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봄의 이미지를 생활 도자에 접목시킨 도예가 이정미. 늘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는 도예가가 만든 봄은 어떤 형태일까? 우리의 생활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작품을 전시에 앞서 만나봤다.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는 도예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숍이다. 특히 예술에 가까운 생활 자기와 그릇,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보물 창고 같은 공간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의 전시는 보다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이들에게 참새 방앗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는 3월 23일부터 4월 22일까지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에서 열리는 도예가 이정미의 <봄, 달, 새> 전시 역시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방색에서 봄을 상징하는 색인 청색을 입은 생활 도자, 달의 이미지를 담은 오브제, 화려 색채의 새 모티프를 입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용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새로운 미감을 전해주는 다채로운 생활 예술품을 들고 나온 도예가 이정미. 그녀를 만나 이번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를 어떤 도예가라고 생각하나요? 음… 늘 새로움을 시도하는 도예가 정도로 소개하고 싶어요. 전시의 주제인 ‘봄, 달, 새’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작년부터 이번 전시를 준비해왔어요. 3월에 열리는 전시여서 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는데 우선 오방색으로 봄을 상징하는 색깔인 청색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고요. 우물에 비친 달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를 원통 안, 정사각형의 원 등으로 표현해봤어요.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가장 화려한 형태와 색채로 표현한 새는 공방의 작은 창으로 날아든 새들을 장식적인 요소로 가미해봤어요. 달빛 하면 보통 가을이나 겨울의 빛을 연상시키는데, 봄의 달빛이라는 발상이 독특합니다. 봄이 되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자주 들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월광 소나타’를 들으면 우울하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봄을 기다리는 설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업은 달 항아리를 모티프로 했는데 달이 밝은 밤, 우물에 비친 달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를 정사각형이나 원형 등 가장 단순한 도형과 결합시켜 편안한 오브제로 만들어봤어요.
청색은 굉장히 강렬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닌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기도 해서 이번 작업을 통해 저만의 청색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도자기에 여러 번의 옻칠을 덧입혀 완성된 결과물인데, 특히 결정유라고 하는 꽃이 피어 있지요. 이 꽃들은 불의 온도 차에 따라 생기는데 따뜻한 곳에 있다가 차가운 기운이 돌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과 같아요. 작품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다른 패턴은 불이 주는 선물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도자기에 옻칠을 입힌다는 것이 생소합니다.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보니 오방색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됐고 옻칠이 해답이 되어주었죠. 제가 처음 도자기에 옻칠을 했을 때는 이 기법이 굉장히 드물었는데 요즘은 몇몇 작가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하는 작업은 옻칠 장인들이 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재료를 작업에 접목한다는 느낌으로 결합한 것입니다. 스툴 시리즈 중에는 마치 가죽 같은 느낌이 나는 것도 있어요. 빈티지한 가죽처럼 보이기도 하고 철재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런 질감 역시 옻칠 작업을 통해 얻은 것들이에요. 흙에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굽고 옻칠을 하고 또다시 가마에 굽고 사포질을 하는 등 수십 번의 작업을 반복한 끝에 얻은 새로운 미감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품의 아이디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통해 얻나요? 여행을 떠났을 때의 경험에 주목합니다. 우물정 시리즈의 경우 중국 여행 때 동서남북 사각형의 우물이 있는 집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예부터 우물은 사람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소통의 장소이기도 했고 행복과 건강, 화목을 기원한다는 의미도 좋았어요. 형태 자체도 건축적이고 조형적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금을 부분적으로 입힌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명함에 새긴 금토 金土라는 글자가 단서가 될 수 있어요. 흙은 자연적인 소재이긴 하지만 사실 많은 보석들이 묻혀 있기도 하죠. 제가 하는 작업은 흙으로 금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작품에 금을 입히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