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의 대표 도시 브리즈번을 다녀왔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곳은 방심한 순간 목과 팔이 시뻘겋게 익어버리는 한여름이었지만 활기가 넘쳐흘렀다. 브리즈번의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 서두를 것도, 조급할 것도 없이 도시 곳곳을 탐색해보았다. 이번에는 특별히 빌즈의 김상범 셰프가 동행해 중간 중간 호주 음식에 대한 맛깔스러운 평가까지 보탰다.
1 브리즈번 시티의 흔한 풍경. 2 걷다 만난 팬시한 우체통. 3 시청 앞 광장. 한여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이색적이다.
Brisbane City
퀸즐랜드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지역. 비즈니스 중심가인 시청 주변과 번화가인 퀸 스트리트, 고급 아파트와 세련된 레스토랑이 즐비한 이글 스트리트 등의 일대를 일컫는다. 호주의 브레인들이 다니는 유명 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숍과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올 정도로 유학생과 관광객이 많지만 브리즈번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에 적격인 곳이다. 우리가 가장 열광한 곳은 퀸 스트리트 몰. 거대한 아케이드 형태의 이곳에서는 마이어 센터, 데이비드 존스 등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개성 넘치는 숍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즐비했으며 걷는 중간 중간 호주에서 태어난 브랜드숍도 만날 수 있었다. 어그 매장을 비롯해 스테이셔너리 브랜드인 타이포 Typo, 캐주얼한 차 브랜드 T2,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헝그리 잭 등에서 로컬 문화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퀸 스트리트에서 브리즈번 강 쪽으로 향하면 이글 스트리트를 만나게 된다. 쭉 뻗은 건물들이 압도적인 이곳은 강가를 따라 세련된 레스토랑과 클럽, 바 등이 늘어서 있다. 이곳의 레스토랑 중 최고를 선정하는 기준의 하나가 브리즈번의 자랑인 스토리브리지를 얼마나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냐는 것이라고 했다. 축제 기간이나 연말 등 특별한 날에는 스토리브리지에서 성대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므로 일대의 레스토랑은 예약이 마비될 정도라고.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고급스럽고 분위기가 좋지만 그중 블랙 버드가 요즘 핫하다는 소문이었다. 잘 차려입고 방문해야 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호주산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절정을 맛볼 수 있었다. 스토리브리지의 전면을 감상할 수 있는 뷰는 전매특허.
1 호주 다이닝의 다양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잇스트리트마켓’이 적격. 김상범 셰프는 이곳에서 호주산 굴을 가장 먼저 선택했다. 탱클한 식감이 남다르다는 평. 2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블랙 버드. Riverside Centre 123 Eagle Street Tel +71-(0)7-3229-1200 3,4 마켓이 열린 보태니컬 가든 풍경.
