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네덜란드 베를라헤 인스티튜트에서 건축을 공부한 김성우 소장은 2011년,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을 하고 싶어서 N.E.E.D 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뿐만 아니라 AIA 우수상 등 미국의 유명 건축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에게 건축, 도시의 삶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N.E.E.D 건축사사무소 내부.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집중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것.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성향, 오리지널리티가 잘 표현된 제품이나 건물이 흥미롭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손맛이 느껴지는 오래된 기계식 카메라들. 빨리 찍히거나 사진이 잘 나오는 것보다 피사체를 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의 작은 집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소형 원룸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내 공간에서 외부 공간으로 확장되는 발코니 같은 중간 영역이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도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하며 시원한 전망을 가진 방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의 양적 가치에만 집중하지 말고 질적 개선에 대해 더 고민하고 살펴봐야 한다.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은? 얼마 전 이사한 단독주택에서 실현했다. 30년 된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아래층에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사무 공간을 만들고 위층에는 가족들과 생활하는 거주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다락방과 몰래 다닐 수 있는 숨은 비밀 통로를 만들었고, 야외에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집과 사무실이 한 건물에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신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같이 정원을 가꾸고 근처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는 등 가족과 같이 지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건축물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은 루이스 칸이 설계한 예일대학 브리티시 아트센터다. 절제된 구조체에서 공간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 같은 특이한 경험을 했다. 바로 옆에는 루이스 칸의 초기 대표작인 예일대학 미술관이 있다. 초기, 후기작에서 느껴지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감상하고 한 건축가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주 오래전 구입한 중형 카메라.
빈티지 라이카 카메라.
후손들이 지켜야 할 우리의 건축 유산은? 최근에 레노베이션한 종로 세운상가의 옥상에 올라가보면 조선시대에 지어진 종묘와 멀리 보이는 초고층 건물, 동대문 주변의 타워형 시장, 복개된 청계천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렇게 다양한 시대의 풍경이 중첩된 것은 우리나라만이 가진 특이한 환경이다. 현재의 도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잠재적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재개발의 압박을 받았던 서울의 서촌 지역은 몇 년간 건축가와 주민들이 논의한 끝에 오래된 도시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그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축은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완공된 후에는 입주자와 자본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변화에 저항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현재 갖고 있는 가치를 무너뜨리기보다는 동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건축의 다른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어떤 집을 선호하게 될까? 전통적인 3~4인 가족을 위한 주거 유형뿐만 아니라 독신, 노인을 위한 주거 유형도 등장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주거 유형으로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환경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최소한의 사적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집이 재산 축적의 수단이 아닌 진정 살기 위한 장소로써 기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