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훌렉 형제가 삼성과 함께 선보인 세리프 TV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국내 론칭 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에르완 부훌렉과 인터뷰를 나눴다.
1 세리프 TV의 국내 론칭을 위해 서울을 찾은 에르완 부훌렉을 두오모 쇼룸에서 만났다.
부훌렉 형제의 에르완 부훌렉이 내한했다. 형인 로낭은 오랜 시간 비행하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했다. 에르완 부훌렉이 서울을 찾은 이유는 삼성과 협업한 TV, 세리프 Serif의 론칭 때문이다. 세리프 TV는 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와 입소문으로 회자되고 있는 화제의 TV다. 삼성은 작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세리프 TV를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했고, 이후 유럽에서만 판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다녀온 이들의 포스팅과 iF 디자인 어워드 등의 해외 소식을 통해 국내에서도 이미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세리프 TV는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게 숨기고 싶은 가전제품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꿀 만했다. 부훌렉 형제는 옆에서 보면 글자 서체 중 하나인 세리프 폰트의 ‘I자’ 모양을 닮은 세 가지 크기의 TV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제 국내에서도 세리프 TV를 구입할 수 있다.
세리프 TV는 부훌렉 형제가 2년 동안 공들여 선보인 제품이다. 프레임뿐만 아니라 뒷면의 패널, 다리, 화면 UI 등 모든 부분을 디자인해 더욱 의미 있다. 이음새 없이 하나의 형태로 이어져 있는 세리프 TV는 온몸으로 최첨단 스타일을 뽐내고 있는 요즘 TV와는 사뭇 다르다. 사이즈도 24인치, 32인치, 40인치 세 가지만 출시했고 프레임은 두꺼우며, 색상은 가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채색이 아닌 톤 다운된 벽돌색, 짙은 남색, 흰색의 세 가지로 출시했다. 스마트 TV 기능은 물론 무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스크린 미러링 기능,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도 탑재하고 있어 내구성과 기능은 삼성의 최신 TV제품 못지않은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 에르완 부훌렉을 만나 세리프 TV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크기인 24인치 세리프 TV. 가장 작은 크기다. 3 세리프 TV의 판매처 중 한 곳인 두오모 쇼룸에 전시한 모습. 세리프 TV는 모던한 가구와 특히 잘 어울린다.
<에르완 부훌렉이 말하는 세리프 TV>
작년에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만났을 때 삼성과 뭔가를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TV일 줄 몰랐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 삼성 측에서 우리의 스튜디오로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눴고 TV를 디자인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삼성 같은 대기업과 일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로낭과 오랫동안 상의했고 삼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모든 과정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진행돼 좋았다.
세리프 TV의 디자인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많은 이들이 액자 같다고 말한다. 대중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 (웃음) 액자처럼 화면을 끼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리프 TV는 가전 시장이 아닌 가구 시장을 고려해 만든 제품이다. 가구와 잘 어울리는 오브제 같은 TV를 디자인하고 싶었다.
TV 디자인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떠했나? 사실 TV는 내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집에 TV도 없으니 말이다. TV 시장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나 디자인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거의 다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세리프 TV는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지도 모른다. 요즘 TV는 점점 얇게 나오는데 세리프 TV는 오히려 프레임이 두껍고 모서리도 둥글다.
4 프레임이 두꺼워서 TV 위에 책이나 소품 등을 올려둘 수 있다. 5 24인치, 32인치, 40인치 세 가지 크기로 출시한 세리프 TV. 6 에르완 부훌렉의 내한과 세리프 TV의 론칭을 축하하기 위해 설치 작품처럼 연출한 두오모 쇼룸의 팝업 전시.
세리프 TV의 색상은 어떻게 선정했나? 프랑스 국기의 색깔과도 같다. 세리프 TV의 프레임은 플라스틱 소재인데 인위적으로 다른 소재처럼 보이는 색상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이 자연적인 소재도 아니기 때문에 색상 선택이 중요했다. 흰색은 심플하면서도 강한 색깔이기 때문에 확실한 존재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고 검은색도 고민했지만 너무 강한 것 같아서 검정에 가까운 짙은 블루를 선택했다. 벽돌색은 글쎄, 정말 프랑스 국기 색깔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낭과 당신의 디자인 취향은 다른가, 비슷한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나? 취향이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은 종종 다르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한다.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무엇을 더할지, 무엇을 뺄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신기한 것은 어떤 때는 놀랍도록 똑같은 의견을 낸다는 것이다.
세리프 TV의 크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75인치 TV와 40인치 TV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차피 기능은 비슷한데 말이다. 오히려 공간을 압도하는 크기가 큰 TV는 부피만 차지한다. 세리프 TV를 디자인하면서 옆에 가구나 소품을 놓을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을 고려했고 거실뿐만 아니라 침실, 서재, 주방 등 다양한 곳에 놓일 TV를 생각했기 때문에 크기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한국에서 세리프 TV가 출시되어 정말 기쁘다. 도전해보고 싶은 또 다른 가전이 있나? 협업이라는 것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트너만 좋다면 가전이든 무엇이든 디자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열려 있다.
이번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어떤 브랜드와 신제품을 출시하는지 궁금하다. 나니 마르퀴나를 통해 카펫을 소개할 예정이고 몇몇 브랜드를 통해 소파 등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밀라노 소식을 물어봐줘서 기쁘다.
7 심플한 다리를 연결해서 세워둔 액자처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8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심해 세리프 TV를 선보인 부훌렉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