1 사우스 뱅크의 낭만적인 밤 풍경. 2 브리즈번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 GoMA. 이곳 레스토랑에는 최정화 작가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3 현지인들의 쉼터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의 수영장. 맞은편에는 인공 해변이 그럴듯하게 조성되어 있다. 이용료가 무료인 것이 놀라울 따름. 4 호주 스타일의 요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빌리 카트 키친. 5 김상범 셰프가 빌리 카트 키친에서 F&B 담당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outh Brisbane
브리즈번 시티에서 브리즈번 강으로 난 빅토리아 브리지를 건너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지역. 강만 건넜을 뿐인데 브리즈번 시티와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 났다. 강가를 따라 아기자기한 공원이 펼쳐져 있었으며 7층 이상 건물은 찾기 힘들 정도로 도시 뷰가 완만했다. 이곳의 중심은 종합 레저 구역인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 South Bank Parkland. 1988년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널따란 부지에 수영장과 인공 해변을 조성했으며 주변에는 태닝 데크와 노천 레스토랑이 가득해 갑자기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듯한 인공 해변과 수영장은 심지어 사용료가 무료. 한국인이라면 한강 고수부지가 이랬음 좋겠다는 바람이 절로 들 정도로 시설이 만족스럽다. 사우스뱅크 주변은 밤이 되면 더욱 매력이 넘쳤다. 둥그런 관람차에 조명이 들어와 로맨틱한 분위기가 조성되며 뜨겁게 내리쬐던 햇볕이 잠잠해져 되레 이때가 거닐기에 좋다. 이곳에서는 종종 문화 축제나 벼룩시장, 푸드 마켓 등이 열린다고 하니 정보를 미리 찾아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우스 브리즈번의 자랑인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GoMA와 퀸즐랜드 미술관은 반드시 들러보자. 두 곳은 넉넉하게 관람 시간을 확보하고 가야 한다. 규모가 방대하고 전시 내용이 좋아 원 없이 보다 보면 예상보다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 사우스 브리즈번에서 근방의 웨스트엔드 에드먼드스톤 스트리트로 향하면 트렌디한 호주식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빌리 카트 키친 Billy Kart Kitchen을 만날 수 있다. 호주 브랜드인 빌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관계로 1년에 한두 번은 시드니, 멜버른을 찾아 괜찮은 식당들을 찾아다니곤 하는 김상범 셰프는 이곳을 극찬했다. 특히 브런치 메뉴로 잉글리시 머핀이 아니라 와플을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 호주 바다에서만 잡을 수 있는 생선 바라문디구이 등 호주 스타일의 요리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다.
1 개성 있는 편집숍이 늘어서 있는 패딩턴 거리. 2 호주식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만날 수 있는 블레이크&테일러. 3 브리즈번의 식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하는 방법 중 하나는 푸디 투어를 이용하는 것. 맥주, 초콜릿 등 주제별로 코스가 짜여 있으며 현지 가이드가 진행한다. 4 울룽가바 앤티크 센터에서 찾은 빈티지 식기들.
Paddington + Wooloongabba
패딩턴은 한국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곳. 개성 넘치는 부티크숍과 레스토랑, 카페가 메인 로드인 기븐 테라스 Given Terrace를 따라 오밀조밀 모여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고층 건물이 없는 것. 모양도 색깔도 각기 다른 건물을 친구 집 방문하듯 구경하는 것도 색달랐다. 이곳에는 무엇보다 리빙 아이템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과거 정육점이었던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내추럴한 가구와 리빙 소품을 판매하는 블레이크&테일러는 자체 염색한 리넨 베딩과 주방 패브릭, 장식적이기보다 담담한 디자인의 식기 등 늘 곁에 두고 싶은 소품으로 가득했다. 또 호주 출신 디자이너가 제작한 도자 제품을 취급하거나 섬세한 레이스가 살아 있는 빈티지 드레스만을 판매하는 곳도 둘러보았다. 피곤하면 리빙숍 틈새에 자리하고 있는 팬시한 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홈메이드 초콜릿 전문점, 호주의 유명 로스팅 커피 브랜드인 디 벨라, 호주 가정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두들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울룽가바는 엄밀히 말해 주거지다. 그럼에도 관광객은 물론 호주 현지인들조차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동네 중앙에 있는 대규모 앤티크 센터 때문이다. 브리즈번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시대별 가구와 소품으로 꾸며놓은 부스들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늘어서 있다. 가구, 의상, 식기, 주얼리, 가전제품 등 없는 게 없었으며 앤티크 센터에 있는 레트로풍의 카페는 쉼터로써의 역할은 물론 테이블부터 잔잔한 꽃무늬 식기까지 호주의 과거를 감상하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1 제임스 스트리트 마켓은 호주 식재료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안쪽으로 간단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2 호주의 3대 커피 중 하나 캄포스의 피콜로라테.
