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바이 딜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류은영은 오래전 생산된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가방에 와펜, 레이스, 보석 등의 장식으로 리폼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으로 새롭게 완성한다.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찾아낼 줄 아는 그녀에게 취향에 대해 물었다.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다. 서로 다른 시대에 머물고 있던 재료를 다시 끄집어내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현재를 살펴보면 완전히 새로운 건 없고 오래된 것에서 재발견하고 이어나갈 뿐이다. 앞으로의 것을 만들어 갈 때도 태도는 동일하지 않을까.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어머니가 물려주신 1970년대 빈티지 디올 백. 2005년에 내가 수집한 빈티지 재료를 더해 새롭게 재창조해서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또 와인병에 직접 제작한 패브릭 전등갓을 더해 만든 테이블 조명과 1920년대에 제작된 크리스토플의 은 촛대도 아끼는 물건 중 하나다.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에 갈망하는 이 시대에 빈티지, 옛것에 주목한 이유나 계기는? 오래된 것이 주는 역사와 향수는 단순히 물건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넘어서는 만족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빈티지 아이템을 고를 때의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시대인 1910~30년대 아르데코 물건에 먼저 관심이 간다. 아무리 아름답고 흥미로운 물건이라도 이미 갖고 있는 다른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는지 고민하고 구입하는 편이다.
최근 직접 디자인해서 집을 고쳤는데,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중시한 부분은? 나는 1년 중 절반 정도는 여행과 출장으로 해외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서 서울에 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과 그림, 빈티지 가구 등으로 집을 꾸미고 수시로 감상하고 싶었다. 아끼는 물건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내가 즐겨 읽는 책들과 피카소와 장 콕토의 드로잉 작품을 걸어놓은 살롱 공간. 고풍스러운 앤티크 벽난로를 설치하고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을 장식하는 등 원하는 무드를 내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인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샤넬. 20세기에 기존의 장식적이고 답답했던 여성의 옷을 간단하고 입기 편하게 만들면서 혁신을 시도한 인물이다. 샤넬 스타일은 당시에는 놀랍고 새로웠지만 지금은 고전, 명품으로 자리할 만큼 지금 봐도 여전히 아름답다.
전 세계의 여러 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1년에 3~4번 정도 방문하는 파리이다. 기간으로 치면 1년에 3~6개월 정도 지내는데, 언제나 갈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다.헤밍웨이가 젊은 시절 파리에 체류하면서 쓴 <무빙 피스트>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지금의 당신을 만든 습관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나는 항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의 오래된 것이나 옛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있다. 그 호기심을 발전시켜서 세월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물건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조합해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당신만의 방법은?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언제나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