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작가의 두 공간

김승연 작가의 두 공간

김승연 작가의 두 공간

소소한 일상에 상상력을 더하면 한 권의 그림책이 탄생된다. 1인 출판사이자 그래픽 스튜디오인 텍스트 컨텍스트의 김승연 작가는 일상과 상상이 조응하는 그곳을 찾아 오늘도 그리고, 쓰고, 상상하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김승연 작가는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고, 반려견 핑구를 위해 마당이 있는 집을 찾다 보니 평창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게 되었다.

 

 


1 <여우 모자>의 주인공 여우가 인형으로 탄생했다. 작업실에 한구석을 귀엽게 장식하고 있다. 2 4년 전부터 자수를 배우기 시작했고, 틈틈이 손뜨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어느 날 작가의 어머니는 <얀얀>에서 주인공이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모자를 직접 떠서 선물하셨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이곳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수줍음이 많은 한 소녀가 아기 여우를 모자처럼 머리에 쓰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 동화 <여우 모자>는 김승연 작가가 동네에서 우연히 도넛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착안해냈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안그라픽스 디자인 사업부, 프리랜스 잡지 편집 디자이너, 북 디자이너 등을 거쳐 현재 1인 출판사이자 그래픽 스튜디오인 텍스트 컨텍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계산된 선택과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것의 편린을 한 땀 한 땀 엮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앞집 강아지, 몇 년째 키우고 있는 식물, 아름다운 여행지에서의 감동 등 일상의 순간 순간은 단순히 몇 단어로 치장할 수 있는 가벼운 추억거리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고양될 소중한 감성의 원천이 된다.

 

 


1 작가가 직접 만드는 자수 브로치. 그녀의 반려견 핑구와 <여우 모자>의 여우 등 일러스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2 작가의 제자들이 만든 그림 동화책들.

 

“회사를 다니고 디자인 편집 일을 하면서도 늘 제 책을 만드는 것을 꿈꿨어요. 전공이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일러스트를 직접 그리고 틈틈이 글도 썼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인리더에 선정돼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차세대 디자인리더에 선정된 이들은 지원금을 유학을 떠나는 데 사용하곤 하지만 김승연 작가는 텍스트 컨텍스트를 설립하는 데 모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텍스트 컨텍스트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책인 <여우 모자>를 출간했으며 CJ, 더페이스샵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우 모자>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디자인리더에 선정되면 해외 전시에 2회 이상 참여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있다. 그녀는 영국의 ‘100%전’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여우 모자>의 영문판을 들고 참가했고, 이때 만난 인연으로 프랑스어판과 중국어판까지 출간하는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여우 모자>는 단가 생각 없이 제 마음에 쏙 들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 책이에요. 양장을 하고 가독성을 위해 글자 크기를 키워야 하는 등 그림책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을 과감히 버리고 제가 만들고 싶고 또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작가는 그림책이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역시 탈피하고 싶었다. 어릴 땐 그림 위주로 보다가 어른이 되어서 그림과 내용 전반에 공감하는, 말 그대로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우 모자> 역시 아기 여우를 머리 위에 모자처럼 쓰고 다니는 귀여운 그림이 등장하지만 인간관계에 서툰 소녀가 여우 모자를 씀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알아가고 세상과 소통하는 다소 어른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1 성북동 작업실. 요즘 이곳에서는 자수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2 <빨간 모자>, <얀얀> 등 작가의 그림책과 일러스트 액자를 만날 수 있다. 3 작가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손뜨개 모자는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동선동 모자점이라는 이름으로 장을 열고 판매한다. 4 칸칸이 나뉘어 있어 각종 자수 실과 도구를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작업 가방. 프랑스에서 구입한 작업 가방은 색과 모양이 예뻐 많은 사람들이 탐낸다고. 

 

김승연 작가는 <여우 모자>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책인 <얀얀> 또한 성공적으로 출간했다. <얀얀>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털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다. 작가에게 있어 책을 만드는 원칙은 변함없다.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드는 것부터 책에 사용할 서체 하나를 고르는 것까지 익숙함과 편리함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텍스트 컨텍스트가 자리를 잡아갈 즈음 김승연 작가에게 반가운 변화가 찾아왔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해 지난해 작업실을 성북동 성신여대 근처로 옮겼다. 그리고 작년 말에는 결혼해 평창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1 작가가 그림을 그린 컬러링북 <차일드후드>. 2 아기자기한 작업실 풍경. 벽면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반려견 핑구의 일러스트가 붙어 있다. 3,4 작업실에 놓여 있는 작은 소품들. 작가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털모자는 아이와 어른은 물론 강아지, 고양이 것도 있다.

 

 


1 빈티지 식기, 식물, 자신의 포스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주방. 2 평창동 자택의 작업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일러스트 작업을 한다. 3 <여우 모자>의 영문판. 아기 여우가 소녀의 머리 위에 모자처럼 앉아 있는 발상이 유쾌하다. 4 <얀얀>의 한 장면. 왼쪽 페이지의 사람 옷을 입고 서 있는 검은색 동물은 작가의 첫 번째 반려견 콜라가 모델이다. 

