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식물의 세계

오묘한 식물의 세계

오묘한 식물의 세계
가드닝이란 오묘하고 심오한 세계를 명료하게 자신만의 색깔로 밀고 나가는 틸테이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 색깔만큼 식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성수동 틸테이블에서 포즈를 취한 오주원 대표.
 

층이 나눠져 있는 쇼룸. 위층에는 캔들, 디퓨저, 오브제 등 다양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다.
 

1월에 열린 메종&오브제에 참가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틸테이블 제품을 소개하고 평가 받는 자리였다. 아랍에미리트 왕실의 디스플레이 담당자를 만나기도 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드너 등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세라믹 화분이 흔하긴 하지만 틸테이블만의 개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점이 페어에서도 통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오픈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틸테이블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색상 중에 틸 Teal이란 컬러가 있는데 녹색을 띠는 청색이다. 틸테이블은 오묘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틸 컬러와 협상, 식사, 결정 등 모든 역사가 시작되는 테이블을 합친 말이다. 뭔가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랄까. 틸테이블은 가드닝과 조경일을 기반으로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고 화분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식물은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 화두다. 이러한 흐름이 몸으로 느껴지는가? 인테리어 디스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몇 년 전부터 식물이 인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식물이 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거다. 트렌드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세기가 먹고살기 바쁜 시기였다면 21세기는 여유와 디자인을 위한 시기 같다. 식물이 그에 딱 부합하는 요소 아닌가.

   
카운터 자리에 식물을 심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식물로 둘러싸여 있는 틸테이블 쇼룸.
 

식물도 인기 있는 종류가 바뀌는 것 같다. 맞다. 몇 년 동안 다양한 선인장 종류가 인기를 끌었다. 어딜 가도 선인장이 놓여 있었고 찾는 사람도 많았다. 요즘에도 선인장은 여전히 인기 식물이다. 크기가 크고 독특한 걸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엔 극락조, 야자, 행잉 식물 등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는 식물을 많이 찾는다.

국내의 화훼시장의 수준은 어떠한가? 가까운 중국만 가도 식물 종류가 굉장히 한정적인 편이다. 일본은 가드닝이 우리나라보다 일찍 발달해 종류도 많고 식물의 종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식물 종류도 적지 않다. 남서울 화훼단지, 양재 꽃시장 등 웬만한 국내 화훼시장에서 다양한 식물을 구입할 수 있다.

식물을 집 안에 들이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처음에는 키우기 쉬운 식물을 추천 받아 작은 화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 때 용기 내서 전혀 다른 식물이나 크기가 큰 식물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구입한 식물을 계속 돌보고 공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반려식물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에 식물을 둘 때 어떻게 다른가? 상업 공간에서는 무조건 관리가 쉬운 식물을 택하는게 좋다. 요즘에는 조경 작업을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방문해 식물 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 집에 식물을 둘 때는 집주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또 어느 집이나 데드 스페이스가 있는데 그런 곳에 식물을 두면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화분을 고를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나? 메종&오브제에 갔을 때 많은 사람이 틸테이블의 가드닝 포트폴리오를 본 다음 화분 디자인을 보여달라고 한 점이 특이했다. 화분은 식물을 심었을 때 균형과 비율이 잘 맞아야 한다. 모든 식물과 화분을 일대일로 매치할 수는 없지만 식물의 모양과 화분의 비율을 고려하는
것이 심었을 때 보기 좋다.

앞으로의 꿈과 계획이 궁금하다. 앞으로 매년 메종&오브제 같은 해외 페어에 참가할 계획이다. 큰 꿈이 있다면 세계 유명 도시에 틸테이블의 리테일숍을 내고 싶다. 우리 스타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직원도 상주한다면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오주원 대표가 추천하는 식물 세 가지

스노우사파이어 잎의 무늬가 아름다운 스노우사파이어는 칼라데야과 식물로 생명력이 강해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청솔 다육식물로 목대의 선이 매력적이다. 햇빛과 환기가 특히 더 중요한 식물이다.
 
유주나무 귤과 식물로 열매를 먹기보다 관상용으로 키운다. 꽃이 피면 향기가 매우 좋은 식물. 통풍이 잘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기른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과용
TAGS
문구 홀릭을 위하여 #3

문구 홀릭을 위하여 #3

문구 홀릭을 위하여 #3
수입 문구류부터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문구류  

마켓엠 MARKET M
서촌의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마켓엠은 일본,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문구류를 판매한다. 매장 내부는 나무 바닥과 원목 테이블로 연출해 전체적으로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미니멀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려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 마켓엠의 자체 브랜드인 원목 브랜드 M&B의 물푸레나무 트레이 세트와 서류함, 명판 필통 등은 소재 특유의 견고함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 9각형의 세련된 디자인과 적당한 무게감으로 기능성이 뛰어난 일본 문구 브랜드 하이타이드 High Tide의 볼펜, 빈티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펜코 Penco의 테이프 디스펜서와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의 나무자, 다용도의 폴더형 클립보드 등이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18-10 tel 02-733-4769 open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30분, 토 · 일요일 오후 1시 30분~7시 30분

