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의 집을 인테리어하고 망향 휴게소 화장실을 레노베이션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최근에는 북경에 있는 한국 문화원 프로젝트도 마무리했다. 한국 전통을 현대화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태오양 스튜디오의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그의 아름다운 한옥에서 나눈 대화의 기록.
주목해야 하는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나 트렌드는? 우리의 전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요즘에는 현재의 것을 이롭게 바꾼다는 정의를 많이 내린다. 현재의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선에 변화를 주는 것. 좋은 미래로 이끌어주는 것이 좋은 디자인라고 생각한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조선시대 초상화인데 서양의 초상화는 미소를 짓거나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림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상화는 무표정해서 그 사람이 궁금하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사람이 왜 초상화로 남겨졌는지 생각하다 보면 내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한다.
올해 사보이어베드의 달 침대로 런던 디자인 위크 톱 10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어떤 것을 느끼고 돌아왔나? 만나는 사람마다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다음날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말을 많이 했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철학을 중시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 필요한 것은 뭘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곧 좋은 디자이너를 발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수집하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초상화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 한 점씩. 그리고 삼국시대, 가야시대의 토기 8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토기를 통해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과 크라프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점씩 꺼내 사진을 찍어 문서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아트워크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키아프(kiaf)에서 실제의 토기와 3D 프린팅한 토기 모양의 작품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오브제를 만들어 출품했는데 팔리지는(웃음) 않았다. 이런 작업을 계속적으로 하다 보니 현대미술 작가 무스타파 홀루시가 내 작품을 좋아해서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것 같다.
요즘 관심 있는 것은? 한옥으로 이사한 뒤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강의도 듣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으면서 이제는 나를 가장 들뜨게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전통문화가 됐다.
자주 가는 곳은? 창덕궁 연경당으로 궁 안에 지어진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이다.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 국제갤러리는 평소 접하기 힘든 좋은 전시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가구 브랜드? 까시나를 좋아한다. 그들이 일궈낸 발자취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얼마 전 까시나의 매킨토시 힐 체어를 구입해 사보이어베드 달 침대 옆에 두었는데 마치 달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처럼 스토리텔링이 되는 제품이다.
롤모델인 디자이너나 좋은 라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디자이너로는 야나기 무네요시. 그리고 간송미술관 관장님의 삶을 존경한다.