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요리사가 만나 음식과 요리법, 이야기를 나누는 마르쉐@씨앗밥상의 두 번째 이야기. 강원도 횡성의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온 풀로 만든 만찬이 4월의 어느 날에 펼쳐졌다.
1 10여 종의 야생 풀과 야생 꽃. 2 강원도 횡성의 김은숙 농부가 수확한 삼잎국화. 3 진달래꽃, 생강꽃 등의 야생 꽃. 4 나물 총떡튀김과 옹심이 뇨키 야생 풀 샐러드.
하루에 버스가 두 번밖에 오지 않는 고지대에 위치한 ‘오음산산야초밥상’의 한봉기 농부. “저는 강원도 횡성에서도 높은 지대의 산골에서 농사를 지어요. 오염되지 않아 지천에 깔린 풀을 바로 뜯어 먹을 수 있어요. 특히 3월 말부터 4월 말 사이에 나는 풀은 1년 중 가장 생명력이 강해요.” 이른 새벽부터 한봉기 농부가 부지런히 채취한 풀이 한 상 가득했다. 눈에 익은 달래와 냉이 말고도 지칭개, 소리쟁이, 삼잎국화, 멧부추, 보리뱅이 등 처음 들어본 야생 풀과 색 고운 야생 꽃이다. 시식을 위해 야생 풀과 야생 꽃이 참가자들의 식탁에 놓여졌다. “이번 마르쉐@씨앗밥상을 위해 횡성에서 함께 풀을 따고 마을 할머니들께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풀 요리법을 배우고 왔어요. 앞에 놓인 풀을 한 잎씩 맛보세요. 슴슴한 맛, 신맛, 달착지근한 맛, 매운 맛, 씁쓰레한 맛에 놀랄 거예요.” 오늘의 요리를 맡은 ‘아부레이수나’의 하미현 요리사의 설명이다. 한 가지 맛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맛을 내는 야생 풀과 야생 꽃. 짠맛과 구수한 맛, 시원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도 있다.
1 마르쉐@씨앗밥상의 기획자이자 카페 수카라의 오너 김수향. 2 요리를 맡은 아부레이수나의 하미현 요리사.
“흔히 잡초라 버려지기 마련이지만 독성이 없고 허브와 같은 다양한 맛과 향을 지녀 요리에 활용하기 좋아요. 지금 맛본 풀로 오늘 만든 요리는 냉이를 넣은 풀콩탕, 강원도식 메밀 총떡을 응용한 나물 총떡튀김, 옹심이 뇨키에 야생 풀과 콩풀 페스토를 곁들인 샐러드예요.” 횡성의 마을 음식인 콩탕에서 모티프를 얻은 풀콩탕은 구수한 콩과 냉이의 향이 잘 어우러져 몸을 구석구석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다. 메밀 전병에 달래, 멧부추 등의 야생 풀과 닭고기, 두부를 넣고 튀긴 나물 총떡튀김은 갖가지 재료를 다져 넣은 만두 같다가도 쌉싸래한 맛의 야생 풀이 튀김의 느끼한 맛을 잡아줘 오히려 담백한 맛이 도드라진다. 갖은 야생 풀에 야생 풀로 만든 콩 페스토를 넣고 버무린 샐러드는 싱싱한 풀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도토리 화전 팬케이크. 도토리 가루로 만들어 쫀득한 팬케이크에 고소한 땅콩 소스와 향긋한 진달래, 생강 꽃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진다. “마트에서 늘 접하는 풀은 상추나 깻잎 정도였어요. 우리 땅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맛있는 풀이 나는지 몰랐어요.” 집 근처에서 비슷한 풀을 봤다며 당장 뜯어 요리해야겠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다. 멀리 산지를 찾아가지 않고도 진귀한 토종 식재료를 맛볼 수 있는 마르쉐@씨앗밥상. 우리의 먹거리를 재발견하고, 그 중요성을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에 두 달 간격으로 새로운 밥상이 진행된다. 6월은 꿀과 조청, 8월은 토마토와 호박, 10월은 허브, 12월은 뿌리채소 등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재료가 준비된다. 마르쉐@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20명 내외의 적은 인원을 모집해 빠른 시간 내에 마감되니 호시탐탐 들여다보길 권한다. 또한 <메종>을 통해 그 생생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1 농부 한봉기의 야생 풀 이야기. 2,3 풀 요리법이 적힌 노트와 도토리 화전 팬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