   

헤이 HAY
남편인 롤프 Rolf와 공동 대표인 메테 헤이 Mette Hay가 진두지휘하는 ‘헤이 미니 마켓 Hay Mini Market’은 간결하지만 멋스럽고 실용적인 소품, 액세서리를 아우른다. 노트, 달력, 각종 펜, 연필, 접착식 메모지, 파일첩 등 다양한 데스크 용품이 있으며 강렬한 색상 배합과 그래픽 패턴을 적용해 헤이만의 스타일을 표현한 것이 특징. 반짝이는 금속과 부드럽고 매트한 자연목 등을 적절히 사용해 자연스러운 무드 속에서 컬러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39-6 tel 02-749-2213 open 오전 11시~오후 8시

   

코발트샵 KOBALT SHOP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인 코발트샵은 기존 1층에서 규모를 줄여 지하에 있는 카페 코발트로 자리를 옮겼지만 실속만큼은 여전히 알차다. 안목 높은 유미혜 대표가 직접 사용해본 아이템 위주로 선별했으며 일본, 독일, 미국 등의 해외 브랜드의 문구류와 리빙 아이템 외에도 해외 잡지나 서적 등을 소개한다. 코발트샵을 통해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일본 디자인 브랜드 ‘디브로스 D-Bros’의 인기 아이템인 비닐 화병 등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 기능성을 두루 갖춘 제품을 엄선했으며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1-20 지하 tel 02-3446-1510 open 월~금요일 낮 12시~오후 8시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방상국, 이병주, 이향아
assistant editor 원지은
TAGS
모스크바라는 신세계

모스크바라는 신세계

모스크바라는 신세계
공산권의 성지였던 도시, 위험한 폭력으로 가득한 거리를 떠올린다면 그곳은 모스크바가 아니다. 모순된 것들이 만나 빚어 내는 독특한 매력으로 가득한 도시 모스크바로 당신을 초대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동상은 일주일에 한 번 샤워를 한다. 동상 뒤에 있는 레닌 도서관의 묵직한 건물에는 고대부터 구성주의까지 여러 건축 스타일이 혼재해 있다. 모스크바의 다른 기념물이 그렇듯 청렴결백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강박을 엿볼 수 있다.
 
올해 블라디미르 푸틴은 정치가들과의 열렬한 협력 덕분에 1950~60년대 러시아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공원, 베베체 안에 ‘모든 러시아의 실현’을 찬양하기 위해 소비에트 시대의 파빌리온들을 복원해 문을 열었다. 여기 코스모스 파빌리온에는 소치 올림픽의 엄청난 구성주의 구조물이 놓여 있다.
 
레드 옥토버에 있는 스트렐카 바 Strelka Bar.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보이는 이곳은 1960~70년대 이탈리아와 북유럽 가구로 꾸며져 있다. 근처 학교의 학생들과 이 지역 트렌드세터들이 DJ의 흥겨운 음악을 즐기며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낸다.
 

모스코바의 모든 것이 요동치듯 변화하고 있다. 공장 지대에는 신 부르주아의 거리가 들어서고 있고, 시민들은 엄숙한 정치적 통제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청렴결백한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거리의 분위기를 쇄신했고, 모스코바 거리는 1년에 10억달러의 비용이 드는 혁신 정책으로 밝고 환해진 것 이 사실이다. 역사적인 건축물은 신성한 블루에서 연한 그린까지 파스텔 톤으로 새롭게 단장됐고, 수도원과 교회의 금빛 돔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다시금 반짝이고 있다.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수많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기갑 사단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넓은 대로를 따라 보행자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알렉 산드르 1세가 건축하고 스탈린이 파괴한, 그리고 다시 푸틴이 세워 문을 연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모스크바 강가에 흰색 옷을 입은 거대한 수녀처럼 앉아 있다. 비주얼 아트 디렉터 미샤 가누크킨 Micha Gannouchkine이 디자인한 고리키 Gorki 공원 역시 강변과 스케이트장, 쇠 공을 교대로 굴리면서 표적을 맞히는 게임인 페탕크 놀이장까지 정비해 폐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개러지 박물관 Garage Museum도 문화계의 미다스로 불리는 거부 로만 아브라모비츠 Roman Abramovich 덕분에 이곳으로 이전해 새로 문을 열었다. 그의 연인인 다샤 주코바 Dasha Zukova가 운영하는 이곳은 낡은 휴게소 건물을 리뉴얼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옛 모스크바의 모습은 농가의 마당과 작은 길목에 남아 있을 뿐이다.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피브 바 Piv Bar’를 팝 스타일로 복원한 ‘캄차카’. 신 소비에트 스타일의 잡동사니로 가득한 지하에서 음악을 듣거나 서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디자이너 데니스 시마체브 Denis Simachev의 바. 커튼을 드리운 알코브에 쇼핑을 하러 온 모스크바 젊은이들이 앉아 있다.
 
