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이자 놀이터였던 정원을 일터로 삼은 폭스더그린 Fox, the green의 허성하 대표는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겁다. 전형적인 무드를 깨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공간에 식물을 어울러놓는다.
가드너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가구 디자인을 하다 인테리어, 건축까지 공간 전반을 다뤘다. 그러면서 조경을 접했고, 식물을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좋아서 취미 삼아 옥상에 정원을 가꾸었다. 자주 다니는 농장에서 풀을 캐서 옥상에 심다 보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걸 느꼈다. 인생 2막에는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로 어떤 작업을 하는가? 식물로 하는 모든 공간 연출을 한다. 클라이언트도 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다. 나는 지금은 식물을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 거 같다. 최근에는 인천에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에 실내 조경을 했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있나? 앉거나 서 있거나 어느 방향에서 봐도 식물이 놓인 공간이 하나의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배치하고 놓을 때 빛이나 통풍 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는 공간과의 조화를 가장 많이 염두에 둔다.
폭스더그린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왜 초록 여우인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글로 정리해봤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초록 여우 이야기>라는 이름의 책을 썼다. 동화면서 에세이기도 하고, 대형 서점에서는 소설로 분류된다. 어느 날 꼬리에 이파리가 돋기 시작한 여우가 ‘자기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결론은 원래부터 다른 아이였다는 거다. 폭스더그린 이름도 그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부터 동화 창작에 관심이 있었나? 글을 쓰면서 무엇을 찾게 됐나? 아니다. 처음으로 한 거다. 브랜드 정체성을 정리하고 싶었던 건데 하다 보니까 한 권의 책이 된 거다. 동화를 쓰면서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지 이상한 게 아니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제 각기 다른 잎 모양과 색을 지닌 식물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 처럼 우리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폭스더그린은 어떤 브랜드인가? 여건이 안되지만 정원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책상 위, 창가 등 어느 공간이든 정원으로 가꾸고 정원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물건, 온갖 재미난 아이템도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식물들 사이에 놓는 작은 인형, 분위기를 더하는 캔들, 정원에서 술을 마시기 위한 플라스틱 와인잔도 다 정원 용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의 초록 여우도 그런 물건을 다 모으는 거다. 초록 여우가 모닥불 안에 숨겨놓은 돌을 모티프로 돌 모양 초를 만들었고, 초록 여우가 만난 연못가에 사는 식물도 우리 가게에 있다.
요즘 식물이 유행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트렌드를 피해가고 싶은 사람이다. 한동안은 야자나 잎 큰 식물이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어 붐이 일었는데, 찍어낸 것처럼 다 똑같은 느낌이 싫어서 못생기더라도 개성 있는 식물을 좋아한다. 최근 인기라는 유칼립투스나 올리브나무는 가격이 비싸고 기르기도 까다로워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큰마음 먹고 예쁜 식물을 데려다 놨는데 죽게 되면 그다음부터 식물에 흥미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면 아무리 유행이라도 권하지 않는다.
식물을 처음 기르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우리 집 옥상에 배롱나무를 키웠는데 첫 해에 꽃을 엄청 피우더니 이듬해에 죽었다. 나는 그걸 타고 올라가라고 옆에 능소화를 심어줬다. 금세 죽일까봐 식물을 키우는 게 고민이라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아마 식물도 수명이 제각각일 거다. 물을 잘 못 줘서도 그랬겠지만 아마 갈 때가 되어서 간 걸 거다” 하고 말이다. 이파리도 각질이 떨어지듯 생각하고 시들시들할 때 잘라주고 다듬어주면 새로운 잎이 올라온다. 자책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야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
초보자에게 권하는 식물은? 처음에는 잘 버틸 수 있는 식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거 같다. 고무나무들이 대체로 그런 편이다. 그것마저 못 키우겠다고 하면 나는 수경을 추천한다. 물이 없는 게 바로 눈으로 보이고 그때마다 물을 채워주면 되니까 정말 쉽다. 수경 식물은 여름에는 시원해 보이고 건조한 겨울에는 가습 효과가 있어서 좋다.
허성하 대표가 추천하는 식물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