 ‘비노 모이스처라이징 페이스 마스크’, ‘버건디 티 에이지 디파이 마스크’, ‘로얄젤리 에너자이징 워밍 마스크’. 화분은 콤마플라워 제품,
새 모형 집게는 친구가 후아힌의 레츠씨 리조트에서 사다준 것이다.
Her Favorite
1 쿠스미 티 장 폴 고티에 에디션 지인이 유럽 출장길에 사다준 차. 여행 중 재미있었던 이야기와 함께 건넨 티, 냉장고 자석, 책갈피 등의 기념품은 더욱 애정이 간다. 2 호야앤모어 호호 클러치백 호야앤모어에서 레터링 서비스를 진행했을 때 구입한 클러치백. 개인적으로 ‘애사심 가방’이라고 부른다. ‘HOHODANG’을 새기려다 너무 길어서 ‘HOHO’만 새겼는데 마치 웃음소리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가방이다. 3 스타우브 냄비 작은 크기의 스타우브 냄비는 1~2인용 찜이나 솥밥을 짓기에 적당하다. 무겁긴 해도 요리를 해먹을 계획이 있는 곳에는 챙겨 간다. 4 계량스푼 계량스푼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데, 차바트리의 나무 계량스푼은 그중 아끼는 제품. 5 과일 브러시 레더커 제품으로 TWL숍에서 구입했다. 6 필트의 그물 장바구니 요리가 직업이자 취미이기 때문에 장바구니는 필수. 파리 여행길에 메르시에서 구입한 필트의 그물 장바구니는 가장 아끼는 물건이다. 가볍고 예쁘기도 하지만 보기보다 정말 많이 들어간다. 7 다비 에이지 파이 버건디 티 세럼 수제 보이차 성분을 함유한 버건디 세럼은 피부 노화 완화 및 탄력 강화, 보습, 맑은 톤 유지에 도움을 준다. 용기 디자인, 향, 질감, 보습력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8 오르골과 인형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했다. 스노볼, 트리 등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제품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징글벨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은 남편에게 선물 받은 것. 인형은 함께 와인 마시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와 강아지 호당이를 생각하며 구입한 것. 9 콤마의 향초 서울 집, 루마니아 집, 호호당 매장 등에 늘 켜두는 콤마의 향초. 향이 깊고 진해서 켜두면 금세 좋은 향으로 가득 찬다. 특히 손뜨개 커버가 씌워진 제품을 좋아한다. 10 로디아의 수첩 파리 여행 중 구입한 로디아의 노트를 속지만 여섯 번 교체하며 사용 중이다. 11 카웨코의 만년필 TWL숍에서 구입한 것으로 자주색과 검은색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12 십자가 이악크래프트 IAAC의 도자 수업 중 만든 십자가. 손으로 직접 매만지며 만들어서 더 애착이 간다. 13 오이뮤의 캠핑용 성냥 향초를 좋아해서 성냥을 많이 쓴다. 긴 캠핑용 성냥은 향초를 거의 사용했을 때 유용하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런 성냥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오이뮤에서 발견해 즐겨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