굉장히 넓은 ‘아트 하우스 Art House’ 로프트에 마련된 팝업 바 겸 레스토랑&갤러리 ‘도어 19 Door 19’.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꾸민 공간에 스트리트 아트를 전시한다. 공장 지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진행되는 아트크바르탈라  ArtKsvartala 프로젝트의 일환.
 

새로운 도시의 모습은 어수선한 공업 지구에서도 발견된다. 예전에는 강철과 유리를 다루는 공장이 즐비했던 이곳에 레드 옥토버 Red October, 빈자보드 Winzavod, 플라콘 Flakon, 아르마 Arma 같은 문화 공간이 자리 잡고 새로운 세대 노동자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열기를 담아낸다. 아티스트들은 폐자재의 잔해 속에서 자신의 아틀리에를 정비하고, 바로 옆 갤러리들은 화제의 전시를 이어간다. 바둑판 무늬의 셔츠를 입은 힙스터들은 으스대며 주변을 돌아다닌다. 부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영민한 장난꾸러기들이 부자 동네에 저렴한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를 차려 맞불을 놓는다.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선술집 분위기가 나는 바 Bar ‘캄차카 Kamchatka’와 차고를 개조해 젊고 시크한 모터 사이클족을 위한 스낵 바로 새롭게 단장한 ‘엔투지아스트 Entusiast’가 그런 곳이다. 아침식사부터 새벽녘 마지막 술잔까지 음악과 DJ의 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소비의 장소들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옐친 시대의 무질서함과 취기를 ‘자랑스럽게’ 되찾았다. 이곳에는 소비에트 시대의 종말에 대한 희미한 노스탤지어가 스며 있다. 어린 시절, 속을 꽉 채운 러시아식 라비올리인 ‘펠메니 Pelmeni’와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정겨웠던 그 시대의 취향을 되찾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분명하다.
과도하게 뒤죽박죽 섞인 ‘스탈린 제국’의 스타일조차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강제노동수용소의 근로자들이 건설한 장중한 마천루 ‘세븐 시스터스 Seven Sisters’가 좋은 예다. 역사적인 건축물에서 차용한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일곱 개의 고층 건물은 슬라브족의 자존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붉은 광장을 바라보는 거대한 모스크바 호텔 Moskva Hotel(최근 포시즌스 호텔 Four Seasons Hotel로 바뀌었다)에서는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상징적으로 건축에 담고자 했던 스탈린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사회주의국가의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거대한 동상. 한때 찾는 이가 없었던 베베체(VVT) 공원은 ‘노동자와 콜호스 여성’ 동상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도시 미관, 사회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 예술가들의 활동 거점의 확대 등 얼음의 도시 모스크바는 용광로 처럼 뜨거운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건축가 세르게이 스쿠라토브 Sergey Skuratov가 디자인한 ‘아트 하우스 세레브리아니체스카야 Art House Serebryanicheskaya’ 프로젝트 건물. 야우자 Yauza 강가에 있는 이 건물은 부와 예술적 창의성을 두루 갖춘 ‘신 모스크바 시민’을 위해 보수 중인 동네의 공장 건물에 대한 오마주다.
 
박물관이 된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개러지’의 방황은 러시아 건축가 멜니코프 Melnikov의 구성주의 차고에서 시작됐다. 그 뒤 시게루 반 Shigeru Ban이 생분해성 판지로 만든 멋진 기둥이 있는 이 임시 파빌리온을 거쳐 렘 쿨하스 Rem Koolhaas가 레노베이션한 옛 소비에트 레스토랑으로 이사했다.
 
옛 초콜릿 공장 레드 옥토버의 초콜릿 포장실에 자리한 아트와 패션 스쿨.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커레이션이 눈길을 끈다.
 
막심 고리키는 1932년 스탈린의 초대로 이곳에 머물렀다. 러시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프란츠 알버트 셰흐텔 Franz Albert Schechtel의 아르누보 명작인 스테인리스글라스와 대리석 파도가 아름다운 이 건물은 1902년에 지어졌고 1917년 거부 후원자 리아부친스키 Riabouchinsky에게서 몰수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야닉 라브루스 Yannick Labrousse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