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에 가장 핫한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하이라이트>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 까르띠에 맞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Fondation Cartier은 세계적인 주얼리&시계 브랜드 까르띠에가 설립했다. 1994년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이 디자인한 새 장소로 이전한 이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기획하고 전시하는 작품들은 늘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작가에게 작품을 주문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작품을 소장하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방식은, 기업과 문화계의 협업 방식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히곤 한다. 많은 작가들이 이 재단을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됐고, 역으로 이 작가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장품 리스트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 선물했다. 회화, 비디오, 디자인, 사진, 패션, 퍼포먼스 등 현대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들을 소개해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주요 소장품들이 서울에 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말 그대로 ‘하이라이트’ 10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론 뮤익 Ron Mueck, 사라 지 Sarah Sze, 장 미셸 오토니엘 Jean-Michel Othoniel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이불, 선우훈, 파킹찬스(영화감독 박찬욱과 작가 박찬경 형제로 이뤄진 프로젝트 그룹)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서울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 중 하나인 덕수궁 돌담길을 가장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심지어 무료 전시라는 사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론 뮤익 Ron Mueck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보인다. 혈관, 주름, 머리카락, 피부 톤과 작은 점까지 놀랄만큼 세심하게 작품에 표현된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크기로 제작되지는 않는다. 그의 인물들은 거대하거나 축소되어 제작된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압도적인 크기나 섬세한 표현에 먼저 주목하게 되지만, 곧 사연 좀 있어 보이는 그들의 표정과 감정을 살피게 된다.
Ron Mueck, In Bed, 2005, mixed media, 162 x 650 x 395 cm, A/P, Collection of the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acq. 2006), view of the exhibition Ron Mueck at the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2005 © Ron Mueck Photo © Patrick Gries
컬트의 왕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 Eraserhead’를 시작으로 ‘블루 벨벳 Blue Velvet’ ‘트윈픽스 Twin Peaks’ ‘머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 등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컬트의 왕’으로 불리고 있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그러나 미술학도 출신인 그는 시인이자 화가이기도 한 르네상스적 천재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둡고 축축한 데이비드 린치 스타일 블랙 유머가 담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David Lynch, Untitled, 12.8 x 20.3 cm, Binder Works #1 and #2, 1970-2006, 259 drawings, mixed media on different papers,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acq. 2011) © David Lynch
날카롭고 따뜻한 카메라 레이몽 드파르동 Raymond Depardon
이번 전시에는 유독 이종 장르를 오가며 다재다능한 실력을 발휘해온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다. 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레이몽 드파르동은 날카롭게 사회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작업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묻어나는 사진들을 두루 선보여 온 전설적인 사진가다. 몇 해전 국내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프랑스 다이어리 Journal de France’를 기억한다면, 작품 속에 등장했던 촬영 여행의 결과물 중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Raymond Depardon, La France (Haute-Normandie, Seine-Maritime, Dieppe), 2004-2010, color photograph, 33 x 26,5 cm, Collection of the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acq. 2013) © Raymond Depardon/ Magnum Photo, Paris
일정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문의 02-2124-8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