Fortitude Valley
포티트듀 밸리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쇼핑 지역이다. 대표적인 곳은 한국의 청담동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스트리트. 값비싼 디자이너 부티크와 코스메틱 매장, 리빙 편집숍, 푸드 마켓, 레스토랑 등이 거대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SSG 청담과도 같은 제임스 스트리트 마켓은 호주산 식재료의 천국을 보여준다. 그 옆으로는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맛집이자 커피 전문점인 캄포스 Campos 카페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김상범 셰프는 이곳에서 피콜로라테를 마셔보길 권했다. 작은 사이즈의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피콜로라테는 카페라테와 마키아토의 중간 정도의 맛. 사이즈는 작지만 커피와 우유가 적절한 비율로 섞인 맛으로 향이 풍부했다. 제임스 스트리트 마켓 건너편으로는 세련된 식기와 주방 용품을 판매하는 포터리반, 디자이너의 가구와 조명을 취급하는 코바 스타일 등의 리빙 셀렉트숍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포티트듀 밸리는 호주의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층 건물의 꼭대기에는 세련된 루프톱 바&다이닝 공간이 자리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제임스 스트리트의 인근에 있는 브런즈윅 스트리트에는 유명 클럽이 여럿 있어 이른 저녁부터 흥겨운 음악을 울려댔다. 이곳을 지나면서야 반바지가 대부분이었던 호주 젊은이들이 제대로 차려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 스카이 포인트에서 바라본 골드코스트의 광활한 전경. 이곳에서는 3단으로 제공되는 디저트와 티타임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 서퍼들이 즐겨 찾는 부트레그. 특히 아사히 볼이 인기다. 3 집채만 한 파도가 끊이지 않는 서퍼스 파라다이스. 태양과 백사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굉장하므로 선크림은 필수로 챙길 것.
하나 더! 금빛 파도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하는 휴양도시 골드코스트. 서퍼들의 꿈이자 종착지라 할 수 있는 거대한 바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를 중심으로 유명 호텔과 관광지가 모여 있다. 아침 8시부터 정오의 기세로 태양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소문으로만 듣던 집채만 한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왔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서퍼들은 이른 아침부터 파도를 타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유명한 맛집과 클럽,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는 것이 골드코스트를 만끽하는 전형적인 방법이지만 시간이 허락하면 외각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다. 골드코스트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두란반에는 많은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장 트로피컬 프루츠 월드가 자리한다. 지금은 휴화산이 된 월남빈 화산의 드라마틱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에서는 트랙터를 타고 용과, 아보카도, 바나나, 망고, 마카다미아 재배 지역을 둘러볼 수 있다. 농장 내 레스토랑에서는 제철을 맞이한 열대과일 플래터와 파르페 등 시골스럽지만 새콤달콤 맛있는 음식도 맛보았다. 골드코스트의 또 다른 외각인 쿠럼빈에는 호주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생추어리가 있다. 코알라, 캥거루, 월라비, 웜벳, 타즈매니안 데빌 등 이름도 낯선 호주의 대표적인 동물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조용히 산책을 즐기고 캥거루와 월라비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교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미 캥거루가 기분이 좋을 때면 캥거루 주머니 속에 있는 새끼를 만지는 찬스를 잡는 이도 제법 보였다. 외각에서는 도시와 달리 이렇게 자연에 기대어 가슴이 넉넉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 캥거루와 월라비가 자유롭게 뛰어노는 쿠럼빈 와일드 라이프 생추어리.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보는 등 동물들과 가까이에서 교감할 수 있다. 2 트로피컬 프루츠 월드 내 마카다미아 농장.
3,5 보니타 보니타. 모던 멕시칸 레스토랑이다. 타코 요리가 대표적이며 오징어, 새우, 키친 등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4 트로피컬 프루츠 월드에서 판매하는 열대과일 플래터. 망고만도 42종 넘게 재배되는 이곳에는 처음보는 열대과일이 수두룩하다.
스카이 포인트에서 바라본 골드코스트의 광활한 전경. 이곳에서는 3단으로 제공되는 디저트와 티타임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