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나탈리 레테

이상한 나라의 나탈리 레테

이상한 나라의 나탈리 레테
오묘한 색감과 자유로운 터치, 동화적인 모티프로 자신만의 원더랜드를 구축한 프랑스 아티스트 나탈리 레테.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녀와 만났다.


1 지난 3월 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아트홀에서 만난 나탈리 레테.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아티스트 ‘나탈리 레테 Nathalie Lete’가 한국을 찾았다. 2013년 롯데갤러리를 통해 국내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던 그녀가 두번째 특별전 <러블리 레테 Lovely Lete, 나탈리 레테>를 마련한 것.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탈리 레테의 원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식기류, 인형, 각종 소품 등 200여 점의 작품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시작해 부산광복점과 청량리점로 이어지는 대규모 전시 투어로 이루어진다. 잠실에서의 전시는 마무리되었지만 3월 31일부터 4월 25일까지는 부산광복점에서, 4월 28일부터 5월 29일까지 청량리점에서 계속되니 전시를 놓쳐 아쉬웠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일 듯. 라이브 페인팅 시연과 사인회 등 다양한 행사로 국내 팬들과 가까이 만나기 위해 내한한 나탈리 레테. 쉰 살이 훌쩍 넘은 중견 작가이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를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2 나탈리 레테의 일러스트를 입체적으로 연출한 전시장. 3 나탈리 레테가 프랑스 장난감 브랜드 빌락 Vilac과 협업해 만든 피아노를 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티스트 나탈리 레테에게 묻다

이번 전시 <러블리 레테>를 통해 국내 팬들과 두 번째 만남을 가진 소감이 어떤가?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날 기회가 생겨 기쁘다. 지난 전시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작품까지 총망라하고 싶었다. 또 이번 전시는 백화점 내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만큼 그림만 보여주기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도 함께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아트숍을 같이 기획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당신의 동화적인 감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셨는데, 그때의 감성이 여전히 나에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동화적으로 표현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고 내 상상력과 내가 인식하는 현실 세계, 세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동시에 담아낸 게 동화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의 출신 국적이 모두 다르다고 들었다. 그런 점도 당신의 독특한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건가? 아버지는 중국, 어머니는 체코 출신이고 할머니는 독일인이다. 나무나 버섯, 난쟁이 같은 작은 꼬마들 등 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소재들은 실제로 어릴 적, 독일에 있는 할머니의 농장에서 접한 것이 많다. 강렬한 색감이나 서예같이 거친 붓 터치로 표현하는 방법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중국스러운데, 그 덕분에 서양의 소재와 동양적인 표현이 융화된 독특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빨간 모자, 헨델과 그레텔 등 다양한 캐릭터가 그림에 등장한다. 이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캐릭터나 소재가 있나? 동화 캐릭터도 좋아하지만 특히 장난감을 즐겨 그린다. 세련된 이미지의 새 장난감보다는 1960년대, 내 어릴 적 감성과 어울리는 ‘큐피 Kewpie’ 같은 빈티지 장난감에 마음이 끌린다. 빈티지 장난감을 본격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모으고 있고, 그 장난감을 묘사해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감성을 자연스레 담아낼 수 있었다.   

오묘하면서 강렬한 색상이 인상적인데, 색감에 대한 당신만의 규칙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색을 칠할 때는 본능에 의존하는 편이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연한 초록과 핑크 톤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여러 색을 조합해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배경색을 칠할 때도 단색이 아니라 여러 색을 혼합해서 스펙트럼이 뒤섞인 듯한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동화책도 몇 권 출간했지만, 당신의 그림을 보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림을 그릴 때 특정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작업하는가? 기본적으로 내 상상에서 출발한다. 배경색을 먼저 만들고 다음으로 장난감을 그린 다음 주변의 꽃 등 자연적인 소재를 추가해 나간다. 그렇게 모두 합쳐진 결과물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로 다가오는가 상상하며 제목을 짓곤 한다. 즉흥적으로 만든 이미지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감상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해낸다면 그게 모두 답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는 물론 각종 브랜드와 함께 만든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혼자 작업할 때와 달리 브랜드와 같이 일할 때는 무엇을 고려해서 작업하나? 혼자 할 때는 어떤 테크닉을 강요 받는 게 아니라서 그림에 바느질을 하는 등 다양한 기교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협업을 하면 브랜드가 원하는 성향에 맞춰 이미지를 정형화해서 만들거나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해 변형하는 부분이 있다. 한 분야에만 고착하는 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침구, 패션, 화장품 패키지 등 다양한 브랜드와 일하는 것이 늘 도전이고 즐겁다. 