 

3평 남짓한 새로운 작업실은 그녀에게 새로운 시도의 장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개인 작업에 몰두해왔다면 이곳에서는 조심스럽게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해보려 하기 때문이다. 작업실 밖에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창을 낸 것도 그래서다. 내부에는 작업 공간 외에도 작품과 소품들을 진열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4년 전부터 자수를 배우기 시작한 김승연 작가는 요즘 자신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브로치와 자수 액자를 제작하는 등 작업의 소재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빈티지 책상과 테이블로 꾸민 내부 곳곳에는 그녀의 일러스트 작품을 비롯해 독점 수입하는 해외 작가들의 포스터 액자와 엽서 등으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이 별다른 판매처 없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라 그녀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해 대중에게 소개할 것이다. 또 작가는 이곳에서 때때로 일러스트 그리기, 동화 짓기 등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1 때로는 손이 기억을 되살린다. 그리다 보면 추억의 조각들이 뭉쳐져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도 많으니까. 2 현재의 반려견 핑구. 옆의 검은색 도자 강아지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첫 번째 반려견 콜라다. 3 선물을 받거나 마음에 들어 구입해서 오랫동안 키우고 있는 식물들. 작가는 식물을 키우는 것도 일상에서 맺게 되는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4 아늑한 침실 풍경. 조명 옆의 신랑신부 일러스트도 작가가 직접 그렸다. 이 작품은 청첩장에 사용했다. 

 

평창동의 아담한 단독주택인 김승연 작가의 신혼집은 작가의 일과 취향이 고스란히 포개어져 있다. 그녀는 세련되고 모던하기보다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의 가구와 소품, 자신의 일러스트로 공간을 채워놓았다. 결혼과 동시에 새로 구입한 것들보다는 결혼 전에 작가가 사용하던 소파와 책장, 식기 등이 대부분이고 거실 창 너머로는 낮은 테이블을 놓고 결혼 전부터 키우는 무화과나무, 남천, 월토끼 등의 화분을 여러 개 늘어놓았다. “집에서 따뜻한 분위기가 났으면 했어요. 그래서 가전제품과 가구 몇 개를 제외하고 대부분 결혼 전에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새로 구입한 가구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나무 소재로 선택했어요.” 작가는 작은 방을 작업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밤샘 작업이 잦은 편이고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고 느껴지는 것들을 스케치하거나 컴퓨터로 저장해놓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반려견 핑구와 함께 생활하는 탓에 집 안 곳곳에 핑구를 위한 살림살이도 제법 있다. 사실 신혼집으로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핑구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반려견과의 친밀한 교감은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제 책이 주로 던지는 메시지가 관계예요. <여우 모자>의 주인공 소녀도 여우 모자를 쓰고 나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하죠. 일상은 수많은 관계가 얽혀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관계 때문에 상처받고 때로는 관계 때문에 위로받기도 해요. 저는 위로와 상생이 되는 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일상의 조각에서 시작해 상상력이 더해지고 그림, 이야기 등 다양한 표현법이 만나 완성되는 한 권의 그림책. 읽는 이에게 잔잔한 깨달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작가 자신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하는 잘 만든 그림책의 힘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 김승연 작가는 백 년이 지나도 감동의 힘이 있는 책을 만들고픈 열망을 지녔기에 오늘도 일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로, 그림으로 발견하고 빚어내는 과정을 멈추지 않는다. 

 

 


채광이 좋은 거실. 작가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소파와 테이블, 책장 등을 신혼집에 그대로 들였다. 낮은 테이블의 식물들도 결혼 전부터 키워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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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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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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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가구의 대명사

디자인 가구의 대명사

1500여 종의 디자인 가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소디자인 Sodezign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전공한 후 영국의 IT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프랑스 태생의 줄리앙 귈로와 아시아와 호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쳐온 중국계 프랑스인 이브 펑이 온라인숍으로 먼저 시작한 디자인 가구 전문점. 전 세계 가구 박람회를 함께 다니며 하나 둘씩 모아온  디자인 가구를 기반으로 사업 초창기에는 100여 종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였으나 이제는 1500여 종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10구에 쇼룸을 열었다. 1950년대 주로 사용하던 고급 가구 소재인 참나무와 호두나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포토벨로 라인의 테이블과 서랍장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점 아이템. 디자이너 엘로디 캄포와 소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태어난 콰드리 컬렉션 역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add 111 rue Oberkampf 75011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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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파리 통신원)

포토그래퍼

정기범(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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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Home

All About Home

집 안을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인테리어 아이템을 판매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친구인 마들렌과 귀스타프 부부의 집에 자주 놀러 가 장난감 대신 그들의 가죽 팔찌와 작은 시계 등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았던 추억을 잊지 못해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오픈했다는 인테리어 컨셉트 스토어 마들렌&귀스타프. 파스칼 기베르가 벨기에 태생의 유명 인테리어 전문가인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멋스러운 파리지엔들이 모여드는 생마르탱 운하 주변에 위치하며 3개 층 400㎡의 공간에서 테이블웨어를 비롯한 인테리어 소품, 조명, 아웃도어 용품 등 집 안을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아이템을 판매한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의 제품에 집중하는 등 다른 숍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바캉스 시즌에는 리옹, 낭트 등 프랑스 전역에서 인테리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3층에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카페가 조성되어 있어 쇼핑 후 커피 한잔도 즐길 수 있다.   

add 19 rue Yves Toudic 75010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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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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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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