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진실성. 진심이 담긴 진실성이 느껴지는 것이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 같다.
좋은 건축의 조건은 무엇일까? 앞의 질문과 같은 답이 될 것 같은데, 요즘 시대에 진실성은 매우 귀한 가치인 것 같다. 빨리 뭔가를 하는 이들은 많아졌지만 진실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더 좋은 건축이 얼마나 될까? 건축하고 나서 바로 알 수 없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윤한진 아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몽블랑 만년필. 한양규 사용하다 보니 멋 부림이 없는 샤프여서 좋아하게 됐다. 한승재 예전에 책을 냈는데 그 기념으로 만년필을 처음 선물 받았다. 그 후 잃어버리기도 하고 다시 선물 받기도 해서 최종적으로 남은 것이 세일러 만년필이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한양규 한강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망원유수지는 가운데에 큰 트랙이 있는데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 숨 쉴 수 있는 진짜 공터다.
앞으로 건축은 어떻게 진화할까? 한승재 만약 건물이 100개가 지어지면 100개가 전부 다를 것이다. 예산에 맞게 빨리 지어지는 건물도 있고 장인정신을 가지고 제대로 지은 건물도 있을 텐데, 이런 건물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셋이 함께 일해서 가장 좋은 점은? 윤한진 외롭지 않다는 것. 혼자 일하면 힘들 때 나 혼자만 힘든 것 같아서 우울할 수도 있는데, 함께 굶고 함께 힘들기 때문에 덜 억울하고 위안이 된다.
푸하하하 프렌즈만의 건축적인 색깔이 있다면? 우리만의 스타일이 없다는 것, 애써 스타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축주의 요구에만 충실한 것도 아니다. 건축을 할 땅과 어떤 용도의 건물이 될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푸하하하 프렌즈는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재미’라는 키워드를 건축에 어떻게 녹여내나? 한승재 허구의 뭔가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재미가 없어진다. UFO처럼 허무맹랑한 얘기보다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건축에 담고 싶다. 윤한진 완벽한 공간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재미없는 공간이 될 것 같다. 한양규 일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발견할 때가 있다. 하다보면 ‘엇!’ 하고 뭔가가 풀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재미를 느낀다. 과정이 재미있어야 결과물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요즘 흥미를 끄는 것은? 한양규 제주도에서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한번 살아볼까 싶어서 생각 중이다. 윤한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보는 것. 예를 들면 아이슬란드 같은 곳인데 준비하고 있다.
꿈꾸는 집의 모습은? 윤한진 150평 정도 되는 넓은 집으로 나만의 공간이 30평 정도 됐으면 좋겠다.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야외 목욕탕도 있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꿈의 집이다. 한양규 방마다 마당이 있는 집. 창문을 열었을 때 바로 땅이 보였으면 좋겠다. 한승재 돌로 만든 외벽이 엄청 두꺼운 집. 요즘 집들은 외부와의 경계가 너무 얇은 것 같다. 과학의 발전 때문이지만 집으로 들어가는 벽이 두꺼웠으면 좋겠다.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우리의 전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요즘에는 현재의 것을 이롭게 바꾼다는 정의를 많이 내린다. 현재의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선에 변화를 주는 것. 좋은 미래로 이끌어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조선시대 초상화인데 서양의 초상화는 미소를 짓거나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림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상화는 무표정해서 그 사람이 궁금하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사람이 왜 초상화로 남겨졌는지 생각하다 보면 내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한다.
올해 사보이어베드의 달 침대로 런던 디자인 위크 톱 10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어떤 것을 느끼고 돌아왔나? 만나는 사람마다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다음날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말을 많이 했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철학을 중시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 필요한 것은 뭘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곧 좋은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수집하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초상화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 한 점씩. 그리고 삼국시대, 가야시대의 토기 8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토기를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과 크라프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점씩 꺼내 사진을 찍어 문서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아트워크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키아프(kiaf)에서 실제의 토기와 3D 프린팅한 토기 모양의 작품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오브제를 만들어 출품했는데 팔리지는(웃음) 않았다. 이런 작업을 계속적으로 하다 보니 현대미술 작가 무스타파 홀루시가 내 작품을 좋아해서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것 같다.
요즘 관심 있는 것은? 한옥으로 이사한 뒤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강의도 듣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으면서 이제는 나를 가장 들뜨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전통문화가 됐다.
자주 가는 곳은? 창덕궁 연경당으로 궁 안에 지어진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이다.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 국제갤러리는 평소 접하기 힘든 좋은 전시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가구 브랜드? 까시나를 좋아한다. 그들이 일궈낸 발자취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얼마 전 까시나의 매킨토시 힐 체어를 구입해 사보이어베드 달 침대 옆에 두었는데 마치 달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처럼 스토리텔링이 되는 제품이다.
롤모델인 디자이너나 좋은 라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디자이너로는 야나기 무네요시. 그리고 간송미술관 관장님의 삶을 존경한다.
카페 아인슈타인 슈탐하우스 Cafe Einstein Stammhaus는 독일 격동의 시기를 모두 이겨낸 카페로 베를린의 핫 스팟 중 하나이며 오스트리아 빈의 커피 문화에 영향을 받은 카페로도 유명하다. 비엔나 커피로 불리는 멜랑주가 대표 메뉴이며, 직접 구운 애플 스트러델 파이도 이곳의 인기 메뉴. 그리고 오스트리아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비엔나 스니첼과 타펠슈피츠 등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풍미했던 인테리어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독일 무성영화의 전설 헤니 포르텐 Henny Porten의 개인 별장이었다가 동독 장교들의 불법 도박장으로 그리고 나치의 비밀 회동 장소로도 사용되었다는 소문 혹은 진실이 공존한다. 카페 아인슈타인 슈탐하우스는 2차 세계대전에도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건물로 지어진 지 100년째 되었던 해인 1978년 레노베이션을 통해 역사적인 가치를 높이고 과거의 인테리어를 고찰할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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