지치고 힘들 때 재충전하기 위해 찾는 곳은 어디인가? 휴식할 때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알프스 산을 찾아가는데, 아무래도 내 안에 하이디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웃음) 나는 소리에 민감한 편이라 산양이나 양 떼들이 달릴 때 들리는 방울 소리나 성당에서 들리는 종소리, 새소리 등 자연과 밀접한 곳에서 홀로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물, 구름, 불꽃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당신의 예술 세계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불어로 ‘리컨포턴트 Reconfortant’. 위안, 격려해주고 기운을 차리게 한다는 뜻인데, 사람들이 내 그림을 통해 에너지를 얻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한다.

   


5 유쾌한 매력의 소유자인 나탈리 레테. 6,7 나탈리 레테의 꽃 일러스트를 활용한 커피 테이블과 쟁반, 티타월. 8 파리의 세 가지 명소를 담은 그림 퍼즐은 발락 제품.

 

 


9 꽃과 부엉이 일러스트로 제작한 커팅 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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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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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쇠

금보다 쇠

금보다 쇠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시계 소재가 변화하고 있다.


1,2 바젤월드 2016 불가리 부스. 3 깊이 있는 그린 컬러로 꾸며진 롤렉스 부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시계 보석 박람회 바젤월드가 지난 3월 24일, 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1500여 브랜드의 최신 시계를 선보인 바젤월드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바로 소재의 재발견. 불가리, 태그호이어는 티타늄 소재를, 로저드뷔는 카본 소재를, 크로노스위스, 지라드 페리고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시계 소재의 주된 흐름을 얘기하자면 ‘쇠’가 금을 압도한다. 이러한 추세는 하이엔드 시계로 불리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값비싼 소재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인 스틸 소재를 사용해 가격의 문턱을 낮추고 경량성을 높였다. 덕분에 럭셔리 시계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일반 대중도 뛰어난 무브먼트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문턱을 낮추는 작업은 소재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계 브랜드들은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기보다 기존 인기 모델을 다양한 버전으로 내놓는 쪽을 선택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케이스를 슬림하게 디자인한 리베르소 원 리에디션을 선보였고, 크로노스위스는 레귤레이터 워치에 과감한 색을 입혔다. 꽤 많은 브랜드가 과거를 돌이키기 시작했다. 롤렉스는 1965년 모델을 연상시키는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를, 오메가는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 글로브마스터 컬렉션을 더욱 다양하게 선보였으며, 파네라이는 라디오미르 1940 모델에 화이트 다이얼을 세팅한 라디오미르 1940 3 데이즈 오토매틱을 발표했다. 이번 바젤월드는 과거에 비해 혁신적 시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을 들었지만,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도전보다는 안정으로 방향을 잡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4 오메가 부스에 설치한 입체적 조형물.

 

 


5, 6 지라드 페리고의 부스 전경.

 

 


7 3차원적 입체감을 보여주는 크로노스위스 시리우스 플라잉 레귤레이터 점핑 아워. 8 지라드 페리고의 스포츠 워치를 새롭게 제작한 라우레아토 2016. 9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티쏘 트레디션 오토메틱 오픈 하트. 10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을 장착한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11 독특한 컬러의 오메가 글로브마스터 4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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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순백의 너와 나 그리고 만찬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의 의상을 차려입고 즐기는 대규모 시크릿 디너 파티.


1 2015년 뉴욕 디네앙블랑 전경.

 

인터넷에서 사진을 몇 번 본 적 있다. 파리 에펠탑을 마주한 널찍한 공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앞마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옆의 정원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간에 온통 하얀색의 드레시한 옷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즐기는 비현실적인 사진을 말이다. 이 행사는 바로 디네앙블랑 Diner en Blanc.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직접 준비해온 만찬을 즐기는 대규모 시크릿 디너 파티다. 1988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디네앙블랑은 28년이 지난 현재 뉴욕, 런던, 홍콩 등 전 세계 25개국 60개의 도시에서 약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6월 11일, 드디어 서울에서도 개최된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순백의 우아한 의상을 잘 차려입는 것이 기본 원칙. 또 접이식 테이블과 흰색 의자를 비롯해 흰색 집기류, 고급스러운 요리 등 필수 지참품이 있다. 개최 장소는 행사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으므로 아직 누구도 모르는 상태. 개인적으로는 시청 앞 또는 경복궁이지 않을까 상상해보지만, 시끌시끌한 청계광장이나 차량을 통제한 가로수길에 만찬 테이블을 세팅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행사가 6월에 진행되는데 벌써부터 언급하는 이유는 지금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가를 원하는 경우 디네앙블랑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도록! 참가비 37달러(약 4만2천원) 

web seoul.dinerenblanc.info

 

 


2 2013년 디네앙블랑 샌디에이고를 참여한 이들의 테이블 세팅. 3 2015년 디네앙블랑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의 앞마당에 거대하게 차려졌다.

 

 


4
2013년 
디네앙블랑 파리. 5 손에 작은 폭죽인 스파클라를 들고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6 드레스코드인 화이트 컬러의 우아한 옷으로 차려입은 여성들. 7 디네앙블랑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인 냅킨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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